[취재수첩] 영업정지 받아도 '보조금 전쟁'

입력 2013-01-03 17:26
수정 2013-01-04 05:39
심성미 IT모바일부 기자 smshim@hankyung.com


“SKT 번호이동 특가! 갤럭시S3 25만원에 드립니다.”

3일 일부 휴대폰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최신 스마트폰들이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25만원, LG전자의 옵티머스G는 24만원, 팬택의 베가R3는 7만9000원에 팔렸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오는 7일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통신 3사가 보조금을 쏟아부어 고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베가R3에는 80만원대, 옵티머스G에는 70만원대 리베이트가 붙었다”고 귀띔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각각 20~24일의 영업정지와 21억~69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상한액은 단말기 1대에 27만원인데, 이를 훌쩍 넘긴 보조금을 풀어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도 통신 3사는 가이드라인을 초과하는 보조금을 계속 뿌리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에 ‘아낀’ 보조금을 한꺼번에 풀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방통위가 정해놓은 보조금 상한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규제’여서 통신사들이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기는 하다. 통신업계에서는 “보조금 허용 상한액인 ‘27만원’이 결정된 것은 2010년 9월로,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휴대폰 가격이 50만원대가 대부분이었다”며 “현실에 맞게 보조금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도한 보조금이 경쟁사 가입자들을 빼앗아오는 손쉬운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것 역시 사실이다. 이 탓에 소비자들은 값싸게 스마트폰을 장만할 수 있지만 한편에서는 ‘바가지’를 쓰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복잡한 보조금 구조와 통신사들의 영업 행태를 잘 아는 사람은 싸게, 모르는 사람은 비싸게 스마트폰을 사는 형국이다.

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은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고객 가치 중심’ 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통신사들이 경쟁사에서 고객을 뺏어오는 보조금 경쟁에 돌입한 것을 보면 이런 약속은 허언(虛言)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심성미 IT모바일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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