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朴코드 맞추기'…전속고발권 폐지

입력 2013-01-03 17:18
수정 2013-01-04 03:28
중기청·조달청·감사원 등에 나눠줘 … 시민단체 제외
盧정부때는 반대 … 30년간 고발 1%도 안돼 '유명무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81년 이후 32년간 휘둘러온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적 경제민주화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고발권 분산으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횟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법 개정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3일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출범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 같은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검찰 고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박 당선인은 대선 때 이를 공정위뿐 아니라 중소기업청, 조달청, 감사원 등에도 나눠주겠다고 공약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기업 고발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해왔다.

또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공정위가 보인 태도와도 차이가 난다. 당시에도 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걸었지만 공정위는 업무보고 등을 통해 적극 반대 의사를 피력, 결국 공약을 백지화시켰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공약은 전속고발권을 전면적으로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권한을 다른 정부 기관으로 분산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런 정도라면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선인 측 공약이 학계 등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속고발권을 완전히 폐지해 소비자나 시민단체에까지 검찰 고발권을 나눠주자는 것은 아닌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소비자나 시민단체에까지 전속고발권을 나눠 주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향후 기업들의 부담은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공정위 외에도 중기청 등 다른 정부 기관이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검찰 고발에 소극적이었다.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 이후 2011년까지 30년간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6만165건 중 검찰 고발은 529건으로 0.9%에 그쳤다.

기업들은 또 전속고발권 폐지 외에도 각종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신년사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 증여나 상속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 추구 행위 근절’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도 엄단할 방침이다.

또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에 손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당한 단가 인하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 간에 꼬리에 꼬리는 무는 순환출자도 신규 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할 방침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박근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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