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거대한 체스판 위의 경제전쟁…자원이 승패 가른다

입력 2013-01-03 16:57
수정 2013-01-04 04:59
변화의 기로에 선 미·중·일·러…석유·희토류 등 자원 무기화
돈 많이 풀려 재산가치 하락…화폐보단 실물자산 투자가 유리

스한빙 경제대이동
스한빙 지음 / 차혜정 옮김 / 청림출판 / 488쪽 / 1만9800원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는 건 애들도 다 안다. 류밍푸 중국 국방대 교수는 2010년 출간한 《중국몽(中國夢)》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을 찬양하며 세계 일등국가의 꿈을 제시해 찬사를 받았다. 현실은 그 이상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일본을 넘어섰다.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도 ‘2040년설’ 대신 ‘2020년설’이 정설로 자리잡았다.

이런 중국에도 고민과 걱정이 많다. 고도성장기를 지나 국가 경제의 성장세가 정체 후 퇴보하는 ‘중진국의 함정’에 직면해 있고 7% 이하의 성장기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가 당면 화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빈부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G2로 부상한 만큼 미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역학관계도 복잡하다.

《스한빙 경제대이동》은 이런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거대한 체스판’ 위의 게임에 비유하면서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게임의 실체와 흐름을 짚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 경제와 국제관계 연구의 전문가인 스한빙 상하이자오퉁대 겸임교수(CCTV 논설위원). 새로 등장한 시진핑 체제의 중국과 오바마 2기 정부의 미국, 극우보수 성향인 아베 총리의 일본, 김정은 제1비서가 이끄는 북한과 다음달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한국도 이 체스판의 주요 게임 참여자다. 변화의 기로에 선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및 버블 붕괴 우려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과 국제 정세를 통해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예측하고 있어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특히 그동안 미국이 달러와 석유, 식량의 세 가지 무기를 통해 세계를 지배해왔다며 향후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은 자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에너지 강국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이해당사국들 사이에서 최대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중동 정세가 조금만 심상치 않아도 유가는 급등하고 러시아는 늘 최대 수혜자가 된다. 러시아의 경쟁우위는 자원이 귀해질수록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인근 국가에서 석유 수입을 늘리는 한편 걸프 국가들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이란의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서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의 잇따른 민주화 혁명 배후에는 주요 산유국이자 ‘불량국가’인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원 부국인 중국 또한 자원전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중국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희토류는 경쟁상대를 제압하는 단골 수단이다. 하지만 이런 중국에도 약점이 있다. 2010년 호주 최대 광업기업 BHP빌리턴이 캐나다의 비료 생산업체 포타쉬에 대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자 중국은 바짝 긴장했다. BHP빌리턴은 연간 철광석 1억을 생산하며 국제 철광석 가격 상승을 주도해 철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던 중국에 큰 피해를 줬던 기업. BHP빌리턴이 인수하려던 포타쉬는 세계 최대 칼리비료 생산업체로, 세계 칼리비료 수요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원이 왕이요 국력”이라며 자원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을 강조한다.

또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면서 세계 각국이 풀어놓은 유동성 과잉으로 재산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화폐보다는 금을 비롯한 실물자산에 투자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희귀 비철금속은 금이 포함하는 화폐적 특성에다 금보다 더 광범위한 사용가치를 갖고 있어 투자 대상으로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남북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인상적이다. 미국이 볼 때 북한의 작용은 작은 범위에 국한되므로 경제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무력을 동원할 필요성이 없다는 점, 군사력 면에서 북한에 대해 거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근거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공격이 끝나면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명분이 없어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중국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에 대한 지적도 신랄하다. 저자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취약한 중산층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경고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미래에 일본의 전철을 밟고 버블이 붕괴되는 참담한 고통을 겪게 되리라는 사실이다. 그때가 되면 어떤 경제정책도 신속하게 효과를 보기 어려워 중국은 장기간의 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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