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위미노믹스'시대…여성 임원 육성하라
이민재 여경협 신임회장
女기업 판로개척 도울 것…성장단계별 지원책 마련
“여성기업 지원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만 실효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여성기업 우대 사항이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2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 회장으로 취임한 이민재 엠슨 사장(사진)은 “본격적인 ‘위미노믹스’ 시대를 열기 위해 여성기업을 위한 바람직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여성 경제인이 125만명을 넘어섰다”며 “기존 법 규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규정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7년 마흔두 살의 나이에 무역회사 엠슨을 창업했다. 엠슨은 박스용지와 특수용지를 유럽과 동남아 지역 등에 수출하는 업체로 작년 매출은 300억원 수준. 남편이 갑작스럽게 실직을 하게 되자 생계비 마련을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여성 기업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이어들과 금융회사 관계자들이 기업인이 아닌 ‘가정주부’나 ‘여성’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이런 잘못된 관행을 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 비율이 현행 규정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물품용역은 5%, 공사는 3%로 여성기업 할당 비율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소액 수의계약(경쟁계약이 아닌 임의로 적당한 상대자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달청의 내자업무 처리규정에 따르면 수요기관이 업체를 추천하지 않으면 여경협이 추천한 여성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의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현행 2000만원 이하로 돼 있는데 여성기업에 대한 수의계약 기준을 5000만원 이하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기업인들의 판로 개척에 필요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여경협은 1999년 설립된 이래 혁신 역량 강화, 창업 지원, 판로 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중 판로 확대를 위한 지원이 가장 미흡했던 것 같다”며 “많은 여성 기업인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성기업의 성장 단계별 지원 방침도 마련키로 했다. 그는 “여성 육성 정책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은 있지만 선진국처럼 여성기업을 연구하는 곳은 없다”며 “여성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단계별 지원 방안을 개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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