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中 대표적 정책브레인 후안강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
"올 적게 잡아도 8.5% 성장 거뜬…소득도 급증…빈부격차 문제 안돼"
美·유럽, 자본주의 총체적 위기 빠져
개혁 못하면 '죽음의 길' 밖에 없어
새 지도부 정책기조는 '안정속 발전'
지방정부 과시욕이 경제 최대 리스크
후안강(胡鞍鋼) 중국 칭화(淸華)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질문에 ‘나’가 아닌 ‘우리’를 주어로 정부 정책을 설명하듯 답변을 쏟아냈다. 자신이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정책브레인’ 중 한 명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한 말투였다. 그는 지난해 출판된 《2020년 중국》을 통해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속해 202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를 지방정부 지도자들의 과욕으로 인한 경기과열로 꼽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역사적 임무는 중국을 세계 최대 경제대국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2층 교수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달라.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8%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는 훨씬 좋을 것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8.5%는 된다고 본다. 무역도 10%가량 성장할 것이고 물가도 4%대에서 안정될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개인소득이다. 지난해 개인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았다. 올해도 개인소득이 10% 이상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 지도부가 올해 경제성장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가.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새 지도층의 경제정책 방향이 명확히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서 경제기조로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의 진보)을 제시했다. 온(穩)은 거시정책의 안정, 물가 수준의 안정,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진(進)은 국가발전의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즉 경제발전 방식을 전환하고 개혁개방을 심화하고 민생개선의 진전을 이루는 것이다. 시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차기총리는 이미 5년 전부터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각종 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중국은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국가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부의 수입분배 개혁안이 수차례 연기됐다. 빈부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수입분배개혁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아 평가하기 곤란하다. 지난해 1~3분기를 보면 농촌의 수입증가율이 12.3%로 도시의 9.8%를 초과했다. 이런 현상은 2009년부터 나타난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이런 성장률은 대단한 것이다. 한국이 몇 년간 성장한 것과 맞먹는다. 나는 모든 사람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은 성장형 국가다. 저성장국가의 빈부격차와 다르다. 중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수입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어머니의 수입이 정체돼 있다면 딸의 수입이 빨리 증가한다. 이런 현상이 보편적이다.”
▶부동산 문제가 빈부격차 확대의 주범으로 꼽힌다. 정부의 대처 방향은.
“중국 정부는 집값 통제 경험이 부족하다. 일부 거품론이 있지만 집값이 오른 것은 공급이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인구가 2000만명이 될지 누가 상상을 했겠나. 중국 중앙정부는 2009년부터 지방에 ‘보장방(한국의 임대주택)’의 건설을 요구했다. 12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3000여만가구를 짓게 돼 있다. 이 정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집값 상승은 ‘상품방(민간업체가 지어서 분양하는 주택)’의 문제이지 보장방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하려면 집값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
▶올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보다 오히려 너무 과열될까 걱정이다. 과거에도 지도부가 바뀌는 당 대회 이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중앙이 아니라 지방이다. 중국에 ‘새로 관리가 되는 이는 세 번 불을 낸다(新官上任三把火)’는 속담이 있다. 지방의 지도자들은 중앙에서 두 배 목표를 제시하면 두 배 반, 세 배를 달성하려고 한다.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고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에게는 ‘대약진운동’이라는 비통한 교훈도 있었다. 지도자들은 이런 역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고도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의 장기 경제 추세에 대한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져 앞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줄고 요소자본, 특히 노동력 가격이 급격히 올라 비교우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은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관점을 지지한다. 중국에는 성장동력이 다섯 가지가 있다. 도시화, 신흥공업화, 정보화 및 지식화, 기초설비 현대화, 그리고 국제화다. 지난해처럼 해외수요 즉, 국제화의 수요가 줄면 다른 네 개의 발전기(성장동력)가 강하게 움직여 중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다섯 개의 발전기를 보유한 국가는 없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노동인구 증가율은 1.18%밖에 안된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학(전문대 포함) 졸업 학력자의 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10.1%나 된다. 인구증가는 둔화됐지만 우수한 인력자본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
▶미국·유럽의 경제위기 해결 전망은.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이 위기가 구조적이고 심층적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본주의의 총체적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내놓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경제체제나 사회체제 개혁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개혁의 지도자도 없고 인민들의 개혁에 대한 지지도 없다. 덩샤오핑은 ‘개혁을 하지 않으면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말의 진리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에도 적용된다.”
▶새 정부의 개혁안은 언제쯤 나오나.
“상세한 제도건설과 체제개혁은 올 하반기에 있을 18대 중앙위원회 3차회의(18기 3중전회)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번 대회가 과거의 3중전회와 다른 것은 경제체제 개혁의 방안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체제개혁 방안도 함께 제출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래 10년의 방향이 이 대회에서 결정된다. 후진타오(胡錦濤)의 역사적 임무는 중국을 세계 2위 국가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이제 시진핑의 역사적 임무는 중국을 세계 1위 국가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후안강 교수는 국정연구 40여권 집필…최고지도자 필독서
30대부터 두각을 나타내 중국 경제학계에서는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렸다. 1985년부터 사회과학원의 국정연구소조에 참여했고 2000년부터 칭화(淸華)대 국정연구센터 주임을 맡아 국정연구분야에서 40여권의 책을 출판하는 등 독보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의 국정보고는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필독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1993년 왕샤오광(王紹光) 홍콩중문대 교수와 함께 쓴 《중국국가능력보고》는 중국 세제개혁의 교과서 역할을 했다. 1998년에 나온 《중국의 실업문제와 취업전략》도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적극 정책에 반영해 한때 주 총리의 ‘꾀주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2011년 말에는《제2대 민족정책, 민족융합과 번영의 촉진》이라는 책에서 중화민족의 일체화를 주장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말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바로 이 책에서 등장하는 문구다.
▷1953년 랴오닝성 출생 ▷1982년 허베이성 당산공학원(야금압력가공) 졸업 ▷1984년 베이징과학기술대 석사 ▷1988년 중국과학원 공학 박사 ▷2000년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 겸 공공관리학원 교수 ▷2004년 러시아과학원 명예 경제학 박사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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