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이끄는 K-culture]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 가지고 케이팝 공연 영상화 시장 뛰어드는 스타트업

입력 2021-01-03 13:17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콘서트, 공연이 대거 취소되며 문화·연예계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역시 기존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됐던 공연, 팬미팅 등을 영상화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케이팝부터 케이컬쳐까지 스타트업들이 이끄는 문화·예술업계의 변화를 조명해봤다.

2020년 한 해 문화·예술업계는 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투어는 물론이고 앨범 발매 역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각 기획사들은 이러한 타격에 서둘러 ‘온라인 콘서트’라는 대안을 내놨다. 단순히 가수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온택트형 콘서트’가 2020년 케이팝계의 주요 변화가 됐다.

케이팝(K-Pop) 시장은 2020년 기준 2000억원 가치를 돌파했다. 코로나19도 케이팝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현장에서 팬들과 만나는 오프라인 공연, 팬미팅 대신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 팬들과 만나는 온라인 콘서트의 유료화가 빨리 탄생한 덕이다. 팬들은 방에서도 좋아하는 가수들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신기술 역시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방탄소년단 ‘방방콘 The Live’ 모습.(사진 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안방 1열에서도 감상 가능”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실현된 케이팝 ‘온택트 콘서트’

2020년 언택트 콘서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의 협업으로 탄생한 ‘비욘드 라이브’가 시작을 끊었다. 특히 비욘드 라이브는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어 빅히트-방탄소년단의 ‘방방콘 더 라이브’ 역시 전세계 관객 수 75만명을 기록하며 화제에 올랐다. 이번 방방콘은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정부도 한류의 중심인 케이팝의 온라인화에 적극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산업통상자원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네이버와 함께 ‘온:한류축제’를 11월 라이브로 개최했다. 행사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으며 슈퍼엠, 몬스타엑스, 오마이걸 등 아이돌들이 참여했다.

온라인 콘서트가 ‘유료’ 판매와 세계 각국에서 ‘동시 접속’이 가능했던 이유는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을 사용했다. 빅히트의 방방콘은 미국 비대면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기업인 ‘키스위’와 협업했다.



△스타트업 케이브의 글로벌 온라인 생중계 현장 모습.

해외 팬들은 공연 시간에 맞춰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사진 제공=케이브)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로 대기업과 협업 나선 ‘스타트업’…기술력과 색다른 콘텐츠로 뭉쳐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스타트업들 역시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 영상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열린 ‘2020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중 KT의 ‘실감 미디어’ 분야의 결승전에 오른 두 기업 역시 ‘케이팝’과 관련된 아이템을 내놨다.

스타트업 케이브는 KPOP 아티스트, 클래식,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K-culture를 글로벌 온라인 생중계, VOD 서비스를 제작하는 서비스 케이브콘(KAVECON)를 운영 중이다. 박제상 대표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콘서트 스테이지의 실황중계, 단순한 기록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VOD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올해 케이브는 7월 강다니엘 온라인 콘서트 생중계를 시작으로 20여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케이브의 서비스가 적극적인 환영을 받은 이유는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할 수 있는 서비스와 간편한 이용 방식이다. 서비스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공연별로 구매를 할 수 있으며 공연 시각에 접속해 라이브로 송출되는 공연을 관람하면 된다.



△고객들이 보내온 케이브콘 이용 후기.(사진 제공=케이브)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미디어 시장 중 스타트업의 경쟁력으로는 ‘다양성’을 꼽았다. 박 대표는 “대기업은 티켓 파워를 가진 엔터테인먼트와 독점 계약을 통해 고객 유치 극대화를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와 컨셉을 다룰 수 있는 스타트업의 경쟁력이 온라인 미디어 시장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상 대표는 케이팝과 라이브스트리밍 기술 시장은 작년 한해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생동감과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360도 영상 및 가상 스테이지 구현을 위해서는 아직 화질, 서버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글림미디어의 주요 서비스 ‘STARPLAY’ 소개 화면.(사진 제공=글림미디어)

글림미디어는 해외 팬덤을 대상으로 런칭한 케이팝 팬덤 플랫폼 ‘STARPLAY’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주로 투표,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한다. 윤호기 대표가 작곡가, 방송 음악감독, 아이돌 프로듀싱 등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지켜봐 온 케이팝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었다.

윤 대표는 “특히 케이팝 팬덤은 결속력, 확장성이 높다. 주요 타깃층이 ‘해외 케이팝 팬덤’이기 때문에 거리상, 시간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온라인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기반 서비스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팬덤 출신인 전문 인력들과 적극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림미디어는 비대면을 키워드로 2020년 7월, 비대면 콘서트 ‘월드이즈원’을 제작해 슈퍼주니어, 마마무, 오마이걸 등 국내 최정상 케이팝 스타들이 출연해 약 15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글림미디어는 케이팝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늘 트렌디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을 모토로 세계 다양한 케이팝 팬덤들의 니즈를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윤 대표는 케이팝 시장과 비대면 기술의 융합은 글림미디어가 추구하는 목표와 같다고 답했다. 윤 대표는 “VR이나 AR과 같은 기술 시장은 정확한 전략을 가지고 다른 사업 분야와 만나게 되면 획기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분야”라며 “글림미디어는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중간 지점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스타트업만의 포인트를 부각하는 사업들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협력의 장이 됐던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컴업2020’에서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케이팝 시장 전망’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SM엔터테인먼트)



전문가들이 말하는 코로나19 이후 케이팝은? “온라인, 오프라인 넘나드는 새로운 시장 될 것”

코로나19 이후의 케이팝과 온라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헌석 평론가는 “케이팝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공연은 무료’라는 불문율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클래식과 같은 여타 공연계와는 다르게 케이팝은 빠르게 온라인 공연을 ‘유료’로 내놓는 전략을 세웠다. 김 평론가는 이를 수년간 각 기획사들이 쌓아온 대중음악시장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로 봤다.

김 평론가는 “방송사나 기획사 역시도 이러한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콘텐츠가 다채롭지 못하다는 점은 꾸준히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왔던 부분”이라며 “‘개인화된 콘텐츠’에 대한 갈망을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등이 오프라인 투어 티켓과의 차이점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콘텐츠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큰 입지를 가지고 있는 케이팝과 관련된 기술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혜은 콘텐츠진흥원 음악패션산업팀장은 “온택트 공연이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서 오프라인 공연 시장과 더불어 하나의 공연 형태나 장르로서 발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시간과 거리 등으로 한계가 있었던 해외 사업에는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팬들과 뮤지션의 소통에 온택트 공연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팀장은 2020년 열린 온라인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발전하고 있는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감 기술(XR)의 적극 도입과 EX-3D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이고 실감 나는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재현되고 있다. 팬들을 위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기술 역시 온택트 공연의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외에 이 팀장은 SM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 ‘에스파’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기술(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1년도의 과제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독자적인 온라인 콘텐츠 개발을 꼽았다. 온라인 콘텐츠의 핵심은 플랫폼이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네이버가 합작한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이 바로 그 흐름에 대한 발 빠른 대처다. 이에 중소 기획사들의 부족한 노하우와 자본 등을 위한 플랫폼, 판로 모색 역시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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