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 ‘썸바디’ 등 연애형 관찰예능 이대로 괜찮은가

입력 2020-12-23 21:52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하나 대학생 기자] 특정 연예인의 가상연애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기억하는가. 그러한 연애 프로그램이 관찰예능의 리얼함을 업고 일반인들을 출연진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채널A에서 2017년 겨울 시즌제로 방영을 시작한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이 그 시작이다. 하트시그널을 시작으로 ‘러브캐처’, ‘선다방’, ‘썸바디’ 등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대거 생산됐다. 사람들은 왜 이러한 관찰예능에 열광할까.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가 출간한 사회 비평서인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맥도날드화는 극단적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추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맥도날드화는 감정의 영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진짜 감정을 쓸 여유는 없지만 한 입 크기로 포장되고 제조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연애형 관찰예능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방영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트시그널.(사진 제공=채널A)



채널A에서 2017년 방영한 ‘하트시그널 시즌1’은 출연진들의 작은 행동, 미세한 표정 하나 하나를 카메라에 포착하며 그들의 심리를 묘사한다.타인의 연애를 엿본다는 그 짜릿함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방송사는 끊임없이 유사 프로그램들을 양성했다.

‘하트시그널 시즌 1’의 성공 이후‘하트시그널’은 매년 한 시즌씩 방영하고 있다. 시즌3는 올 해 초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러브캐처’, ‘선다방’, ‘썸바디’ 등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제작됐다.

하트시그널 성공 요인은 ‘공감’과 ‘높은 몰입도’

이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 중화제성과 시청률 등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채널A의 ‘하트시그널’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알아봤다. ‘하트시그널’의 인기 요인을 묻는 질문에 대학생 김혁(25)씨는 ‘몰입’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설정된 상황과 미션 등을 통해 자신이 소개팅을 했던 경험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김 씨는 “출연진들의 상황에 몰입하면서 연애에 대한 생각도 다시 생겨났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대학생 박채연(20)씨는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설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로맨스 드라마는 어쨌든 허구의 인물이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일반인들의 사소한 감정 하나하나를 엿볼 수 있다. 솔직한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높은 공감도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방영된 하트시그널 3 메인 사진.(사진 제공=채널A)



연애형 관찰예능에 열광하는 내 모습, 과연 건강할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와 같은 연애 프로그램의 성공 키워드로 ‘공감’을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 연예 관련 관찰 예능이 연이어 대박 행진에 오르는 것은 해당 예능들이 ‘공감’을 잘 구현해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대본인지 아닌지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출연자들에 대한 과도한 몰입 등으로 볼 때 이러한 연애형 관찰예능의 대거 생산이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하트시그널’과 같은 프로그램들의 인기 현상에 대해 민가영 서울여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감정 자본주의와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 자본주의는 감정이 능력이자 자본이 되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감정이라는 사적인 영역의 감정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팔릴 수 있다는 것은 연애형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이미 증명됐다. 현재 이런 감정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실제적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민 교수는 “과도한 경쟁 사회, 각자 생존주의, 타인과의 관계에 쓸 시간과 에너지의 감소, 실제 삶에서는 타인으로부터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를 통해 경험되는 감정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유사 감정의 소비로써 관찰예능과 같은 프로그램 시청을 지속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지점을 적절하게 포착한 상품이 관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관계 속에서 헌신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포장된 감정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예능을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들이 건강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대중들이 기대하는 ‘진정성’, 만족하고 있을까

대학생 남현지(20)씨는 “비록 ‘하트시그널’ 시즌들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출연진들의 이후 행보가 대부분 방송이나 유튜버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일반인이 연예인이 되기 위한 일종의 절차라고 생각하니 대본의 유무나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씨는 “카메라 앞에 서본 적 없는 일반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진짜 사랑을 키울 수 있을까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가 보기엔 어땠을까.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전에 남녀의 사랑을 리얼리티화한 프로그램 중에는 SBS 제작 프로그램 ‘짝’이 있었다. 그 때 가장 많았던 질문이 ‘이 프로그램 진짜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관찰예능 앞으로 사람들을 끌어온 것도 ‘진정성’, ‘리얼리티’지만,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이 교수 역시도 해당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당사자들만 알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리얼함’을 위해 촬영됐지만 방송국이 수익을 위해 제작하는 ‘프로그램’인만큼 관찰예능은 끊임없이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작가가 써주는 대본이 있는 것은 아닌지, 편집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은 아닌지에 대한 분석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방송 출연진 대다수의 행보가 연예계 입문, 유튜버 등 사업적인 모습으로 이어져 출연 목적에 대한 의문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러한 관찰 예능이 제작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러한 관찰예능을 소비하기 앞서 감정에 너무 지쳐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정한 감정으로 프로그램에 너무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subinn@hankyung.com

[사진 제공=김하나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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