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무서워요" 텅 빈 사옥을 지키는 인턴사원들

입력 2020-12-10 11:34
수정 2021-01-05 10:56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원지 대학생 기자] 코로나19의 재확산에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동안 축소했던 재택근무를 다시 확대하고 국내외 출장과 조직 내 회식을 금지하는 등 방역지침 강화에 나섰다. 지난 1,2차 확산 당시 세워뒀던 메뉴얼를 보강해 보다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전국적 전염병도 피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대학생 인턴이다. 정규직원들이 조를 짜서 순환 재택에 들어가는 와중에도 대학생 인턴은 묵묵히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 내부 정보 유출 위험 등이 기업이 내세운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업들이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방역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기업의 사옥과 연결된 지하철 출입 통로가 폐쇄됐다. (사진=한국경제DB)

텅 빈 사옥을 지키는 인턴사원

서울 강남구 A대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김 모씨(25)는 코로나19 확산 후 한 번도 재택근무를 해본 적이 없다. A기업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조를 편성해순환적 재택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 재택업무를 관리하는 인사담당자, 부장 이상급 간부 그리고 ‘인턴사원’은 재택근무 제외 대상자다. 필수 인력이 아닌 인턴 사원의 경우 내부 정보 보안상의 이유로 제외 대상자에 포함됐다.

김 씨는 “인턴이 내부 정보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며 “단순히 실무 업무 보조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턴들이 왜 재택근무가 불가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불안감을 털어놓으니 “출근하기 무서우면 인턴을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댓글이 달렸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고용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인턴은 그야말로 ‘금턴’이 되었고 취업준비생들은 경력을 쌓기 위해 이 상황을 버텨야만 하는 실정이다.

같은 기업에 근무 중인 인턴사원 이 모씨(23)는 사내 식당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인원은 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데 테이블 위 투명보호창이 있어도 불안함을 덜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보호창이 있어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많고 수저통, 반찬 집게와 같은 비품을 같이 쓰기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출근 시간 분당선 환승구간





두려움에 떨며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중구 소재 B공기업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강 모씨(26)는 회사 내부 감염도 걱정이지만 지하철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자가 몰리면 거리두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침마다 많은 사람들과 강제 포옹을 하고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인턴들도 재택근무ㆍ유연근무를 허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공기업은 정직원을 대상으로 5부제를 도입해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정직원들도 완전한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인턴사원들은 아예 논외로 치부되고 있다.

인턴은 재택 불가?가능한 기업도 있다

반면 인턴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판교 소재 C기업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김 모씨(22)는 회사 노트북을 이용해집에서 근무 중이다. 해당 기업은 현재 50% 재택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턴 사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주 2~3회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출퇴근에 따른 피로도가 줄어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 소재 D금융사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인 조 모씨(23)는 업무 시작 전 근무 계획서를 선임에게 보낸다. 업무 태만을 방지하고 책임감을 더하기 위해서다. 조 씨는“출근 후 사수에게 계획서를 보내고 퇴근 전 오늘 일과를 보고 한다”며“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상호 간 신뢰성을 갖고 근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 19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실한 이 시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평한 재택 근무제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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