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기업의 인턴 채용이 늘고 있다. 계속된 경기불황에 이어 올 들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기간을 떠안기보다 인턴으로 먼저 선발해 실무경험을 쌓도록 하는 채용형 인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 채용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미중 무역전쟁, 일본과의 갈등 등으로 기업의 대외진출이 어려워진데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다. 대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기존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최근에는 이마저 체험형 인턴으로 바꿨다. 이는 곧 기업이 신입사원에게도 일정기간의 실무 검증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한 에너지분야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는 “모든 신입 정규직 직원을 채용형 인턴으로 선발하는데 정해진 인원보다 많이 선발한 뒤 정규직 전환 평가 때 탈락한 인원은 ‘후보자’로 등록해 중간에 결원이 발생할 때 이 안에서 채용한다”며 “그만큼 채용형 인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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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부터 은행까지, 정규직 대신 인턴채용으로 전환
매년 두 차례씩 정기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던 대기업들이 최근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을 없애고 대신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우선 선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는올 3월, 매년 상·하반기 실시했던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수시 및 인턴 채용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수도권에 한정해 네트워크와 IT 기술분야 중심으로 운영하던 ‘4차산업아카데미’ 인턴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마케팅&세일즈 분야까지 적용해 실무형 인재를 채용하기로 했다.
KT가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4차산업아카데미 인턴십은 약 2개월 동안의 4차산업 관련 실무교육과 현장 인턴십을 연계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인턴십 수료자는 임원면접을 통과하면KT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
LG그룹은 상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채용연계형 인턴십으로 인력을 채용 중이다. 개인의 직무역량이나 적성 등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SK 역시 올 상반기부터 수시 채용으로의 전환을 꾸준히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산그룹은 2014년,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해 왔던 것을 채용형 인턴선발로 전환했다.
정규직 채용을 정기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사례도 많다. 수시채용은 채용시기도 채용규모도 모두 쉽게 알기 어렵다. 기업의 채용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이 최근 수시 채용을 발표한 데 이어 은행들도 속속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상시로 인재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수시와 공채를 병행해 뽑는다. 수시와 공채 각각의 채용 인원은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수시 채용을 병행했다. IT, 데이터, 국제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경력직을 포함해 수시 채용했다.
인턴 채용은 늘어난다지만…정규직 전환율은 ↓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86개사를 대상으로 ‘인턴 채용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54.9%가 올해 인턴을 채용했거나 남은 기간 동안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결과(47.2%)보다 7.7%p 높아진 수치다. 채용 형태는 ‘정규직 전환형’(65.1%)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줄고 있다.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 인턴 채용이 작년 대비 올해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9년과 2020년 하계 인턴 채용 공고 수를 분석한 결과, 작년 55건에서 올해 44건으로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년 인턴을 모집한 기업은 단 7곳에 불과했다.
탁동일 커리어 서비스개발팀 팀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채용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자리 증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율 역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 결과, 올해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평균 56.7%였다. 지난해(70.2%)와 비교하면 13.5%p나 줄었다.
공공기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채용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채용형 인턴은 2∼7개월 근무 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체험형은 1∼5개월 근무하는 단기 일자리다.
10월 20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에 청년인턴을 채용하지 않은 기관은 49.7%였다. 2017년엔 공공기관 338곳 중 95곳(28.1%)이 청년인턴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2018년엔 26.6%, 2019년엔 26.0%가 청년인턴을 채용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채용형’ 인턴을 뽑지 않은 비율은 더 높았다. 2017년 전체 공공기관의 67.2%는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았다. 인턴을 아예 안 뽑았거나 체험형 인턴만 뽑았다. 2018년에는 74.3%, 지난해엔 79.9%가 채용형 인턴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올 상반기에는 91.2%가 채용형 인턴을 선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정규직 정원의 5% 수준으로 청년인턴을 채용하라고 공공기관에 권고하고 있다.
반면 체험형 인턴은 늘었다. 알리오에 따르면 36개 공기업이 뽑은 청년 인턴은 2017년 6,89명에서 2019년 9514명으로 36%가량 증가했다. 이중 체험형 인턴의 숫자는 2017년 3142명에서 지난해 61909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민국 의원은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지만 일부 공공기관은 청년인턴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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