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지원 대학생 기자] 올해는 코로나19 확산과 유난히 길었던 장마로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보내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어 지난 8월 18일 ‘템플스테이’를 찾게 됐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조계사’에서 친구와 함께 1박 2일 동안 사찰 문화를 체험했다.
△템플스테이에 입실할 때 받은 팸플릿과 명찰.
휴식·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템플스테이 유형은 당일형, 체험형, 휴식형으로 세 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중단하고 있는 사찰이 많았는데, 조계사에서는 프로그램에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쉼표하나 휴식형 템플스테이’로 결정했다.
OT와 사찰 예절 안내는 필수로 참여해야 하지만 예불, 공양, 108배, 그리고 연등 만들기는 희망 시에만 참여하면 된다. 오로지 휴식만을 목적으로 온 사람도 있기 때문에 진행자도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배려해준다.
△대웅전 앞마당의 모습.
전날까지 비가 하염없이 내렸는데, 다행히도 당일에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연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났지만 청정함을 지닌 꽃이라는 의미에서 불교의 교리와 관련이 깊다. 이러한 연꽃의 아름다움과 고결한 풍모는 열반의 경지에 오른 성인의 모습에 비유된다고 한다.
△종이컵으로 만든 연꽃 컵등.
첫 프로그램으로 연꽃 컵등 만들기를 체험했다. 일반 종이컵에 종이 색지로 만든 꽃잎을 덧대어 연꽃 모양으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종이가 매우 얇아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만드는 과정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저녁 식사는 5시쯤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사찰에서의 식사를 ‘공양한다’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불교적 용어로 누군가가 시주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서 시은(施恩)을 잊지 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녁 공양의 주 메뉴는 국수로 이뤄져있다. ‘승소’라는 건물에서 공양을 하게 되는데, 이는 절에서 국수를 말하며 승려들이 국수를 좋아해서 그것을 보면 웃음이 지어진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절에 오면 대부분 채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체험자들을 위한 특식으로 육류를 최소화 한 메뉴도준비돼 있다. 이튿날 아침 식사메뉴는 자율배식으로 채식위주의 식단을 맛볼 수 있었다.
△예불을 지내는 대웅전 외부.
저녁 공양 이후에는 저녁 예불에 참석할 수 있다. 예불은불보살님을 향한 예경과 자신을 닦는다는 수행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 조계사의 중심인 대웅전에서 의식을 치르는데, 개방돼있는 문이라서 평일에도 예불을 올리고 가는 불교신자들이 많다. 예불문을 읽고 한 구절이 끝나면 절을 올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예불문의 의미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예불 한 문장에 자신을 성찰하고 모든 것이 감사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절했다.”
△108배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템플스테이하면 떠오르는 것이 108배 체험일 것이다.108번 절을 올리며 자기를 낮추고 행동과 말과 마음 씀을 참회하는 수행이다. 약 33분짜리 오디오에 맞춰 108배를올리며 ‘현재의 나’에 온 정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시간이었다.
하루 동안 템플스테이 체험을 마치며
반복되는 생활패턴에 지루해져 문득 새로운 곳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에템플스테이를 떠났다. 단순한충동에서나온 결단에 “아무런 목적이 없는 내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조계사에서 꼬박 하루를 지내며, 과거와 미래의 내 모습에 얽매이지 않고 순간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됐다. 이런 마음가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하루 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만든 추억 때문인 것 같다.
함께 동행한 친구는 수험을 준비해야하는 압박감에 못 이겨 영단어 책을 들고 왔으나, 책을 펼시간조차 없을 만큼 템플스테이에 완전히 매료돼즐기는 것 같았다. 시기가 적절하다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낯선 곳에서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권해본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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