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이사회, 제17대 총장 선거 규정에 학생들 의견 전혀 반영하지 않아
- 학생들, “학생도 학교의 구성원, 총장 선거에 학생들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 학생대표인 중앙운영위원회, “릴레이 규탄 대응 및 추후 총장 선출 대응 이어나갈 것”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하은 대학생 기자] 2017년, 사립대학 최초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했던 이화여대는 올해 11월두 번째 총장직선제인 제17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하지만 총장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사안을 두고 이사회와 학생대표인 중앙운영위원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처는 각 단과대학 학생대표들로 구성된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 제17대 총장 후보자 추천 규정에 관해 학생 단위의 의견을 모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중운위는 6월 4일부터 6월 13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제17대 규정에 관한 7가지 요구안을 설정해 전달했다.
△이화여대 총장실.
이화여대 중운위의 7가지 요구안
▲총장 후보자 1인 선출
▲학생 투표반영비율 25%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 동수 구성
▲총장 후보자 제출 서류에 각 구성원별 공약 추가
▲총장의 실질적 영향을 받는 모든 구성원 선거에 참여 가능
▲입후보자 등록 시 기명 추천 대상에 학생 포함
▲선거 운동 방식의 다양화
한 달 뒤인 7월 23일,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제17대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제17대 규정에는 중운위에서 제출한 요구안이 단 하나도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 2017년도 이화여대 첫 번째 총장직선제 때에도 법인 이사회가 학생들의 요구안을 반영하지 않아 당시의 중앙운영위원회가 이사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017년 4월 17일에 진행하였다
‘소통’아닌‘일방적 통보’방식의 반복
총장직선제의 운영방식을 둘러싼 이화여대 이사회와 학생들 간의 갈등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총장직선제 논의가 시작되었던 2017년에도 당시 이사회가 학생들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총장 후보자 추천 규정을 제정하여 학생들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 얼마나 알고 있니? - 2017 총장 직선제 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8월 8일 게시하였다. 이 영상은 17년도 총장 선거에 대해 “당시 투표 반영비율은 교수 77.5%, 직원 12%, 학생(학부생&대학원생) 8.5%, 동창 2% 이었다. 학교의 구성원을 보았을 때, 교수 단위가 약 천여 명, 직원 단위가 약 300여 명인 것에 비해 학생 단위는 대학원생들까지 전부 포함하여 2만여 명이었다. 학교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학생들의 투표 반영 비율은 굉장히 낮은 실정이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교수 1명의 투표가 학생 182.4명의 투표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교수들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학생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투표반영비율’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총장직선제와 관련해 2017년과 올해총장 선거에 참여한 이화여대 재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수빈(커뮤니케이션·미디어,17)씨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지난 선거보다 학생 참여에 있어 퇴행한 추천 규정안에 안타깝다. 그저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이사회 측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학생도 이 학교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학생들도 지금 사실 총학생회 외에는 해당 사실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총학생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참여해서 조금 더 학생 다수의 목소리라는 걸 알리도록 해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
김민정(정치외교,17)씨는 “학생을 위한 학교여야 하는데 학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사회가 이해되지 않는다. 17년도 첫 번째 직선제 때도 학생들의 투표 비율을 더 많이 반영해달라고 당시 많은 학생들이 요구했었는데 이마저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이사회 측에서 직선제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사회가 또다시 학생 요구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총학생회가 총장 및 교직원과의 간담회 때 학생들의 요구안에 대해서 더 강조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교생 대상의 설문을 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주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학생들도 총장직선제 진행 과정에 대해서 알아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관련 자료를 붙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이나 이사회 측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요구를 왜 반영하지 않는지 합리적인 설명을 공개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두 학생 모두 중운위가 제출한 학생 요구안에서 꼭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것으로 ‘학생 투표반영비율 25%’를 꼽았다.
한편 학교는 총학생회에게 선거관리위원 학부생 대표 1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운위가 요구안에서 제시한 ‘선거관리위원회 각 구성단위 동수 구성’에 따라 총학생회는 2명의 위원을 추천했다. 교수 대표 3인을 위촉하는 만큼 학부생 대표 2인(학부생2, 대학원1/학생대표 총 3인)을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학생처로부터 ‘규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학생처는 정해진 기간 내에 1명의 추천 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관련 규정에 따라 법인 이사장이 학생 선거관리위원을 임의로 위촉할 수 있다고 통보했고 결국 13일 최종적으로 학부생 1명, 대학원생 1명이 대표로 결정됐다.
△ 제17대 총장 선거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을 규탄하는 중앙운영위원회의 입장문.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제공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적극적대응
7월 28일, 이화여대 중운위는 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제17대 총장 후보자 추천 관련 이사회 의결안 규탄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중운위는 입장문 서두에 한 학기 동안 중운위가 총장 선출과 관련해서 학교와 소통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학생들이 논의해서 전달한 요구안이 이사회의 단 한 번의 의결에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요구안 중 하나인 학생 투표 반영 비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줄 총장이 선출되려면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8.5%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장직선제는 단순히 구성원들이 총장을 뽑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총장을 선출하는 데 필요한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 총장 선출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 이후 총장 선거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 과정까지 각 구성단위가 참여해야 진정한 ‘총장직선제’”라고 전하면서 이사회가 학생 요구안을 전면 수용한 개정안을 다시 의결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입장문에는 “이사회는 학생을 포함한 각 구성단위와 제17대 총장 선출에 대해 함께 논의하라”, “이사회는 학생 요구안 전면 반영한 개정안을 다시 의결하라”, “2017년에 이어 2020년에도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는 이사회 규탄한다”, “이사회가 검토했다는 각 구성단위 요구안, 무엇을 반영하였는지 공개하라” 같은 구호가 포함됐다.
이어 7월 29일, 이화여대 중운위는 이화여대 웰컴센터 옆에서 ‘제17대 총장 후보자 추천 관련 이사회 의결안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7월 29일,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학생들이 이화여대 웰컴센터 옆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제공
이화여대 중운위는 8월 4일부터 ‘제17대 총장 후보자 추천 규정’에 관하여 각 단과대학별로 카드뉴스 또는 입장문을 게시하는 ‘릴레이 규탄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8월 6일 발표한 ‘중앙운영위원회 대응 타임라인’에서 발표했다.
△각 단대운영위원회와 단대학생회가 제작한 카드뉴스. (왼쪽 위부터 사회과학대학, 인문과학대학, 엘텍공과대학, 사범대학, 자연대학, 스크랜튼대학) 이화여대 각 단대운영위원회 제공
이에 대한 학교 측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교 측은 학생들이 진행하는 ‘릴레이 규탄 대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전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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