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겹다”… ‘또 나온’ 서울대 이전론에 서울대생들 ‘나는 적폐’ 정부 비판

입력 2020-08-20 13:47

-“교육권 침해” “무책임한 이슈몰이성 발언 중단해야” 연석회의 공식성명문 게시





-“서울대 다니는 것만으로 적폐 돼” 학내 커뮤니티서 과열된 반응 이어져





-‘교육경쟁력 균등 발전’이라는 정책 자체의 본질에 집중할 때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소현 대학생 기자] 지난달, 각종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서울대 이전론’이 또다시 불거졌다. 논란은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에 서울대·KBS 등 100여 곳의 공공기관 이전 방안이 포함되면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에서 검토한 바가 없다”라며 이전설을 부인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역시 “세종시 이전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13일 공식성명문을 발표해 “교육권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정권을 규탄했다.



△13일 게재된 연석회의 공식성명문(페이스북 캡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서울대가 이전 대상으로 포함된 이유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에 있다. 현재 교육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이에 수도권 거점국립대인 서울대 캠퍼스를 분리이전해 인프라 ‘쏠림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재학생들의 불만은 거세다. 지난달 말 서울대 에브리타임 ‘HOT 게시물’ 게시판의 핵심 키워드는 ‘적폐’였다. 해당 게시판에는 일반 게시물 중 10개 이상의 추천수를 받은 게시물이 게재된다. 재학생들은 익명으로 “서울대 이전이 지방교육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순 없다”라며 정권의 이전안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대에 다니는 것만으로 적폐가 됐다”라는 과열된 반응도 제기됐다.



△ 학내 에브리타임 게시물 캡처.

이는 그간 여당 내 일부 국회의원이 학벌주의 타파를 목표로 주장해온 서울대 통합·폐지론의 여파로 해석된다. 2011년 법인화 이후에도 민주당은 서울대를 지방국립대와 통합해 하나의 국립대학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 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주장해 왔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공동학위제 정책에 서울대는 빠져 있다. 하지만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꾸준히 교육서열 완화 정책에 서울대를 개입시켜온 만큼, 학생들은 정권의 ‘프로파간다형’ 발언에 지친 모양새다.

학내 여론은 학벌주의의 온상으로 무작정 서울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분위기다. 서울대 자체를 교육 과열의 문제적 상아탑에 위치시키는 사고방식이 극단적이라는 주장이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A씨(21)는 “학벌주의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비정상적 교육 구조에서 파생하는 문제”라며 “서울대를 옮기거나 폐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 시도”라 주장했다. 같은 단과대 소속의 B씨(23) 역시 “서울대 이전이나 통폐합이 소위 말하는 ‘적폐청산’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 학내 에브리타임 게시물 캡처

일부 학생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정책의 본질에 집중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과학대학 재학생 C씨는 “이전을 반대한다는 말이 서열주의를 옹호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나아가, 서울대 이전론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서울대를 서열 해소의 ‘수단’으로 여기는 여당의 정책 기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C씨는 “정책의 핵심은 교육경쟁력을 전국적인 차원에서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정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방지역을 중심으로 교육경쟁력을 균등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서울대 이전론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라는 말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일부 과열된 학내 여론에도 우려감을 표시했다. B씨는 “학생들의 반응은 이해되지만, 적폐라는 단어 사용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라며 “감정적인 접근을 줄이고, 사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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