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 사람’ ‘내 꺼 볼래?’ 대학생 SNS 캠퍼스픽 ‘모두의 연애’서 묻지마 만남 성행?

입력 2020-08-13 18:09
수정 2020-08-14 11:05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모두의 연애’가 뜨겁다. 대학생 SNS로 통하는 캠퍼스픽 내 커뮤니티 '모두의 연애'는 약 58,000개의 픽(PICK)을 받은 인기 커뮤니티 페이지다. 인기의 이유는 다름아닌새벽이 되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낯 뜨거운 사진들이 속속 업로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픽이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연동 앱으로 대학생들이 각종 공모전 일정과 대외활동, 채용일정 등이 공유되는 커뮤니티다. 다양한 스터디그룹과 동아리 모집 게시판이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선 필수 앱으로 통한다. ‘캠퍼스픽’은 인증을 거친 이용자라면 누구나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다. 커뮤니티는 독서나 영화 등 관심사별로 생성 가능하며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도 있다.





△(위)에브리타임에선 대외활동을 중심으로 캠퍼스픽을 홍보하고 있다 (아래)캠퍼스픽 모두의 연애 캡처.

특히 새벽 시간대가 되면 ‘모두의 연애’는 높은 화력을 자랑한다. 짧은 간격으로 피드를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수 십 개의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새로운 글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나 1XXcm에 몸무게 XX인데 오늘 만날 사람?”

모두의 연애에서 남성은 ‘모연남’으로, 여성은 ‘모연녀’로 통했다. 이들은 ‘모두의 연애’에서 하룻밤을 보낼 상대나 함께 술 마실 이를 찾았다. 피드는 이외에도 본인의 성적 취향을 설명하는 글이나 “애인 있는 애랑 XX하고 싶다” 등의 음담패설로 가득 찼다. 심지어 자신의 성기 크기를 평가해달라는 글도 있었다.



△'모두의 연애'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모니콘 시그니처’ 문화.

새벽이 되면 이곳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새벽엔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 사진을 올린 뒤 ‘빛삭(빛의 속도로 삭제)’하는 일이 빈번했다. 커뮤니티 특성인 익명성 때문인지 ‘빛삭인증러’들은 이모티콘을 통해 본인을 특정했다. 가령, 특정 신체 부위 사진과 함께 ‘푸딩’ 이모티콘을 붙이면 ‘푸딩남’, 또는 ‘푸딩녀’로 불리고 있었다. 푸딩남(녀)가 2초 뒤 인증 사진을 삭제하면 피드는 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푸딩남 몸 대박”, “푸딩녀 가슴 몇 컵일까”. 몇 분 뒤 새로운 빛삭인증러가 나타나면 피드는 다시 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곳의 빛삭인증에는 성기 사진도 포함된다. 캠퍼스픽 커뮤니티 이용규칙 금지행위 2조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에 따르면, 외설·음란물·음담패설·신체사진 등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게시하는 행위, 불건전한 모임·대화·통화 등 온·오프라인 만남, 유흥 관련 정보 공유, 매매·알선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의 연애에선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특별한 제재도 없다.



△캠퍼스픽 커뮤니티 이용규칙 금지행위 2조.

모두의 연애를 이용 중인 대학생 A씨(여)는 “누굴 만날 목적으로 모연을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항상 글이 올라오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한다”며 “이용규칙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모두의 연애를 이용하는 대학생 B씨(남)는 “모연은 일정한 금액을 결제하지 않고 대학생 또래를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라며 빛삭인증에 대해서는 “(이들은) 잘난 면모도 있지만, 무책임하고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픽은 커뮤니티 이용규칙을 통해 금지행위를 명시했다. 캠퍼스픽에는 ‘신고처리 시스템’이 있다.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글, 댓글, 커뮤니티를 발견한 이용자가 직접 신고 버튼을 눌러 신고하는 방식이다. 신고를 당한 이용자는 게시물 삭제는 물론 최대 5년까지 글쓰기 제한·1:1 대화 이용 제한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하지만 모두의 연애에선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이 커뮤니티를 접한 대학생 C씨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첨엔 공모전이나 동아리 정보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의 연애를 보고 무척 놀랐다”며 “도가 지나친 음담패설은 캠퍼스픽의 취지를 어지럽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타 사이트에선 운영자가 지나친 혐오발언이나 음담패설 등에 조치를 취하는데 캠퍼스픽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게 놀랍다”고 지적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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