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정채영 대학생 기자]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취업의 문턱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사회는 청년들에게 각박해 보이기만 한다. 더욱이 공무원에 눈을 돌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최전방에 놓여있는 카이스트 학생들은 70%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직을 선택한다. 이러한 통계 밖의 학생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나머지 30%, 그 안에서도 극소수인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들을 만나봤다.
2018년 2월 프로젝트 팀으로 시작한 ‘주식회사 와들’은 7월 28일 ‘소리마켓’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소리마켓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쇼핑 앱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시각장애인이 기존 온라인 쇼핑몰 사용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해소했다. 카이스트 18학번 전산학부 유진희(iOS 앱 개발자)씨와 17학번 전기및전자공학부 박지혁 씨를 만나봤다.
학부생으로서 스타트업을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박지혁(CEO) : 고등학교 시절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보행보조 재활로봇 개발 연구를 한 것을 계기로 신체 장애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진학 후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며 시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중에는 학부생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다.
유진희 : 대표와 함께 하던 봉사 동아리 활동 중에 스타트업 참여 제안을 받았다. 기술혁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기술개발에 확고한 뜻이 있어 보였고, 그 목표를 함께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
직접 창업을 해본 경험자로서 창업의 매력을 느꼈나
박지혁(CEO) : 높은 자유성과 빠른 피드백 수용이다. 대기업에서는 대체로 주어진 일을 하는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스스로 일을 찾아나서야 할 때가 많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은 수평적인 사내 구조가 매력적이다. 물론 와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팀원이 학부생이라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대표, 임원과 직원간의 관계가 수평적인 편이다. 나도 대표이지만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을 하였을 때 팀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과거의 실수를 빠르게 깨닫고 고쳐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와들 팀원.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창업 이후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
유진희: 현재 iOS 앱을 만드는 프론트앤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서비스(앱)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개발, 관리, 유지 보수를 하는 것이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일이다. 앱의 디자인, 서버 개발 등 선행 작업이 완료된 후에 개발이 시작되는데, 마감이 임박해오면 일이 몰려 압박을 많이 받는다. 그런 점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때가 있지만, 사용자가 경험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박지혁(CEO) : 아무래도 스타트업 초기에는 학업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는 대표로서 이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법인을 설립한 이후에는 휴학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팀원들에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팀원들의 성장 속도에 맞춰 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싶나
박지혁(CEO) : 와들은 대기업 위주의 기술혁신에서 소외되어 왔던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 기반의 소셜벤처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소셜벤처라 하면 기술력과 시장성이 부족하여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와들은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소셜벤처로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회사로 성장하고자 한다.
창업에 도전하려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박지혁(CEO) : 주변에서 스타트업 창업에는 관심이 있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시작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시작점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상황이 있을 때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하기 전에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장에 나가면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아니거나 이를 구현하기까지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아이템을 바꾸는 것을 피봇(pivot)이라고 하는데, 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아이템만으로는 부족하다. 팀원들 모두가 공감하고 반드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이 창업의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런데 학부생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장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없다면 곧바로 창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거나 여러 경험을 하면서 그 문제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스타트업의 매력에 끌려 창업 선택했죠”손석현 암브로티아 대표
손석현(KAIST 생명과학과 08학번) 암브로티아 대표 역시 많은 선택지 중 창업을 선택했다. 올해 창업 6년 차를 맞은 손 대표에게 창업의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사진=손석현 대표)
카이스트 학부생으로서 다양한 길이 많았을 텐데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카이스트 학부생 시절 응원단 ELKA 6대 응원단장까지 활동하면서 응원단 초창기에 행사를 기획하고 활동하게 됐다. 동아리 초기의 기틀을 다지면서 이와 비슷한 즐거운 직업을 가지고 싶어 창업을 기획했다. 특별한 아이템이 떠올라 창업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스타트업의 매력에 끌려 창업하고 싶었고, 마침 석박사 통합과정에 있던 생명과학과 동기가 연구실 생활에서 떠올린 아이템 제안을 받아 그 분야의 창업을 시작했다."
창업을 준비할 때 학교의 어떤 도움을 받았나
"많은 대학이 산학협력단이나 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카이스트는 카이스트 창업원과 창업원 산하 창업보육센터,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여러 창업 지원 기관을 운영하고 있어 창업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창업 관련 지원 사업을 많이 운영하고 있어 이를 활용해 창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카이스트 창업팀이 입주해 있는 문지캠퍼스.
카이스트 창업지원 환경은 어떤가
"3개의 창업 관련 기관이나 부서가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되다가 최근 카이스트 창업원 및 창업보육센터와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 두 기관으로 통합됐다. 사실 E5 창업경진대회 같이 창업을 시작하기까지 도와주는 프로그램 위주고 그 이후로는 창업자 스스로 알아보고 자금을 유치하고 스타트업을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
△암브로티아 제품 사진.
암브로티아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 달라
"세계 최초 결합제 없는 과립형 미생물 배양 배지를 개발하여 제조, 판매하고 있는 생명과학 벤처기업이다. 현재는 이 아이템 외에도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공급하는 과립형 미생물 배지나 농축산업용 미생물 과립 제품을 개발, 제조하고 있다. 2014년도에 창업해 현재 2020년 여러 분야에 걸쳐 매출액을 확보하고 넓고 견고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혹시 창업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면 경험했던 부분에 대해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창업자로서 창업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창업하면 특별한 아이템, 뜨거운 시장 반응, 여러 투자 유치, 훌륭한 동료와 열정적인 업무 분위기, 고속 성장과 상장이 떠오른다. 그러나 초기 기대와는 달리 미적지근한 반응과 바닥나는 자금, 여러 동료와의 갈등 등 많은 고난이 있다. 회사가 아슬아슬할 때 내가 창업을 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오래 버틸 수 없다. 나의 전략과 정체성을 끈질기게 밀고 나아간다면 예상치 못할 때 기회가 찾아오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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