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해도 돈 나오는 구청 ‘꿀 알바’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20-07-16 18:13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최준형 대학생 기자] 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이 알바를 구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 중에서도 대학생 행정체험연수 사업의 일환인 관공서 알바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꿀 알바’로 불리며 인기다. 관공서 알바는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한 달 가량 민원안내, 행정업무 보조, 주민 센터 업무지원 등 공무원의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업무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경험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생 행정체험연수 사업의 취지다.

하루 4시간 근무와 여유로운 업무, 가까운 출퇴근이 장점

구청 아르바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하루 평균 4시간 동안 근무 한다는 장점이 있다. 방학 동안 공부나 다른 활동에 크게 지장 받지 않고 용돈을 벌 수 있다. 대학생들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 주휴수당이 적용돼, 하루 4시간 주5일 근무 기준 월 96만 원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업무 보조의 성격이 높아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다는 점과 집에서 가까운 근무지에 배치될 확률이 높은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얼마 전 구로구청 여름방학 대학생 알바 모집에 125명 선발에 795명이 지원해 6.36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구로구청 아르바이트 모집인원 및 분야.(사진 출처: 구로구청 홈페이지)

하지만 이 사업의 취지와는 달리, 인력이 불필요한 업무에 대학생들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몇 년 전 강원도 모 구청에서 관공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전 모 씨(25)의 얘기를 들어봤다.

알바생와도 담당자도 ‘나 몰라라’... 임금은 정상대로 지급

강원도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전 씨는 당시 방학을 맞아 관공서 아르바이트에 지원해 선발됐다. 전 씨는 다른 대학생 3명과 함께 해당 지역의 청소년수련관에 배치됐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담당자의 당황한 표정이었다. 기대했던 행정 업무는 고사하고, 수련관 담당자들조차 그들에게 어떤 업무를 맡겨야 할지 몰랐던 것. 결국 전 씨를 포함한 3명의 대학생들은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전 씨는 근무 기간 내내 오전에 잠깐 청소하거나, 한여름에 잡초를 뽑는 등 일명 ‘잡일’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전 씨가 기자에게 보낸 카톡 내용.

전 씨는 ‘아르바이트’란 명목으로 매일매일 출근했지만 할 일이 없어 책을 읽는 동료들도 더러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거나 점검하는 기관은 물론 담당자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구청으로부터 주휴수당을 비롯한 모든 임금은 정상대로 지급됐다.

근무시간도 임의적... 업무 강도는 ‘복불복’

모 구청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선발돼 해당 지역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박 모 씨(23)의 경우는 반대였다. 기존 구청에서 박 씨에게 공지한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였지만 어린이집 원장의 요청으로 오후 1시~5시로 근무시간이 변경됐다. 박 씨는 “아무래도 근무 기간도 짧고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짜놓았던 할 일이나 계획을 불가피하게 변경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어린이집에서 맡은 업무 준비물.

박 씨는 ‘꿀 알바’라고 듣던 것과 실제 업무 강도가 꽤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상대하기도 하고, 수업 교재, 서류 정리 등 남는 잡일들을 도맡아한다는 박 씨는 “아무래도 맡은 업무가 전문성이나 숙련도를 요구하진 않는 단순 업무 위주이지만, 업무량이 많고 여유 시간도 없어 마냥 편하다고는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해당 구청의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알바 중인 대학생 한 모 씨(24) 역시 “정해진 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남는 일이나 요청받는 일을 하다 보니 여유가 많이 없고 계속 정신없이 바쁘다”고 털어놨다.

앞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구청 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배정받는 관공서, 근무지에 따라 업무 강도부터 내용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정해진 업무가 없어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 하거나, 앞의 전 씨의 사례처럼 일이 없어 책을 읽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에서는 배치까지만...사후 관리는 ‘인력 부족’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씨가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던 강원도 춘천시청 행정지원과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본 결과, 춘천시청 관계자는 일명 ‘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지역 내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관들의 요청을 기반으로 배치되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라 언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시청에서는 지역 내 기관들의 인력 수요 조사 후 이를 검토하고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 까지만 담당할 뿐, 그 이후에 대학생들의 업무 실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인력 상의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어 “실질적으로 모든 기관을 감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실태인 만큼, 필요 인력을 파악하고 신청하는 각 기관들에서 조금 더 신중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khm@hankyung.com
<p>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