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대기업 新성장동력 ‘오픈 이노베이션’… 스타트업에 ‘러브콜’ 보내는 대기업들

입력 2020-04-28 17:37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은 더 이상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카피’했다는 논란을 일축하는 한편,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공생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대기업과 스타트업, 국가와 국가 간 교류와 혁신이 중요합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은 어느 한쪽의 이익에 그치지 않고, 공존과 상생을 가능케 하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2019년 12월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스웨덴 스타트업-대기업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연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강조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상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형태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방식은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이다.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벤처를 육성하고 스핀오프와 함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유망 스타트업 ‘모시기’ 치열

대기업과 스타트업간 상생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형태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방식은 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이다.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벤처를 육성하고 스핀오프와 함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벤처 플랫폼 ‘벤처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초기에는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엠바이옴, 튠잇, 폴레드 등 3개사가 분사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11개 사내 스타트업이 벤처플라자에서 독립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각각 ‘하이게러지’와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최근 헬스케어 전문 기업 인바이츠 헬스케어와 양자통신기술 전문 기업 IDQ가 SK텔레콤의 독자 기술을 품고 ‘하이게러지’에서 분사했다.

사내벤처보다 보편적인 방식은 외부의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다. 주로 사회공헌활동(CSR) 사업의 일환으로 사내벤처의 노하우를 살려 외연을 확장하거나, 별도로 관련 사업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C랩이다. 사내 벤처에서 출발한 삼성 C랩은 2018년, 기존 사내벤처를 ‘인사이드’로 명명하는 대신 ‘아웃사이드’라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눈을 밖으로 돌려, 외부의 우수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ICT기업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취약 계층의 편의를 돕는 ‘대학(원)생 대상 배리어프리 앱 개발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된 팀에게는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맞춤형 교육캠프, 제작 지원비(팀별 400만원), 매월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한다. 우수 성과팀은 총 900만원의 상금을 추가로 받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22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임팩트업스(ImpactUps:=(social) Impact+Startups, Impact+ups)’를 론칭했다. SK텔레콤은 이들 기업에 투자자 및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 MWC 4YFN(4 Years From Now) 전시 지원, SK텔레콤 및 SK관계사와 비즈니스 협업 기회 발굴 등을 돕는다.

포스코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최대 5억원까지 펀드를 투자하고 선별적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추천 등 후속투자 연계, 사업화 교육 및 멘토링 기회 제공, 포스코 창업보육공간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

대기업이 외부 기관과 연계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대기업-스타트업간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확대 실시한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업협력을 원하는 대기업과 연결하는 상생협력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삼성넥스트, P&G, 존슨앤드존슨, 오비맥주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는 이들 참여 대기업을 확대하고, 서울창업허브 및 한국무역협회, 신용보증기금 등 기관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CJ와 함께하는 오벤터스(O!VentUs·Open+Venture+Us)다. AI/빅데이터, 푸드테크, 물류, 미디어/콘텐츠 4개 분야 대상 스타트업에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CJ ENM과 공동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LG사이언스파크와는 AI와 빅데이터 스타트업을, 삼성넥스트와 AI/프론티어 테크, 디지털 헬스, 소비자 데이터 등 혁신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다.

한정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존 사업영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 기술 트렌드에 생존하기 위해 클로즈가 아닌 오픈된 이노베이션이 필수가 된 만큼 사업을 확대해 개방형 혁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CJ ENM, LG전자와 함께 ‘콘텐츠 기업 연계 스타트업 육성 지원사업(이하 콘피니티)’프로젝트를 운영한다. CJ ENM과 LG전자가 각각 참여해 방송 분야와 실감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벤처기업협회는 2018년부터 현대·기아차와 손을 잡고 벤처 및 스타트업에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와의 기술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우수 협력성과물은 현대·기아차 완성차 적용도 가능하다.



M&A로 대기업-스타트업 간 상생 지켜야

여러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도 인수합병(M&A)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진정한 ‘공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기업의 품 안에서 여러 변수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M&A가 여러 제약에 묶여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벤처투자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장외매각 및 상환이 투자 회수의 53.7%를 차지했고 이어 기업공개(IPO)가 32.5%였다. 국내 M&A는 2.5%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제약을 많이 두고 있다. 이를 테면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5% 미만 지분투자만 하도록 규제하는 등이다.



자회사로 편입한 뒤에도 부당지원·일감몰아주기, 자금지원 불가 등의 규제를 받는다. 지주회사는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보유도 금지한다. 2019년 12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M&A 활성화정책 토론회’에서 나수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국내 스타트업 M&A를 주저하게 됨에 따라 M&A시장이 수요자 위주 시장이 돼 국내 스타트업이 저평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제13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대기업 역시 수요와 공급이 받쳐주는 전후방 생태계가 필요하다. 특히 M&A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중요한 방식”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공정거래법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스타트업과 상생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순간 여러 걸림돌이 생겨버린다”고 설명했다.

한정화 이사장은 이어 “그래서 해외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결국 뛰어난 기업들이 해외에 팔려버린다”며 “계열사 편입 유예 기간을 두는 등 대안을 마련해서라도 국내 M&A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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