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보은정보고 늘품, “소소한 재능으로 지역 이웃에게 봉사해요”

입력 2020-02-24 18:22

[하이틴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보은정보고등학교 ‘늘품’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지역의 이웃을 위해 활동하는 재능 기부 봉사 동아리다. 2019년에는 취지를 확장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한 역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벽화그리기와 독서 토론회, 나눔의 집 방문 등으로 보폭을 늘렸다. 늘품은 보은행복교육지구 ‘작은 어울림’ 사업 공모를 통해 150만원을 지원받아 활동에 힘을 더하고 있다. 2020년 신입생을 받기 전 마지막 활동으로 보육원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보은정보고 늘품 동아리를 찾았다.















동아리 ‘늘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서진(2학년, 회장) 늘품은 주로 보은 지역에서 각자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시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정희(3학년) 늘품은 학생들 수준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수준의 봉사활동을 하는 재능 기부 봉사 동아리입니다. 요리해서 대접하거나 그림 재능을 살려서 벽화를 그리죠. 때로는 배우고 익힌 재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전통 매듭 공방을 찾아가서 매듭 공예를 배운 후에 공예품을 만들어 기부하는 식이죠.

조한희(2학년) 늘품은 ‘늘 푸르다’라는 의미와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품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관이나 선생님이 정해주신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봉사 대상 및 방법을 기획하고 구상하는 자율성도 특징입니다.

늘품의 구체적인 활동을 자랑해주세요.

김수진(1학년) 무더운 여름에 근무하시는 보은 지역 경찰관과 버스기사님들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작년 6월 보은경찰서를 방문해 얼음을 갈아 팥빙수를 대접하고 7월에는 수박화채를 만들어서 버스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경로당과 노인정에 찾아가서 백숙과 파전을 만들어 드리기도 했죠.

정희 제가 1학년이었던 2017년도에는 청각장애를 가진 노점 상인에게 메뉴판을 만들어드렸어요. 지역 명소인 법주사를 찾아서 주변을 소개하는 관광 안내판을 만들어 제공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이처럼 멀리 계신 분들이 아니라 저희 곁에 계신 분들을 위한 활동을 해왔죠.

서진 2019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루는 주제로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평화의 소녀상 도안을 직접 구상해서 교내에 벽화를 그렸죠.

한희 또한 얼마 전까지 보은에 계시다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신 이옥선 할머니를 찾아뵀습니다. 보은 지역 전통이 깃든 매듭공예를 배워서 안경 줄과 브로치를 직접 만들어 드렸죠. 안마도 해드리고 준비한 율동도 보여드리면서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 관련 활동을 하며 어떤 것들을 느꼈나요.

정희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왜곡된 지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역사를 올바로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서 먼저 나부터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죠.

한희 ‘위안부’라는 단어를 쓸 때는 작은 따옴표를 꼭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안식을 주고 위안을 주다’라는 일본 측 가해자의 의도가 들어간 표현이기 때문이죠.

서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 중 인터넷에 있는 자료에 대한 설명과 역사박물관에 있는 사료의 설명이 조금씩 다른 것들이 있더라고요. 잘못된 정보들이 더 퍼지기 전에 어떤 것이 맞는 사실인지 제대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처음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진 제가 1학년일 때 회장이었던 선배가 동아리를 홍보하며 가입을 권유했어요. 소개를 듣다 보니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한희 제 동기들이 1학년 때 활동하는 걸 보고 저도 2학년 때 가입해서 활동을 시작했죠. 중학교 시절에는 생활기록부를 채우려고 봉사활동을 했다면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자율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진 솔직히 저는 처음에 창업동아리 ‘더울림’과 착각해서 잘못 지원했어요.(웃음) 그런데 활동하다보니 생각보다 재밌고 보람 있어서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하며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한희 봉사활동은 특히 변수에 따라서 더 힘들기도 하고 더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평화의 소녀상 벽화를 그릴 때는 무더운 날씨를 예상하지 못했어요. 땀을 엄청나게 쏟으면서 작업했죠. 반면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할머니를 못 뵐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뵙고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희 고생보다는 보람이 커서 힘든 점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요. 굳이 떠올리자면 ‘인우원’이라는 요양원에 방문해서 화채를 만들었을 때 수박 속을 파내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네요.(웃음)

수진 자율 동아리라서 방과 후나 주말에 주로 활동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어요. 주말에는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래도 막상 활동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져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진 선배들에게 칭찬받을 때요. 양로원에 방문해서 닭백숙과 파전을 만들면서 선배들이 닭 손질을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죠.(웃음)

서진 지역 방송국에 저희 동아리가 소개된 적 있는데 마을 주민 분들이 알아보시고 칭찬해주셨어요. ‘학생들이 기특하고 항상 응원한다’는 말을 들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수진 늘품에 가입하기 전까지 저는 약간 자기중심적인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고 봉사하면서 협동심도 키우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됐죠.

정희 사회복지 쪽에 관심이 약간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늘품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확실히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통해서 저의 진로인 사회복지 분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서진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왜 저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나’라는 근원적인 의문도 있었어요. 그런데 활동하면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보람을 느끼면서 내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꾸준히 남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올해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서진 작년에 이어서 역사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독도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세한 기획을 하지는 못했는데 가능하다면 독도에 대해 널리 알리고 직접 방문하는 등 여러 활동을 펼쳐볼 생각입니다.

한희 지금까지는 양로원과 노인정 등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활동을 주로 했어요. 올해는 우리 주변의 아이들과 장애우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정희 저는 이제 졸업하지만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늘품에서의 활동은 3년 동안 좋은 추억이 됐고 앞으로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수진 올해 2학년이 되면 새롭게 선발될 회장을 보조해서 활동 영역을 저희 지역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지역까지 확장하고 싶습니다.















늘품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한희 제 학창 시절의 가치를 높여주는 고생이죠. 하기 힘든 일을 굳이 찾아서 하는 거잖아요. 더운 날에 벽화를 그리고 얼음을 직접 갈아서 빙수를 만드는 일들은 누구나 하기 싫지만 만족감이 높은 고생입니다.

정희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모든 기억은 아무리 생생해도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잊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늘품은 활동 하면서 너무도 즐겁고 결과도 뿌듯해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2020년도 신입생들에게 가입을 권유해주세요.

서진 저희 활동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활동이라서 정식 봉사시간으로 인정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고 무엇 보다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에 추천합니다.

정희 진로에 대해 명확한 꿈이 없는 사람이라면 늘품 동아리에 가입하세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남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한희 학창시절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면 늘품에 가입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봉사라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요.









오은열 지도교사

“봉사 기획부터 활동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합니다”

보은정보고 ‘늘품’은 2017년 설립한 자율동아리다. 설립당시 2학년이었던 맹서영 학생(늘품 초대 회장)이 처음 만들어 활동을 주도했고 이후 학생들에 의해 꾸준히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동아리원 선발은 물론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까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가입을 원하는 학생들 모두 동아리에 가입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로 일요일과 주말에 자율적으로 활동한다.

자율동아리지만 학생들이 봉사활동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거나 벽화에 전문성을 더하는 작업 등은 학교 내 여러 선생님이 돕는다. 늘품의 시작부터 동아리 지도를 맡아온 오은열 지도교사는 “지도교사로서 크게 개입하지 않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돕는 선에서 지원한다”며 “여러 명이 먼 곳으로 이동할 때나 활동 영역에서 전문교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다른 선생님들도 힘을 합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학생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며 올바른 인성을 키우고 역사의식을 함양한다”며 “지역사회 봉사활동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서범세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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