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소함은, 세상을 바꾸는 가설이 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결과 공유회'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박희은 대학생 기자] 11월 23일, 서초 종합 체육관에서 ‘2019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2019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회, 한국문화의집협회가 인문 가치를 접목하여 청년이 일상의 행복과, 사회적 의제를 찾는 실험을 지원한다. 만 39세 이하로 구성된 실험 팀은 4개월간의 긴 여정을 거친다. 5월부터 시작해 7월 100팀이 선정됐고, 사전워크숍과 중간워크숍을 거쳐 올해에도 총 100팀이 4개월간의 인문 실험 활동을 마쳤다. 생활인문실험은 ‘가족,이웃.세대 간 소통과 관계 맺기, 누구나 쉽게 참여하는 생활 속 인문, 삶의 성찰과 변화 등을 담은 기획과 활동’을 말한다. 여기에는 일상 속의 ‘인문소통, 일상인문, 인문예술, 인문사색’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의제와, 지역변화에 대해 청년들이 주도로 실험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올해 활동 팀 수는 생활인문실험 70팀, 사회변화실험이 30팀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팀이 활동했다. 이날 100팀이 4개월 동안 활동한 결과물과, 포스터, 활동 후기가 서초 체육관에 전시됐으며, 100팀의 인원들이 모여 결과 공유를 하고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이날 문화체육부장관 특별상은 사회실험 부분에서 ‘상상공작소’가 수상했다. ‘상상공작소’는 탈북청년을 포함한 다양한 청년을 대상으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문실험 부분에서 ‘요망진 아이들’의 ‘야, 너도 제주어 할 수 있어’ 프로젝트가 수상했는데, 이들은 지역 아동센터 및 다양한 지역 센터를 방문해 사라져가는 제주어의 특징과 매력에 대한 놀이를 소개했다.
‘IOT 뮤지엄’은 특별히 작년에도 참가한 팀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물과 사람에 대한 실험을 했다. 올해는 ‘이삿짐을 풀다’라는 프로젝트로, 서울로 올라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삿짐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가 세운 가설은 ‘이사 올 때 물건에 자신의 마음이 반영된다’로 총 8명을 대상으로 서울로 올라올 때 들고 온 이삿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책을 만들었다. 인터뷰이들을 다같이 모아 밥을 먹는 자리를 마련하는 이른바 ‘네트워킹’을 기획 중이다. 참가자들이 결과적으로 ‘보람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았다. ‘IOT 뮤지엄 팀’의 오현식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OT 뮤지엄 팀의 오현식 씨.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가 있나
대학교에 합격을 해서 친구와 내일호 여행을 떠났다가 그 짐 그대로 서울에 정착한 인터뷰이가 있다. 이사의 과정 없이, 내일호 여행 짐 자체로 서울에 정착한 후. 다른 짐은 서울에서 구매한 거다. 아무것도 안 가져옴으로써, 원래 살던 고향과 의식적으로 단절됐다. 그때 떠나면서 첫 기차에서 썼던 일기장이나 여행 기록을 자기가 아직까지 갖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는 이삿짐이 그리움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향과의 단절일 수도 있겠다. 이삿짐에 다양한 의미가 있음을 느낄 때 좋았다.
2년째 활동 중이다. 작년에는 ‘신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던 걸로 알고 있다
맞다. 당시에도 같은 물건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지를 느꼈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신발인데 그 물건에 어떤 다양한 이야기가 묻었을까. 정말로 다 각자 다른 이유로 신발을 신더라. 다양한 인터뷰이가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신발을 두 개만 신는 사람도 있고, 백 몇 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렸을 때 신발에 대한 추억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던 분도 있었다.
참가 계기가 있나
공모전 사이트에서 우연히 봤다. ‘청년 인문실험 공모전’이다. 서울시에서 하는 청년 사업의 나이 기준보다, 인문실험이 나잇대가 높다. 그래서 아직 나도 청년의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내 성격에 대한 부분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직접적으로 ‘너 어땠어?’라고 묻는다기보다, 신발이라던가, 이삿짐 같이. 어떤 매개체를 통해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오히려, 타인이 아닌 내 성격을 고찰했다.
‘이분의 일’팀도 작년에 이어 2년째 인문실험과 함께하고 있다. ㈜이분의 일 코리아는 올해 9월로 기업이 됐다. 첫 시작은 작년도 ‘포천 아저씨를 찾습니다’라는 어르신의 자서전을 써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팀원 김영랑(29, 이분의 일 팀원)씨를 인터뷰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때 보람을 느끼죠”
방수영 이분의일코리아 대표
지난해 진행한 ‘포천 아저씨’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 달라
우리의 취지는 과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거였다. 과천에서 몇 년 동안 식당 일을 하셨던 분과, 과천역에서 역장을 오랫동안 하신 분, 운동과 아이들을 키우시는 젊은 아버지. 이렇게 세 사람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서전을 작성했다.
자서전을 작성한 기간은
사전 인터뷰 하고, 기획 회의 하고, 원고를 받고 편집 회의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 글은 왠만하면 우리가 손대지 않았다. 그 분들이 담고 싶은 내용을 담는 게 중요했다.
지원자가 많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선정했나
이름과 나이와 어떤 내용을 담고 싶은지에 대해 간단하게 지원을 받았다. 그걸 보고 우리 팀과 잘 맞는다거나, 혹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분야의 사람을 선택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이분의 일’팀이 올해 사업자를 냈다고 들었다
올해 9월에 ‘이분의 일 코리아’라는 법인을 냈다. 처음에 5년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걸로 시작해서 진행 했다. 책을 통해서 사람이 누구나 다 자기 표현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 표현의 수단으로 우리 팀은 책이라는 걸 선택했다. 책이야말로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나 싶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우리 나이 대와 나를 찾아가고 싶은 사람이 책을 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게 강의도 작년부터 시작하고 있다. 올해는 ‘과천시 아줌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분의 일 코리아의’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지금 수입은 거의 편집, 제작이나 강의비로 들어온다. 재단을 통해 강의 제의를 받고 그 인건비가 수익으로 나온다.
이번 ‘과천 아줌마 프로젝트’도 지원자가 많았나
아저씨 때보다 아줌마 때가 지원이 더 많았다. 이번에 뽑히신 분들이 다른 점이 있다면, 과천아저씨 때는 쓰고 싶은 내용만 딱 써서 보내주셨는데. 이번에는 지원서에만 해도 워드파일 몇 개를 첨부해주시고 강한 의지를 보이시는 분들이 많으셨다. 이번에도 세 명과 함께할 생각인데, 작년도 ‘과천 아저씨’ 때보다 훨씬 뽑기 힘들었다.
인상 깊은 지원자가 있었나
한 분이 봉사활동을 되게 많이 하신 분이 있다. 원래 처음에는 여행을 좋아하셔서 동남아를 비롯해서 아프리카, 인도 이런 쪽에서 여행을 많이 하셨다. 이분이 우연히 아프리카 유치원에 갔다가 유치원에 있는 아이들의 삼십 퍼센트가 에이즈 보균자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으셨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성폭행 예방 인형극을 만들어서, 아프리카 투어를 하셨다는 지원자가 계신다. 나는 아프리카에 그런 사실이 있는 것조차 몰랐고, 그분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분이 부유한 분도 아니고 진심을 다해서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쏟는 모습에 나도 많이 배웠다.
보람을 느낄 때가 있나
항상 보람을 느낀다. 배울게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좋다. 나는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시각이고. 간접 경험으로도 좋다. 사실 가장 큰 보람은 완성된 책을 볼 때 참가자분들이 좋아하실 때다. 내 얘기가 이런 결과물로 나올 줄 몰랐다고, 좋아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
책판매도 하나
판매를 원하실 경우 판매를 한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하는 책들은 판매라기보다는, 자신이 소장하고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더 많다. 아까 말했던 아프리카 봉사를 하신 분은 책이 두께도 있고 내용도 괜찮았다. 판매로 하고 싶다고 하셨고 그 판매 수익금을 아프리카에 기부하고 싶다고 하셔서 다시 판매용으로 편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하시는 경우에만 판매 한다. 이 책은 부수도 많이 찍게 될 것 같다.
지원자 모집은 어떻게 하나
과천사랑이라는 오래된 과천 시민 커뮤니티가 있다. 그곳에 올리고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부착한다.
내년에도 인문실험에 지원할 생각이 있나
우리가 이번에 두 번째다. 내년까지 뽑아주실까 싶지만. 당연히 하고 싶은 마음이야 있다. 두 번의 프로젝트마다 지원자분들이 너무 많아서 다 해드리고 싶고 들려드릴 이야기도 많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큰 발전이 아닌 내면의 작은 변화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인문 리빙랩’, 내년에도 청년들의 사소한 일상이 의미 있는 가설과 결과로 도출될 것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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