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달 살기, 아직도 안 해 봤어?” 대학생이 다녀온 제주도·호치민·부다페스트 ‘한 달 살기’ 여행기

입력 2019-11-12 16:43
수정 2019-11-15 09:29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이정미 대학생 기자]한 달 살기는 최근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잡았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의 삶을 체험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한 달 살기 프로그램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어떻게 한 달 살기를 즐기고 있을까.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3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대한민국 제주도, 32일간 살기 (2019년 8월26일 ~ 9월26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한 달간의‘힐링’ 여행



△ 제주도 한 달 살기 당시 장민수씨 (사진제공=장민수)

“군 전역을 하고 스물넷에 2학년 1학기로 복학을 했어요. 그리고서 세 학기를 연달아 다녔는데 3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쉬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장민수(한양대 정치외교학)씨의 한 달 살기 모토는 ‘힐링’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학교생활 등 자신을 얽매던 것들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 할 계획으로 한 달 살기를 결정했다. 해외여행에 비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국내여행을 더 선호해 제주도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 제주환상종주자전거길 완주 증서 (사진제공=장민수)

제주도에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을 이용해 제주 곳곳을 누비며 한 달 살기를 즐겼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꼽았다. 평소 자전거 국토종주에 관심이 있었던 장 씨는 2박 3일동안 총 234km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한 달 ‘살기’이기 때문에, 잠깐 놀다 가는 게 아닌 내 집처럼 편안한 장소가 하나 더 생겨서 좋았어요”

장씨는 한 달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운 한 달 살기를 보냈다. 힘들고 지칠 때 반드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장씨는 “한 달 살기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해 주는 법,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 83일간 살기 (2019년 2월18일~ 5월11일)

해외에서 영어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곳, 베트남



△ 베트남 RMIT 대학 교내 국제 행사 (사진제공=이현주)

이현주(경일대 간호학과)씨는 버킷리스트인 ‘해외에서 영어 배우기’를 실천하기 위해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베트남 대학 내 어학원에서 공부하는게 어떻겠냐는 친척의 권유가 계기였다. 이를 위해 출국 한 달 전부터 베트남어 및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현지에서는 이씨가 다닌 RMIT대학 내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다. “국제 페스티벌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 각국의 부스가 있었는데, 한국 부스에서 제가 아는 것을 전해줄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다”며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학교 생활과 친구들과 지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언어 외에 한 달 살기를 하며 이씨가 알게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향후 해외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다니길 꿈꿨지만 막상 해외에 홀로 있으니 이 생활이 맞지 않다고 느꼈다. 다행히 일시적인 외로움이었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성향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서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한 달 살기를 통해 내 성향이 해외 거주와 맞는지, 그 나라가 나와 맞는지 등을 알아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라 말했다.



△ 베트남 한 달 살기 당시 이현주씨 (사진제공=이현주)

이씨는 “한 달 살기의 목적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왜 가는지’를 분명히 정하고 가는게 좋다”고조언했다. 이씨 역시 목표의식이 없었던 탓에 초기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베트남에 온 목적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고 극복할 수 있었다. “공부를 위해서든 오로지 쉬기 위함이든 목표의식을 가지면 한 달 살기를 잘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

헝가리 부다페스트, 31일간의 한 달 살기 (2019년 7월22일 ~ 8월23일)

다이내믹한 한 달 살기 후, 본격 교환학생 준비 중



△ 헝가리 한 달 살기 당시 엄신호씨 (사진제공=엄신호)

‘대학생 또는 20대 때 꼭 해야할 일‘과 같은 설문조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이다. 직장인이 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엄신호(동아대 패션디자인학과)씨도 그러한 이유로 지금 한 달 살기를 경험하기로 결심했다. 해외에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기대를 안고 떠난 한 달 살기는 순탄치 않았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사기를 당한 것이다. 미리 예약했던 숙소의 호스트와 연락이 닿지않아 현지에서 급하게 숙소를 찾아다녔다.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고 돌발 상황에 대한 나름의 처세술이 생겼다.

엄씨에게 한 달 살기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유럽 여행 중 겪을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엄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달 살기를 떠나기 전 망설인 이유이기도 했다. 걱정과는 달리 현지에 도착해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오히려 인종차별이나 안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막아주고 지켜주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평소 패션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던 엄 씨는 헝가리에서 지내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만났다. 한의학 전공자, 스튜어디스 등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웠을 사람들과 교류했다.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들으며 소위 말하는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엄 씨는 한 달 살기를 다녀온 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한 달 살기를 경험한 세 사람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 것”. 물론 낯선 곳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물론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한 달 살기는 성공과 실패로 단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 자체만으로 당신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tuxi0123@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