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묻고 스케치가 답하는 '청춘상담소'
[캠퍼스 잡앤조이=작가 스케치]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상경한 스물두 살 청년입니다.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쫓겨 가는 것 같고, 늘 피곤해 보이네요. 스마트폰에 담긴 세상 역시 우울한 블루뿐입니다. 따뜻하기만 할 것 같았던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외롭고 막막합니다. 꿈을 이루기에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시간을 일해서 받는 8,350원, 그저 청춘을 팔아 오늘 하루도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2019년 청춘의 가치
청춘의 시간을 값으로 매겨보면 얼마일까요?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지만 국가는 해마다 그 값어치를 정합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노동자와 기업 간 임금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는데요, 일정 수준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근로자의 노동가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으로 커버할 수 없는 삶
2019년 청춘의 가치는 시간당 8,350원입니다. 청춘의 한 시간을 팔아 책 한 권 사 읽기 어렵고, 영화 한 편 보기에도 제한적이죠. 그럼에도 지금은 그마저도 팔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 침체와 탐색 마찰로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운 좋게 판매처를 구해 부지런히 시간을 팔아도 청춘의 삶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습니다. 분명 2018년보다 값어치가 10.9퍼센트 올랐음에도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이유는 청춘 경제지표로 알 수 있습니다. 청춘의 가치가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퍼센트 올랐지만, 택시 기본요금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27퍼센트 올랐고 영화 관람료마저 10.14퍼센트 올랐습니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 또한 내년에 1,750원으로 오를 수 있다고 하고요. 그러니 한 달 생활비를 정산해본다면 지출이 더욱 많아져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됩니다.
사실 최저시급이 오르면 대부분 사업가는 당연히 최저시급 인상률보다 높게 상품 가격을 책정하거나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을 찾습니다. 많은 경제학자, 경제 전문가가 최저시급 인상으로 청춘의 삶이 좋아지리라 주장합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최저시급이 1만 원을 넘겠죠. 그러나 2만 원을 넘더라도 우리네 삶이 나아지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교환의 매개물인 화폐에는 가치라는 관념이 부여되는데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원화 화폐는 대한민국 국가신용으로 발행되고 거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 생산 인프라를 담보로 거래됩니다. 이 화폐를 가지고 대한민국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바밤바, 메로나를 사 먹고 연극이나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최저시급 인상은 사회 생산 인프라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뿐, 시간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제한적입니다.
교환의 매개물인 화폐는 가치라는 관념이 부여된다.
가치는 다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되며,
가치척도는 노동이다.
그리고 가격은 가치를 화폐로 나타낸 것이다.
_애덤 스미스, 《국부론》
고등어+노동가치+노동가치…=고등어조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자연물은 본래 가치가 없습니다. 뒷산에 아무리 달래, 냉이가 많아도 뒷산에 그대로 있다면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습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달래와 냉이를 넣어 만든 비빔밥을 먹고자 지불하는 값은 산에서 달래, 냉이를 시장으로 운송하고 가공하는 데 들어간 노동가치를 의미합니다. 바다에 있는 물고기도 마찬가지죠. 바다에 있는 고등어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고등어조림으로 치르는 값에는 고등어를 잡은 어부의 노동가치와 고등어를 시장까지 운반해서 판매하는 상인의 노동가치, 그리고 주방에서 조리한 요리사의 노동가치가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상품은 노동이 들어간 만큼 가치를 지닙니다.
노동가치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하는데요, 첫째는 노동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노동 결과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빔밥, 고등어조림 모두 완성된 결과물이 있어야만 값을 치르고 살 수 있습니다. 노동이 투입돼도 조리 과정에서 음식이 상했다면 결국 결과물이 없는 셈이죠. 그 음식은 상품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없다는 뜻입니다.
상품 가치는 다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구분되는데요, 사용가치는 상품을 쓰면서 발생하는 효용을 말하며, 교환가치는 다른 물품으로 바꾸는 힘을 뜻합니다. 청춘의 시간은 높은 사용가치에 비해 교환가치는 그해 그해 정해집니다. 그래서 1999년 청춘, 2009년 청춘, 2019년 청춘, 앞으로 2029년 청춘, 어느 시대든지 우리의 시간을 팔아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환가치는 매우 낮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청춘의 시간을 팔아서 삶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먼저 우리의 노동가치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나눠야 합니다. 다음으로 가치별로 인정받는 일을 찾아야겠죠.우선 교환가치가 큰 일을 찾아봅시다. 청춘의 시간을 제값으로 인정받는 일이란 동일 노동가치로만 평가받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차등 노동가치가 인정되는 일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한화금융그룹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인 ‘앰버서더’, 국민은행 마케팅 프로그램의 ‘대학생 홍보대사’,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인 ‘글로벌 리포터즈’, 현대자동차그룹 청년봉사 프로그램 ‘해피무브’, LG그룹이 제공하는 문화 탐방 프로그램 ‘글로벌 챌린저’ 등이죠. 이 밖에도 청춘의 시선과 생각에 높은 가치를 주는 공모전이 있습니다. 공모전은 우리네 노동가치를 제값으로 인정받는 더할 나위 없이 생산적인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사용가치가 높은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서 효용이 높은 일을 찾으면 됩니다. 벌기earning 위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배우고learning 싶은 일을 한다면 우리가 파는 청춘의 시간에 스스로 더 많은 노동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 시간이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더없이 값진 사용가치가 됩니다.
스케치(brunch.co.kr/@barneconomy)
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인 스케치는 한시적 청탁금지법 대상자로 국가나 지자체의 청년을 위한 경제 정책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삼성, LG, 한화 등 유수의 기업에 관련 칼럼을 기고하며, 2030세대를 위한 경제/재테크 카운슬링 ‘청춘 경제’로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5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