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 김은지 대학생 기자] 서강대는 2019년 1학기부터 학생들의 성적표를 학부모에게 문자로 발송하기로 했다. 그동안 성적표를 우편으로 발송했으나주소오류로 인해 성적표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빈번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교칙도변경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성적 문자 발송 시스템에 대해 고등학생과 다를 것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방식의 문제가 아닌, ‘성적표를 부모님께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기말성적표 우편 발송 폐지에 따른 서강대의 공지
사라지는 종이 성적표, 우편 발송 대체는?
서강대는“성적표 우편 발송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6월 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서강대뿐만 아니라 대학들은 최근종이 성적표 발송을 연달아 중단시키고 있다. 5월, 이화여자대를 시작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또한 성적표 우편 발송을 중단했다. 종이 성적표를 우편으로 발송하면 학생의 성적이 타인에게 공개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종이 성적표를 대신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은 학교마다 크게 다르다. 이화여대와 연세대는 학부모 서비스 페이지를 따로 운영한다. 학부모가 학생의 성적표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서강대는 학부모 성적 조회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에게 성적을 문자 발송한다. 학생이 포털 시스템에 기재한 보호자 연락처는 별도의 확인 절차까지거친다. 그리고 학생 동의를 받은 후, 학부모들은 핸드폰으로 자녀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 성적 공지 시스템, 유지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학교가 학부모 성적 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강대에 재학 중인 정지원(24세) 씨는 “학생들은 학교의 전통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지정좌석제, 수업 타종, 성적 공지가 전통이라 여기는 것”이라며 기존에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큰 반감을 느끼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방식이 바뀌어도 학교가 학부모에게 학생의 성적을 통지한다는 사실에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제공해왔던 서비스를 굳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학생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학부모는 학생의 성적을 볼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에 정 씨는 “개인적으로는, 학생의 성적은 개인정보이므로 공개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학생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지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부모님의 지원 없이 대학을 다니기 어려우니, 단순하게 생각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서강대 측의 입장도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프라인 성적 통지가 문제점이 있었기에 방법을 바꾼 것일 뿐이고, 학생 성적 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홍보팀은 “개인정보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논의를 거쳐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입장을 전달했다.
△고려대 학부모 성적 열람 페이지
서울 내 주요 학교들의 상황은
다른 학교의 상황은 어떨까. 학생 공지 서비스가 있는 연세대에 재학 중인 A 씨는 “서강대의 성적 문자 공지도 연세대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형식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을 전달했다. 이어 “학비를 지원하는 부모님이 성적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생 동의 없이 공개가 되거나 강제성을 띠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숭실대의 경우, 우편 발송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학부모용 성적 조회 시스템 도입을 논의했으나 결국 시행하지 않았다. 학부모가 학생의 성적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는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경희대, 세종대, 홍익대는 우편 성적표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편 발송 서비스를 인식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알고 있더라도, 학생들이 주소를 다른 곳으로 기입하여 성적표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렇듯 학부모의 성적확인 시스템이 유명무실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시스템 자체를 폐지하는 대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부모의 도움 없이 대학교를 다닐 수 없는 학생이 많은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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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은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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