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Humans of Seoul’ 인터뷰어 김태종·박정원 씨

입력 2019-09-04 14:03
수정 2019-09-04 17:24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윤정주 대학생 기자] 시장의 할아버지, 거리의 청춘, 학교의 아이들과 출근길의 회사원. 우리 주변을 스쳐 가는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Humans of Seoul’ 프로젝트는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섭외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과 슬픔, 용기 등 삶의 보편적 가치를 담아 전한다. 매주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Humans of Seoul’의 이야기를 듣는다. ‘Humans of Seoul’의 김태종, 박정원 인터뷰어를 만나 콘텐츠 제작 과정과 그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Humans of Seoul’의 페이스북 메인 페이지.(사진 출처=Humans of Seoul)

-‘Humans of Seoul’은 인터뷰 대상을 미리 선정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즉흥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는 주로 어떤 장소에서 진행되나

김태종(이하 태종) 일반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이 인터뷰하기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몇 번 경험해보니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좋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단 둘만 있는 공간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서로를 향한 집중이 흐트러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항상 ‘적당히’를 추구하는 편이다. 사람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곳을 찾아다닌다.

박정원(이하 정원) 초반에는 주로 미술관이나 공원, 광화문이나 시청 근처 등 사람이 많고 앉을 데가 많은 곳을 위주로 찾아다녔다.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을 때라 오히려 그런 곳이 섭외가 쉬우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달은 낯선 사람과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인터뷰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인터뷰 섭외에 여러 차례 거절당하면 의욕이 떨어져 집에 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인터뷰가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서 서울에서 가보지 못했던 곳이나 남들이 잘 인터뷰 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를 위주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최근엔 동묘 근처에 있는 풍물시장, 세운상가 일대, 서울식물원, 광장시장을 주로 다닌다.



△인터뷰 중인 박정원Humans of Seoul 인터뷰어(사진 왼쪽)의 모습.





-인터뷰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Humans of Seoul’에 소개되나

태종 인터뷰어에게는 모든 인터뷰가 전부 소중하다. 사전협의도 없이 인터뷰를 수락해준 마음들이 매우 고맙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인터뷰를 게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독자들이 인터뷰를 읽는데 할애할 시간의 가치를 고려해 인터뷰 중에서 인상 깊은 것을 선택해서 올리고 있다.

-Humans of Seoul의 인터뷰 중에는 선뜻 밝히기 어려운 사연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어떻게 이끌어내나

태종 인터뷰이의 나이, 지위, 가족관계, 과거 등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이나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에게 ‘나는 당신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이도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더욱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정원 인터뷰이에게 평소에는 잘 받지 못하지만 존재의 핵심에 가까운 질문을 던진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은?’ ‘요즘 가장 큰 고민은?’ ‘10년 전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같은 질문은 어찌 보면 진부하지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는 쉬이 받지 못한 질문일 것이다. 나도 가끔 술자리에서 혹은 친구를 만날 때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데, 친구는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해?”라며 어색해하면서도 이내 골똘히 고민한다. 이때부터는 앞서 얘기했던 충고나 조언보다는 공감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진심으로 응해주는 대화가 중요하다. 그러면 점점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연다.

-낯선 인터뷰이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자신만의 특별한 인터뷰 기술을 소개해준다면

태종 인터뷰할 때 질문을 어떻게 구성해야 다채롭고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말은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의도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답의 질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인터뷰이가 되어 ‘만약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얼마나 풍부한 대답을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질문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 실전에서 활용하고 다시 피드백 한다.

정원 개인적으로 웃음이 많은 성격인데, 인터뷰할 때 이 점이 도움이 된다. 인터뷰이의 별것 아닌 말에 웃음이 터지면 인터뷰이와 심리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에서 심리 상담 관련 업무를 하면서 20회 정도 심리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데, 심리 상담과 인터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충고나 판단, 조언이 아닌 공감을 우선으로 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인터뷰를 더 잘 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태종 아무래도 첫 인터뷰이가 가장 기억난다. 정식 멤버가 되기 전, Humans of Seoul에 지원하기 위한 샘플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집에서 나와 길을 가다가 분리수거 하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그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분리수거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듣다 보니 재밌기도 했고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들이 정말 좋았다, 20~30분간 인터뷰를 마친 후 마지막에 할머니가 제가 아들 같으셨는지 한번 안아보자고 하셨다. 엄마랑 안아본지도 한 20년은 된 것 같은데.(웃음) 낯선 사람과 처음 안아 본 그 순간이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때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원 풍물시장에서 인터뷰했던 아버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연이 워낙 기구하고 극적이어서 가게 바닥에 앉아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면 감사의 뜻으로 사진과 인터뷰 링크를 보내드리는데, 이분께는 차마 보내드리지 못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사진과 인터뷰 내용, 사람들의 댓글을 직접 인화해서 가져다 드리려고 뵀는데, 인터뷰 때보다 훨씬 야윈 모습이셨다. 인터뷰 당시 직전에 사모님께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고 하셨었는데, 얼마 전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만약 저분이 좀 더 좋은 시절에 태어나셨더라면 다른 인생을 사실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독자들이 ‘Humans of Seoul’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원 Humans of Seoul은 방송이나 영화 속 화려한 사람들이 아닌, 주변에서 얼마든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많은 사람이 Humans of Seoul을 좋아해 주는 건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가장 왼쪽)길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태종Humans of Seoul 인터뷰어.





-독자들에게 여운을 주며 글을 마치는 편집 방식이 인상 깊다. 이런 편집 방식은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실제 대화 내용을 가공 없이 그대로 옮기기 때문인 것인가

태종 인터뷰 내용은 되도록 가공 없이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날 것 그대로’인 느낌이 우리 페이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원본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다.

정원 아무래도 인터뷰는 편하게 수다 떨듯이 하게 되어서 모든 인터뷰이가 여운을 남기며 인터뷰를 끝내는 건 아니다. 편집 과정에서 본래 내용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편집을 해 독자들이 인터뷰를 읽으며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Humans of Seoul을 서울 외에 다른 도시로 확대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태종 아쉽게도 없다. 예전에 부산 국제 영화제 시즌에 맞춰 부산 편이 나간 적은 있다. 앞으로도 특정 이벤트가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일회성으로 담아낼 가능성은 있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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