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윤정주 대학생 기자] 지난달 전국 시·도 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자사고 폐지’를 두고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지역 자사고 8개교가 교육청의 결정에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부 측은 기존의 ‘자사고·외고 단계적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사고가 학생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며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한다며 자사고 폐지를 반기는 반면,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자사고가 필요하다며 자사고 폐지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교육 현장에서 자사고와 일반고의 교육을 경험해본 대학생들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사고·외고를 졸업한 2명의 대학생과 일반고를 졸업한 대학생 2명을 만나 각자의 의견을 들어봤다.
“교육의 다양성이 아닌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만 기능”
vs
“일반고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학습·교육 기회 제공”
A(26·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씨 - 서울 구일고(일반고) 졸업
“현재 자사고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학생들의 더 나은 대입 실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진학 시 자사고·외고 진학을 고려했었는데, 당시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는 자사고·외고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을 누리고 싶었다기보다 자사고·외고를 진학하면 상위권 대학 합격의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고 주변 친구들의 생각 역시 비슷했다.
외고를 졸업한 한 대학 동기는 고교 시절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에서 배우는 외국어 수업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포기’하고 수능에 집중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자사고·외고의 교육은 기존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것으로 변질됐다는 생각이다.”
B(24·성균관대 교육학과) 씨 - 서울 명덕외고 졸업
“자사고나 외고가 본래 설립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의문이 든다. 명문대 진학이 내가 외고로 진학한 이유는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당시 외고에 진학한 이유는 학교 교육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사교육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전무하다. 따라서 다양한 언어에 관심이 있거나 이를 발판으로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외고 진학은 사교육 없이 외국어를 교육 받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외고에서 수능이나 대학 진학보다 외국어 습득에 집중하는 학생들도 많이 봤다. 그렇게 습득한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은 친구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자사고와 외고는 그 설립 목적에 맞게 교육 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은 맹목적인 대학 진학과는 거리가 멀다. 모의고사나 수능 고득점을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반고에서는 문제풀이식 수업을 주로 하지만, 자사고 및 외고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춘 만큼 다양한 수업 방식의 시도가 가능하다. 외고의 외국어 수업을 예로 들면, 우선 외국어를 배우는 시수가 많다. 또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수업보다는 원어민 교사와 학생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수업도 많다. 이처럼 외고의 수업은 일반고에 비해 학생과 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생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는데, 오히려 자사고·외고 폐지로 인해서 일반고 중심의 획일화된 공교육이 확대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C(23·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씨 - 대구 대건고(자사고) 졸업
“자사고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인데, 자사고 진학을 통해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과 잘 조성된 면학 분위기 속에 경쟁하며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일반고보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부작용도 있었다. 또 자사고에서 학업과 관련된 교육 이외에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누릴 수 있었지만, 사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스펙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대학 진학과 관련 없이 순수하게 학생의 자율적인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사고·외고의 높은 등록금이 사회 계층을 공고히 할 수도”
vs
“대학 서열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학교에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D(24·부산대학교 경제학과) - 부산 센텀고(일반고) 졸업
“고등학교 진학 당시 외고·자사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높은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포기했다. 이처럼 일반고보다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에 유리한 자사고·외고를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학생 개인의 학구열과 학업 능력 외에 높은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의 경제적 형편까지 요구된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학업에 대한 충분한 재능과 열정이 있어도 자사고·외고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은 일반고에 진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고에 진학한다고 해서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능력을 갖춘 학생이라면 자사고·외고 학생보다 일반고 학생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나. 결국 일정한 경제적 수준이 되는 가정의 학생들만 자사고·외고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부의 세습을 고착화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B(24·성균관대 교육학과) 씨 - 서울 명덕외고 졸업
“자사고·외고가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계층 간 교육 차별을 심화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입학 비율을 높이거나 등록금을 인하하는 등 자사고·외고 폐지 외의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된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게 되면 더 나은 학군과 교육을 위해 서울 혹은 강남 3구 같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지역 격차와 더 큰 교육 기회의 제한을 야기할 것이다.
현재 사회 구조에서 우리나라의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진학에 큰 관심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의 문제이지, 그 화살을 다양성을 추구하고 학생 개개인의 수준이나 흥미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사고와 외고에 돌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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