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윤정주 대학생 기자] 최근 제주도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답답하고 외로운 도시의 삶에 지친 대학생들 사이에서‘제주 살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제주도’를 검색하면 ‘제주도 취업’, ‘제주 한달살이 숙소’, ‘제주살이 숙소’, ‘제주 혼자살기’ 등 다양한 연관 검색어가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제주 살이’는 제주도에서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머무르면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생들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로 근무하는 것이다. 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제주도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휴식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직접 겪어본 ‘제주 살이’의 현실은 어떨까. 올해 1월 말부터 5월까지 3개월 간제주에서 살아본 제연주(26·성균관대 졸업) 씨를 만나 ‘제주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업을 앞두고제주도로 떠난제연주(26·성균관대 졸업) 씨. (사진=제연주 씨 제공)
-20대 중반, ‘제주살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대학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올해 상반기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나만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고, 조급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취업하거나 취업 준비에 한창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이상해보이기도 했다.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됐다. 이대로는 내가 세운 계획에 확신을 가질 수도 없고 집중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훌쩍 제주로 떠났다. 글과 그림, 나의 진로에 집중하고 싶었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어떤 준비를 했나
“일할 게스트 하우스를 꼼꼼히 선택했다. ‘제주 살이’를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일하게 될 게스트 하우스를 잘 알고 선택해야 한다. 게스트 하우스 중에는 시설이 열악하거나 스태프에게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3일을 일하고, 4일은 개인 시간을 보냈다. 사진=제연주 씨 제공
-제주도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3개월여의 시간동안 두 곳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했고, 3주 정도는 혼자 휴식하면서 지냈다. 게스트 하우스는 일주일에 3일 일하고 4일 쉬는 일정으로 근무했다. 체크인·체크아웃 안내, 청소 및 침구 정리, 고객 응대 등 일반적인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 일을 했다.
또 개인적으로 글 쓰고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제주도에 갔기 때문에 쉬는 날에는 주로 글 쓰거나 그림 그리며 보냈다. 게스트 하우스에 여행 온 게스트분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다. 그리고 틈틈이 자소서를 써서 완성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제주도에 오자마자 처음 일했던 게스트 하우스는 바다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덕분에 매일 바다를 보며 바다의 색깔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관찰했고 이를 그림으로 그렸다. 정말 내가 제주에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한 달이었다. 두 번째로 일한 게스트 하우스는 시내에서 떨어진 시골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5분 거리에 있는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봐서 직접 돈까스를 만들어 먹거나 무밭에서 버려진 무를 얻어와 어묵탕을 끓여 먹은 기억, 텃밭에서 키운 브로콜리로 브로콜리 수프를 만들어 먹은 기억 등 소소한 일상이 전부 다 추억이 됐다.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같은 삶이었달까.(웃음)”
△제연주 씨가 직접 찍은 제주 바다의 모습. (사진=제연주 씨 제공)
-‘제주살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제주에서 보낸 111일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과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마음속에서 저울질만 하고 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방향을 잡아나가고, 가지치기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하나의 진로가 생겼고 그 길만을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일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통해 멋진 기획을 하는 일이다. 제주 살이를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 살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꼭 유념해야 할 점은
“‘제주 살이’가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온전히 나 홀로만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 대학생이라면 생계를 위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는 스태프들끼리 합숙하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갈등이 발생하거나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상처만 받고 돌아갈 수도 있다. 본인이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이라면, ‘제주 살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게스트 하우스 창 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모습. 제연주 씨는 제주에서 보낸 111일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원동력을 얻었다. 사진=제연주 씨 제공
-‘제주 살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주도에 오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하루하루가 바쁠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하는 날은 일 때문에 바쁘고, 쉬는 날에는 관광을 다니거나 게스트 하우스의 게스트 혹은 스태프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자서 고민하고 미래를 계획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순수하게 여가나 휴식을 위해 제주 살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시간 관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자신의 진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제주도로 떠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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