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김대진 서울디지텍고 교사, “음지 벗어난 게임, 전문 교사 양성 병행돼야”

입력 2019-07-09 16:01



[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1세대 게임 프로그래머 서울디지텍고 김대진 교사는 국내 최초 게임회사 출신 특성화고 교사로 게임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해왔다. 김 교사가 게임 회사를 떠나 교직에 선 지 15년이 흘렀지만 그가 개발한 게임은 아직도 온라인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그는 “공립학교 순환근무제에 부작용이 많다”며 “전문성이 필요한 특성화고 소수과목의 경우 예외 적용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1999 ~ 2001 오즈인터미디어 사원

2002 ~ 2003 디지털 시네마 팀장

2003 ~ 2004 네오노스 개발이사

2004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하 한국게임아카데미 강사

2005 ~ 2011 울산애니원고 게임개발과 산학겸임교사

2011 ~ 2017 울산애니원고 게임개발과 교사

2017 ~ 현재 서울디지텍고 게임콘텐츠과 교사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디지텍고 김대진 교사입니다. 1998년도부터 게임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후학 양성을 위해 2005년부터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산학겸임 교사로 시작했고 교육대학원을 졸업해서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만들었던 대표 게임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 근무했던 회사 ‘오즈 인터미디어’에서 ‘카페나인’이 라는 게임 개발에 참여했죠. 아직까지도 ‘오즈 온라인’이라는 명칭으로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교단에 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제가 평생 만들 수 있는 게임이 몇 개나 될까 생각해 봤어요. 헤아려보니 10개 남짓이었죠. 그런데 만약 학생들을 가르치면 그 학생들이 게임을 하나씩만 만들어도 1년에 스무 개가 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마침 특성화고에 게임 관련된 학과가 생기는데 가르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제의가 왔죠. 지금은 제 자신을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전도사)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게임 기업과 교육 현장의 괴리를 느끼신 적 있나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첫해에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학교에 게임 산업현장 출신 교사가 흔치 않던 시절이어서 게임과 학생들은 절박했고 그만큼 열정적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소한 문제가 보였어요. 몇 년이 지나면서 단지 성적에 맞춰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도 보이기 시작했고 게임개 발에 대한 열정이 없는 학생들도 많았죠. 스스로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게임 중독에 질병 코드 부여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게임 전공 학생들도 의욕이 꺾입니다. ‘내가 만드는 게 마약이라는 건가’ 자괴감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고요. 게임 관련해서 부정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특성화고 게임 관련 학과 지원율이 확연히 줄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독 방지를 위해 게임 업계에서는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할까요.

노래에 후크송이 있는 것처럼 게임에도 중독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분명 있습니다. 가챠 시스템(Gacha, 확률형 시스템)은 특정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랜덤으로 아이템이 나오기 때문에 사행성과 중독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유발합니다. 또한 게임에 서는 단기간에 보상을 계속 주는데 이 또한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이러한 중독성 유발 코드를 자제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몸소 느꼈겠어요.

예전에는 지금보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더욱 부정적이었죠. 처음에 제가 게임개발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음지 취급을 받곤 했으니 까요. 하지만 그 당시 게임을 즐기던 청년층이 중년층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서브 컬쳐(하위문화)였던 게임이 메인 컬쳐(주류문화) 가 됐죠. 물론 그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게임과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대학갈 당시만 해도 게임 제작에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소프트웨어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게임 회사에 들어가니 수학이나 영어 공부가 필수더군요. 교육학에서 도구과목(다른 과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과목)이라고 일컫는 수학이나 영어가 게임 개발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도구과목 학습에 대해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시나요.

실제로 수학이나 영어가 어떻게 게임 제작과 연관되는지 아이들에게 설명합니다. 특성화고에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도 많아요. ‘살면서 수학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니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거죠. 저는 게임 제작에서 벡터나 행렬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줍니다. 그 결과는 놀라워요. 중학교 성적 90%였던 친구가 기초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해서 결국 마스터합니다. 게임 개발이라는 목표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컴퓨터가 명령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호 체계)는 영어가 바탕이 됩니다. 기본 명령어는 많은 단어가 아니지만 캐릭터 이름을 정하는 등 다양한 순간에 영어가 필요합니다.

특성화고 게임 교육 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나요.

공인 교육기관에서 게임 제작을 가르친다는 일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게임에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양성하는 일이 병행돼야 합니다. 특성화고의 경쟁시험을 치룰 수 없는 과목은 별도로 임용이 가능하다는 법령도 있지만 좀처럼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공립학교 순환근무제도는 취지는 좋지만 교과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컴퓨터 교육 전공 교사가 노력해서 게임 교과에 익숙해졌는데 다른 학교로 발령 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심지어 ‘게임은 마약’이라는 식의 사고를 가진 교사가 게임 관련 학교에 발령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불행이죠.

게임 분야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취미로서의 게임과 게임 제작은 다르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요. 무엇이든 직업으로 삼으면 힘들잖아요. 막연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무언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지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에 대한 선행 학습이 없어도 중학교 수준 국어와 영어, 수학에 대한 기초가 있다면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같은 게임 전공이라도 학교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맞는 곳을 선택하세요.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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