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칼럼니스트 송주호 씨.
PROFILE
송주호(클래식 칼럼니스트)
경력
고대관현악단 첼로 단원
광주문화재단‘정율성 축제’자문위원
통영국제음악당, 음악대학, 무지크바움 등 특강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사
서울시향 콘서트 프리토크 진행
월간 ‘SPO’, ‘객석’,‘Strad’,‘String & Bow’,‘Wind&’등 정기 연재
현재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자문위원
현대음악앙상블‘소리’프로그래머 및 해설
서울시향‘콘서트 미리 공부하기’진행
드림싱어즈 음악감독
월간‘SPO’,‘객석’,‘Strad’등에 기고 중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이하민 대학생 기자] 세상에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시작으로 약 1000년 전부터 존재한 음악이지만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비전공자 출신으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칼럼니스트가 된 송주호 씨는 “고전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클래식 평론가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애호가에서 저명한 칼럼니스트가 되기까지,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한 그의 자택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클래식 칼럼니스트로서 하는 활동을 소개해 달라.
“칼럼니스트의 가장 주된 일은 기고 활동이다. ‘객석’과 같은 음악전문지, 음악회의 곡목 해설을 주로 하고 있으며, 신문 기고와 음반 곡목 해설도 종종 하고 있다. 그 외에 주요 음악회의 해설과 클래식 관련 특강을 진행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회에서 ‘프리토크’(콘서트 진행 전에 20분간 그날 연주할 곡을 설명하는 것)를 담당했다.”
클래식 분야에서도 현대 음악을 중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 음악은 고전, 낭만파 음악에 비해 어렵다고 들었다.
“현대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하나는 ‘모더니즘’으로서 과거의 관습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 음악이다. 이 경우 기존의 음악적인 형식, 청취 습관 등을 거부한다. 따라서 일반인에겐 당연히 어렵게 들릴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현대 음악 작곡가인 쇤베르크는 ‘다장조, 라장조’라 부르는 기존의 조성 음악을 파괴해 12개음을 모두 사용하는 ‘무조 음악’을 탄생시켰다. 다른 하나는 ‘동시대’(contemporary)로서 새롭게 작곡된 음악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모더니즘뿐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 네오클래식, 네오로맨틱 등이 포함된다. 이런 음악은 모더니즘에 비해 대중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과거의 부활 등의 양상을 보인다.”
현대 음악에 빠져든 계기가 궁금하다.
“클래식을 처음 접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형이 음악 숙제를 하기 위해 사온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 테이프였다. 처음에는 고전과 낭만음악을 주로 들었다. 그러던 중 고1 봄에, 지휘자 정명훈이 내놓은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튀랑갈릴라 교향곡’ 음반을 구입해 들었다. 음악을 듣는 순간 ‘아 이런 세계가 있나’라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엎는 사건이었다. 그 때부터 현대 음악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반으로 가득한 송주호 씨의 서재.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음악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전공을 전기 공학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클래식을 좋아하긴 했으나 진로도 음악 분야로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음악대학에 진학하려면 장시간 레슨을 받으며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되지 않았다. 취업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 시절 특별활동 시간에 전기를 이용한 활동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전기공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전기공학은 취업에 유리한 학과 중 하나였다.”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동안에 전공을 이유로 겪은 차별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어떤 편집자들은 애호가 출신의 칼럼니스트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대중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과 쉽게 소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전공자들은 그 분야에 진입할 때의 높은 장벽을 각오해야 한다.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선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비전공자에겐 많지 않다.”
클래식 평론가는 음악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이 중요할 것 같다. 글을 쓸 때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음악에 대한 표현력도 중요하지만, 글은 음악이 아니다 보니 표현력 이외에 요구되는 것이 많다. 전문지에 기고하는 아티클의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와 논리적인 흐름, 그리고 설득력 있는 의견이 중요하다. 반면 공연 리뷰의 경우는 독자가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글을 담는 매체와 독자의 성격에 따라 주안점을 다르게 설정한다.”
현대 음악을 포함한 클래식 음악이 대중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평론가로서 클래식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
“클래식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가치를 재생산한 작품을 말한다. 문제는 클래식이 우리 시대의 대중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의 음악’인 클래식을 현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클래식과 대중을 배타적으로 설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나는 고전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즉 클래식의 대중화가 목적이 아닌, 고전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클래식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글로써, 말로써 고전음악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송주호 씨가 서울시향 콘서트에서 프리토크를 진행하는 모습.
클래식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객석’에서도 오랫동안 글을 기고했고 잘 읽었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받기도 한다. 뛰어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에 대해 언급할 때 독자들의 반응이 많이 오는 것 같다. 한 가지 또 기억나는 것은, 수년 전 문화센터에서 강의한 적이 있는데 강의를 들은 몇 명의 수강생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내 강의가 그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
칼럼니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이다. 독자가 어려움 없이 독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요즘에는 해당 분야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도 많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음악칼럼니스트라도 음악에 영향을 미친 미술과 문학에 대한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역사, 철학 등의 인문지식도 글의 내용을 풍부하게 함과 더불어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력을 준다. 마지막으로 사회에 대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칼럼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글이기 때문에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으면 칼럼을 쓸 수 없다.”
해당 분야의 전공을 하지 않아도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전문성을 가진다고 하는 것은 그 분야에 있어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독서와 습득한 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수집한 정도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나 혼자만의 정보는 자신도 모르게 편협하게 되어버릴 수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고 정보를 나눔으로써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min503@hankyung.com
[사진 제공=송주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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