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사람들] "화마 속에서도 특공 정신으로 인명 구하죠" 특공대 장교에서 소방구조대원으로 변신한 황서현 씨

입력 2019-05-10 14:27
수정 2019-05-13 10:02

-육군 특공대 장교에서 소방 구조특채로 임용된 황서현 씨

“화마 속에서 인명을 구조할 땐 가끔 두려울 때도 있지만 동료들을 보면서 참고 견뎌내죠. 무엇보다 그 어떤 것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특공대 정신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사수하는 원주소방서 구조대원 황서현 씨는 육군 특공대 장교 출신이다. 타고난 군인이라고 자부했던 그는 9년간의 군 생활을 마감하고 2년 전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다. 사고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주저 없이 인명을 구조하는 황서현 구조대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황서현(34)

원주소방서 구조대원(강원도 소방공무원 22기)

2017년 7월 강원도 원주소방서 구조특채 임용

2016년 10월 육군 대위 전역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강원도 원주소방서 구조대원으로 근무 하고 있다. 구조대는 화재현장을 비롯해 교통사고나 산악사고 등 기타 안전사고 발생 시 투입돼 인명을 구조하는 역할이다.

제 2의 직업으로 소방구조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육군 특공대 장교 출신이라 구조 특채에 이점이 있었다. 소방서 구조대 특성상 군 특수부대 출신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그 이유다.

그럼 소방구조대원들은 모두 군 출신인가.

그렇다. 현재 구조대에는 5명이 근무하는데 나머지 4명이 특전사 출신이다. 군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일반 부대 출신은 지원할 수 없다. 그만큼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전사 출신에 비해 특공대가 조금 밀리는 것 아닌가.

조금 밀린다.(웃음) 특전사와 훈련 강도를 비교할 순 없지 않나. 다들 특수부대 출신이라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서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무시당하기도 했다.





△황서현 구조대원이 특공대 장교시절 훈련하는 모습. (사진제공=황서현 씨)



직업 군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군인을 꿈꿔왔고, 군 생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촌 형이 특전사 출신이었는데, 휴가 때 군복과 베레모를 쓴 사촌 형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모습이 어린 눈에 참 멋있어보였던 것 같다. 대학 진학 후 3사관학교에 지원해 9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2016년 10월 육군 대위로 전역했다.

만족도가 높았는데 전역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사실 군인이라는 직업이 참 좋았다. 전국을 누비며 나라를 지키는 직업이 또 있겠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즐기면서 일했는데, 결혼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아내와 아이들이 생기면서 매년 이사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더라. 나보다 가족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특공대에서는 주로 어떤 훈련들을 했나.

침투훈련이나 포병화력유도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태백산맥 침투 훈련을 할 때였다. 고성에서 태백산맥 능선을 따라 침투하는 작전이었는데 설악산 울산바위를 남겨두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머리 위로 번개가 내려치더라. 우여곡절 끝에 산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어떻게 그 길을 내려왔나 싶었다. 내려와서도 동료 간부들과 얘길 했는데, 만약 혼자였다면 못 내려왔을 것 같았다.







전역을 결정하고 난 뒤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별로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직업, 그리고 하고 싶은 직업이 소방구조대였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소방공무원에 몰입해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방구조특채는 연간 몇 번이나 채용하나.

보통 연간1회 채용하는데, 채용 시기나 인원은 시도별로 다르다. 정부에서 소방공무원 증원 정책이 있어 채용 인원이 늘어날 계획으로 알고 있다. 강원도 내 소방공무원 인력이 2000여명인데, 2000명을 더 채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군인(특공대) 출신이라는 점이 소방공무원에 어떤 도움이 되나.

어떤 것들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공대에서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길렀다면 구조대원도 우리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낸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장교 출신이라 서류 작업도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소방공무원 준비는 어떻게 했나.

갑자기 전역이 결정돼 본격적인 시험 준비시간은 두 달 남짓이었다. 하루에 4시간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준비했다.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지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해서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채용 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나.

서류전형-필기시험-체력시험-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특채의 경우 일반 공채보다 시험 과목도 하나 적고, 조금 더 쉬운 편이다. 필기시험 과목은 국어, 생활영어, 소방학개론을 치르고,체력시험은 왕복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전굴, 약력측정, 제자리멀리뛰기, 배근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들이 나왔나.

강원도 출신이 아니다 보니 ‘왜 강원도로 지원했는지’, ‘강원도 현안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토론면접도 했는데, 당시 토론면접 주제가 ‘군 미필자가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10명의 지원자가 한 주제를 놓고 집단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장교 출신이라 말 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지자체별로 채용을 하다 보니 경쟁률이 다 다르지만, 보통 공채는 5대 1, 구조특채는 4대 1정도로 알고 있다.

소방구조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 사고현장에서 구조자가 있을 경우 아무리 무겁고 거리가 멀어도 둘러메고 구조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구조대원이 착용하는 장비 무게도 만만치 않다. 공기호흡기, 면채(호흡을 위해 머리에 쓰는 마스크), 방화복을 착용하면 15kg 정도다. 그리고 현장에 따라 도끼나 절단기도 소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 한다.



소방구조대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나.

매일 오전 1시간 장비조작훈련, 오후 2시간 팀 전술 훈련, 저녁 2시간 장비조작훈련을 실시한다. 한 달에 한 번 대규모 훈련도 하고 있다.

구조대원으로서 보람된 적은 언제였나.

작년 여름, 치악산 비법정등산로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신고를 해 출동한 적이 있다. 안경을 잃어버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보니 등산로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 산을 타야만 했다. 그래서 나와 해군 특수부대(UDU) 출신 대원과 함께 산을 올라갔다. 3시간 수색 끝에 구조자를 찾았는데 저희를 보자마자 울먹거리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컥했다.

소방공무원의 장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현장직 근무자들은 개인 시간이 많은 편이다. 주·야간 근무하고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아내가 좋아하더라. 그래서 집안일도 많이 하고 있다.(웃음) 운동좋아하고 활동적인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직업이다.

반면 단점은.

간혹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체력을 기르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팀워크가 좋아 술을 자주 먹는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해 회식자리가 조금 힘들다.(웃음)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아까도 말했듯이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정부에서 증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조금만 준비해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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