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은 ‘야근 수당’ 받아드립니다… 임금체불 신고접수 앱 ‘돈내나’ 개발한 박기범 네이버스 대표

입력 2019-03-15 15:56
수정 2019-03-22 10:08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수년째 ‘세계 최장 근로시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야근’을 빼놓고서는 직장 생활을 논할 수 없다. 어차피 ‘프로야근러’가 될 거라면 돈이나 받으면 다행이지, 초과 근로에 따른 야근 수당이나 최저임금, 주휴수당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급여를 받을 수는 없을까. 너무도 당연한 이 ‘권리’를 챙겨주기 위해 네이버스가 나섰다. 네이버스는 원클릭으로 임금체불 신고접수가 가능한 어플 ‘돈내나’를 출시해 지난해에만 400건 이상의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했다. 어플 다운로드수는 3만 건을 훌쩍 넘었다. 박기범(42) 네이버스 대표는 “기술과 제도의 발전이 고용주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편에 선 기술로서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작게나마 응원과 격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회사명인 네이버스는 ‘Nabe’와 ‘Us’를 합친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지켜주자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해 설립돼 1년이 조금 넘은 스타트업이지만, 독자적인 비즈니스 매출을 기록하며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 로스쿨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런데 네이버스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호로 외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정시퇴근은커녕 합법적인 최저임금과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문제들에 첨단기술이 접목되면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각 분야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이를 연결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융합형 인재’가 되고자 했다.”



-주력 서비스인 어플 ‘돈내나’는 무엇인가.

“‘돈내나’는 2017년 1년간의 베타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정식 오픈했다. 이후 아이폰 버전이 후속 출시되면서 3만건의 다운로드수를 돌파했다.

‘돈내나’에는 네이버스가 법률서비스와 기술을 융합해 증거의 자동수집, 관리, 교차분석을 가능토록 개발한 분산처리시스템 ‘우라노스’가 탑재돼 있다. 사용자가 직장 근로조건에 맞는 계약유형을 입력한 후 앱을 켜두면, 근무시간 중에 GPS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근무시간과 근무 행태 등을 판정한다. 또 다른 사용자들의 매스데이터와 교차 검증도 가능하다.

이후 고용주가 임금체불이나 야근수당을 급여에서 제하면 사건 신고를 통해 교차 검증된 자료들이 증거 자료가 되고, 사용자가 선택한 협력 로펌 및 노무사에 제공해 사건 신청만 해도 연계된 법무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신고 후 고용노동부에서 고용주와 삼자대면 하거나 하는 일 없이 사건 해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유용한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단기 근무 노동자들과 같이 경제활동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도 부담스럽고, 자신이 얼마만큼 초과 근무를 했는지 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이긴 하지만 법류 입증 체계와 원칙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돈내나’를 사용하면 객관적인 증거들을 미리 수집해둘 수 있기 때문에 고용주가 할 수 있는 수많은 거짓말과 항변, 편법 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또 같은 직장의 동료나 동종업계 종사자가 ‘돈내나’를 함께 사용해 근무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법정에 제출할 증거가 강력해질 수 있다. 익명화된 이용자들의 증거가 누적되면 보다 객관적인 교차증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를 악용하는 노동자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수집된 증거는 위·변조 가능성이 절대 없다. 노동자나 회사 어느 쪽에서도 조작하거나 통제하지 못 한다. 회사 측이 관리하는 업무일지나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입력하거나 기억하는 다른 증거들에 비해 객관성이 인정된다. 근로의 성격에 맞게 자동으로 근무 성격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시급을 제공하는 기능을 구현한 것은 ‘돈내나’가 유일하다.”



△네이버스가 서비스 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돈내나’. 사진=네이버스 제공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400건 이상의 미지급 사건들을 해결했다. 한 사업장에서 1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건을 신청해 고용주가 대형 로펌에 이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협력 로펌이 제시하는 증거는 매우 객관적이어서 이에 압박을 느낀 고용주가 판결까지 가지 않고 임금을 지급했다. 대부분의 체불임금 관련 사건이 진술이나 고용주와 노동자의 메모, 주고받은 메시지 등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통계 자료에 기반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증거의 신빙성과 증명력이 입증될 수 있는 것이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사실 아직까진 적자 상태다.(웃음) 사건을 수임한 법률사업자들은 무료로 수임 사건을 처리한 후 실제 사용자가 고용주에게서 수령한 임금의 10%만을 받는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돈내나’를 사용하지 않고 임금체불 사건을 해결하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로펌들은 결과를 담보할 수 없음에도 착수금을 받은 후 사건을 진행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리에 어둡고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용주에게서 돈을 받기는커녕 패소한 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이런 부분들을 로펌은 관리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돈내나’ 협력 로펌들은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받은 금액에 대해서만수임료를 청구한다. 이런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로펌들과는 협력을 맺지 않는다. 사용자가 ‘돈내나’와 로펌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이 같은 정책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세한 이용 방법은 무엇인가.

“‘돈내나’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운로드 후 일정 정보만 입력하고 앱을 실행시켜 두면 따로 실행을 중단시키지 않는 한 매 시간마다 필요한 정보들을 네이버스의 중앙 서버로 보내게 된다. 또 앱 내의 카메라로 증거 사진을 찍으면 이 사진 또한 전송된다.

최근에는 ‘난 몰라 서비스’에 이어 ‘난 알아요 서비스’를 시작했다. ‘난 몰라 서비스’는 ‘세세한 과정에 개입할 필요 없이 결과적으로 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용자에게 로펌이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난 알아요 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떻게 하면 더욱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지 노하우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사용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사건을 신청할 때 발생한다. 신청비용은 3000~1만 2000원 선이다. 활동 보상으로 지급되는 포인트를 사용해 무료로 사건을 신청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사건 신청시 로펌을 결정할 때는 사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사용자 중에는 입소문을 듣고 이미 로펌을 정한 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네이버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생 등 단기 노동자가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종사자들도 대단위의 집단 소송이 가능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돈내나’의 수익에 급급하기보다 배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믿는다.”

yena@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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