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 브랜드 ‘세리그라피’···브랜드 통해 아프리카 알리고 싶어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틀 만에 목표금액 85% 달성···2월18일까지 펀딩 진행
△윤리적 패션 브랜드 '세리그라피' 윤선영 대표.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왜 사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죠.”
윤리적 패션 브랜드 ‘세리그라피(srigraphie)’의 윤선영(38) 대표는 2017년 창업한 새내기 사장이다. 올해로 창업한 지 만 2년 차가 되는 윤 대표가 남들보다 늦게 창업에 도전한 이유는 직장인 시절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윤 대표는 가방 브랜드를 거쳐 주얼리 브랜드 MD로 근무하면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경력도 연봉도 여느 직장인 부러울 것 없던 그녀였지만 남모를 고민은 있었다.
“주얼리 브랜드에서 MD로 근무했었는데, 회사를 다니면서도 큰 불만 없이 잘 다녔어요. 브랜드 특성상 고가의 제품을 취급했는데 매일 제품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나 둘 씩 구입하기 시작했어요. 매번 월급을 받을 때마다 고가의 액세서리를 하나씩 습관처럼 사게 된 거죠. 그러다 순간 이게 뭐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비싼 액세서리를 사면서 기쁜 마음보다 이걸 사지 않아도 내가 과연 행복한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프리카 해외봉사에서 얻은 인생 2막
현실의 괴리감을 넘지 못해 수년 간 근무한 회사에 사표를 낸 윤 대표가 선택한 곳은 세네갈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까지 2번의 경유를 거쳐 20시간 이상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긴 시간만큼이나 그녀의 머릿속엔 미래의 고민들로 복잡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뭘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해외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땐 아무 정보가 없어서 해외봉사는 무조건 아프리카로 가야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래서 코이카 봉사단에 신청해 세네갈로 떠났죠.”
△윤 대표가 세네갈에서 해외봉사 당시 현지 기술학교 학생들에게 봉제 교육 중인 모습.
윤 대표는 세네갈에서 패션 전공을 살려 현지 학생들에게 봉제 기술을 가르쳤다. 2년 이라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봉제 교육이 어느 정도 다다르면 패션 마케팅을 가르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 중 절반이 문맹이었고, 도구 활용조차 어려운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10대 중후반 학생들이었는데, 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절반이었어요. 그렇다보니 디자인 개념을 알려주기에는 기본기가 많이 부족했죠.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돌아올 때 즈음에는 간단한 가방이나 인형을 만들 정도의 실력이 돼 있었어요.”
2014년 2년간의 해외봉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윤 대표는 다시 이전 회사로 입사했다. 하지만 재입사도 그리 길지 않았다. 복귀한 회사에서 1년을 채우고 다시 퇴사한 그녀의 선택지는 창업이었다.
“다시 전 회사에 들어가 보니 ‘내가 원하는 걸 이곳에선 얻을 수 없겠구나’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함께 일하던 친구에게 창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창업 아이템이나 자본금이 없었고, 막연한 생각뿐이었어요. 세네갈에서 돌아와서도 현지 기술학교 선생님이었던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인가 그 친구가 제가 가르쳐 준 봉제 기술로 가방과 인형을 만들어 판매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리곤 저보고 도와 줄 수 없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업 아이템으로 세네갈 특유의 컬러와 감성을 덧입힌 뭔가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혼여성 #육아 #경단녀 아줌마들의 반란
서른 중반,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한 윤 대표에겐 다행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주얼리 브랜드에서 함께 일한 동료이자 친구인 박은지 실장이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박 실장의 합류로 큰 힘이 됐지만 윤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많고 높았다. 창업 자금은 물론 이렇다 할 아이템도 없었다. 사장과 직원 단 둘뿐인 회사에 여성, 기혼자, 육아의 꼬리표는 늘 뒤따랐다. 호기롭게 창업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앞길이 막막할 때 쯤 윤 대표는 우연히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신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지원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윤 대표에겐 어둠 속 한 줄기 빛이 내려진 셈이었다.
“은지가 합류하고 나서 사회적기업진흥원 창업지원금 사업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어요.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료 준비도 처음이라 애를 많이 먹었지만 세네갈의 패브릭과 컬러를 한국화해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밀어붙였더니 합격했죠. 창업지원금 서류 준비를 하면서 ‘세리그라피’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고요.(웃음)”
2017년 2월, 세리그라피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독특하고 트렌디한 가방 브랜드로 세상에 나왔다. 창업지원금으로 천금 같은 사업 밑천을 확보한 윤 대표는 국내 생산과 더불어 세네갈 기술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학생들에게 기술 이전을 실시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윤 대표가 해외봉사 당시 학생들에게 가르친 봉제 기술이 빛을 내는 시점이기도 했다.
“처음엔 제품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고생 좀 했죠. 세네갈이 우리나라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나라 특성상 쉬는 날이 많아 납품일이 몇 달 밀릴 때도 있었거든요. 그래도 현지 학생 다섯 명이 한국과 교류를 통해 직업이 생긴 셈이잖아요. 앞으로 세네갈에 더 많은 일자리를 세리그라피 이름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면 더 많이 팔아야겠죠.(웃음)”
세리그라피는 현재 무신사, 1300k 등 2030 트렌드 세터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장터 내 SEF 매장에 입점해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최근에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오픈 이틀 만에 목표 금액 85%를 달성하기도 했다.
“사실 펀딩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와디즈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됐어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처음엔 과연 우리 브랜드를 얼마나 알아주실까 라는 걱정이 앞섰어요. 근데 이틀 만에 목표금액 80%를 넘어서는 걸 보고 너무 놀랐죠. 마지막까지 결과가 잘 나와야겠지만 펀딩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세리그라피 목표는 '세네갈 1호 지사' 오픈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세리그라피의 목표는 환경과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제품 하나하나에 가치를 담아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세리그라피의 배경인 아프리카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비영리단체인 ‘아프리카인사이트’ 후원을 통해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잖아요.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못 살고, 지저분한 나라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아프리카가 가진 광활한 매력을 세리그라피를 통해 알리고 싶은 게 저희 목표예요. 그리고 앞으로 매출이 더 많아지면 세네갈에 세리그라피 1호 지사를 만드는 게 꿈이죠.(웃음)”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 세리그라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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