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계 백종원’, 공학도에서 엔젤투자자로 변신한 까닭은? 소성현 얼트루 대표

입력 2018-12-14 13:32
수정 2019-01-07 15:52

-공학도에서펀드매니저, 엔젤투자자, 뷰티회사 CEO로 변신

-얼트루인수 이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서'아임쏘리팩'인기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공학도에서 펀드매니저, 엔젤투자자, 뷰티 브랜드 CEO 등 다양한 도전을 즐기는 소성현(37) 얼트루 대표는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스펙터클한 삶을 살아왔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출신인 소 대표는 대학시절, 오로지 연구실에서 동·식물 등을 연구하면서 연구원의 삶을 꿈꿔왔다.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연구원으로 취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소성현 얼트루 대표가 서울역 위워크 사무실에서‘아임쏘리포마이스킨' 팩을 들고 있다.

공학도에서 취업 위해 펀드매니저로 진로 변경

“해외 유수 대학에서 석·박사를 딴 선배들이 취업할 데가 없어 학교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이 분야는 비전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당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취업도 걱정되고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길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소 대표는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 취업을 준비하면서 또 한번 막막해졌다. 그동안 연구실에만 있다 보니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 그때부터 경제 신문과 주간지를 빼놓지 않고 챙겨보면서 세상 공부에 몰입했다.

“막상 취업 준비를 해보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연구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신문과 주간지를 구독해 줄을 그으면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때가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죠.”

2009년 생명공학 전공의 특수성을 살려 IBK투자증권에 입사한 소성현 대표는 금융투자라는 생소한 분야를 알기 위해 남들보다 더 일찍 움직여야만 했다. 처음 접해보는 금융·투자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어쩌면 당연했다. 물론 생명공학이라는 전공의 이점도 있었다. 당시 금융투자 시장에 바이오는 생소한 분야였다. 딱히 전문가도 없었던 시절이라 틈새공략이 가능했다. 여기에 이종에서 오는 창의력도 한 몫 더했다.

“입사 후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됐죠. 그래도 전공 덕을 톡톡히 봤어요.(웃음) 입사하자마자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맡게 됐으니까요.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당시엔 바이오 전공이 유일했거든요. 혜택을 본 셈이죠.(웃음) 2년 정도 일을 해보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야간으로 금융공학대학원으로 진학했죠.”

연봉 반토막, 새로운 도전의 시작

당시 소 대표는 입사 2년차로 밀려드는 업무와 학업 그리고 육아까지 병행해야했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순 없었다. 조금씩 업무에서도 성과를 내던 어느 날 소 대표가 소속된 운용본부가 없어진다는 사내 공고가 뜨게 됐다.



△2013년메리츠종금증권 근무 당시한국카본 블럭딜 기념사진.



“갑작스런 공고라 당황했지만 그땐 제 실력에 자신 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사표를 냈죠. 과연 시장에서 제 몸값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근데 막상 나와 보니 밖은 춥더라고요.(웃음) 그동안 제 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상사들이 제 바람막이가 되어 준 걸 몰랐던 거죠.”

우여곡절 끝에 금융자문회사로 적을 옮긴 소 대표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했다. 연봉은 반토막이 났고, 사정이 어려워져 서울 외곽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 소 대표는 매일 김포에서 강남으로 새벽 출근하면서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믿을 건 실력뿐이었다. 그 실력을 키우기 위해 소 대표는 또 한번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렸다. 투자의 기본부터 선배들의 노하우까지 습득하기 위해 다시 바닥부터 시작했다.



펀드매니저->엔젤투자자->뷰티회사 CEO로 변신

펀드매니저의 경험을 살려 2012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를 시작한 소 대표는 4년 간 100여개의 회사에 투자했다. 소 대표가 엔젤투자로 첫 인연을 맺은 기업은 카카오였다. 카카오 설립 초기 당시, 주식을 산 이후 투자 명부를 보게 된 그는 엔젤투자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2년 카카오 주식을 사고 우연히 카카오의 투자 명부를 보게 됐어요. 투자자가 50명이 채 안 됐는데, 대부분 유명한 분들이셨죠.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이름이 나오는 분들이라 놀랐어요. 물론 수익도 중요했지만 그 주주명부에 끼고 싶다는 생각에 엔젤투자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웃음)”

소 대표는 카카오를 시작으로 가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 노하우를 쌓아갔다. 화장품 회사, 바버숍 등 될 성 싶은 벤처기업은 모두 소 대표의 투자처였다. 투자할 벤처기업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마스크팩 제조 기업 한 곳을 발견한 소 대표는 곧바로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에겐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었다.

“우연히 마스크팩 OEM 회사 ‘이미인’의 상장 준비를 돕게 됐는데, 계열사 얼트루가 기술력을 갖추고도 성장이 더디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무래도 제조사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한계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제가 보기엔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여 인수했죠. 제품 차별화와 유통 단계를 줄이는 데 집중했더니 실적이 뒤따랐죠.(웃음)”

얼트루의 ‘아임쏘리포마이스킨(I'm Sorry For My Skin)’ 마스크팩은 얼굴에 오래 붙여도 시트가 마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수분 증발을 막는 나노입자를 적용해 ‘120시간 동안 촉촉한 팩’이라는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여기에 케이스에는 담배, 맥주, 커피 등 피부의 적을 내세워 타 제품과 차별화를 선보였다.

“아임쏘리포마이스킨은 말 그대로 내 피부에 미안하다는 뜻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맥주나 담배, 커피 등 피부에 해로운 것들을 자주 접하잖아요. 지친 피부를 마스크팩으로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무턱대고 창업 손대면 망하는 지름길

마스크팩 제조 회사 CEO이자 엔젤투자자인 소성현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모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대여금과 투자금을 명확히 파악할 것’, ‘정부자금에 목숨 걸지 말 것’, ‘투자자와의 관계를 분명히 설정할 것’ 등 소 대표가 예비창업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요즘엔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창업을 할 사람인지, 경력이 필요해 창업을 선택한 사람인지는 몇 번의 질문만으로도 알 수 있어요. 무턱대고 창업에 손대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고 해요. 진짜 창업을 하고 싶다면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들이나 전문가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본인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벽해 보이지만 분명히 빈틈이 있거든요. 그걸 채워나가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게 포인트죠.(웃음)”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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