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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잡앤조이1618=정유진기자] 2020년부터 직업계 고등학교부터 도입이 시작되는 ‘고교 학점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1호 교육 공약인데다 유치원 영어교육, 수능 절대평가 등 대선 때 내놓은 교육공약이 줄줄이 후퇴 또는 연기됐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적극적인 준비를 하는 곳도 있지만 실효성 면에서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희망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 자격을 부여 받는 제도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 교육 과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직업계고 학점제 성공의 선결 과제 무학년제, 과락과목 재이수제 등 필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및 운영 방안’이라는 연구를 통해 “직업계고와 일반고에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위한 무학년제 도입, 교과목별 성취기준 설정을 위한 절대평가 및 과락 과목 재이수제 도입, 졸업요건 설정을 통한 탄력적 수업연한 조정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연구·선도학교 선정
교육부는 2017년 11월 27일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과목 선택권 확대에 중점을 두고 3년 간 학교운영 전반을 검토·분석한다. 연구학교를 통해 파악된 애로사항, 제도 개선과제는 제도 개선안에 반영해 개선·적용할 계획이다. 1차(2018년~2020년)와 2차(2019년~2021년)에 걸쳐 운영된다. 1차로 일반계고 연구학교 31개교, 직업계고 연구학교 23개교, 일반계고 선도학교 51개교가 각각 선정됐다.
연구학교는 수강신청제를 도입하고 학생 맞춤형 학습관리를 추진한다. 직업계고의 경우 학점제 도입 필요성과 추진여건을 검토하고 일반계열 고교와 차별화된 학점제 추진방향 도출할 계획이다. 학교당 평균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서울지역 연구학교로는 경기기계공업고,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선린인터넷고 등 3곳이 선정됐다. 주요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다. 경기영상과학고, 고양고, 남양주공고, 삼일공고, 성남금융고, 인양공고 등 총 6개교가 선정됐다. 전국 주요 권역 중 부산과 제주는 1차 연구학교에 직업계고가 한 곳도 들지 못했다.
교육부는 소걸음, 교육 관련 진보단체 반발
처음 도입되는데다 고교 평가 및 졸업 방식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고교 학점제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교육부는 여유로운 입장을 취했다. 교육부 직업정책과에서 고교학점제 업무를 담당하는 박강현 연구사는 준비 과정을 묻는 취재에 “모든 게 검토 중이어서 내놓을 게 없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 담당 장학관과의 연결을 시도했으나 취재를 거부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퇴임하고 신임 유은혜 부총리가 교육부 장관을 맡았지만 교육부의 문 대통령 공약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 데 대해 교육관련 진보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을 지지했던 진보진영 교육단체들은 최근 교육부가 암초를 만날 때 마다 정책숙려제와 공론화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책임회피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교 학점제에도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해 논평까지 별도로 내고 고교 학점제 도입을 ‘졸속’이라고 반대했다. 전교조는 “기본 개념에 대한 합의도 없이 고교 학점제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선결과제로 제시한 ▲학년제 폐지 ▲낙제 제도 도입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이 외에도 전교조는 수능에서 비중이 높은 영어와 수학 등에 대한 과도한 몰입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주요 과목에 선택이 집중돼 학습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내비쳤다.
주요 지역 교육청 고교학점제 도입 ‘걸음아 나 살려라’
교육부에 비해 각 지역 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준비를 신속하고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고교학점제의 초기 단계 모델인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한다. 2019년부터 서울에 있는 모든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다. 한 학교에서 소화하기 힘든 교육의 경우 인근 학교와 연합해 운영하는 교류도 확대한다.
전라남도교육청은 11월 9일 보성 다비치 콘도에서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교감 및 교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및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 이해 연수를 진행했다. 이는 학생 능력과 수준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직업교육 추진을 위해 준비된 행사다.
전라남도교육청은 개인맞춤형 직업교육이 장석웅 교육감의 ‘한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모두가 소중한 혁신 전남교육’ 추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학생의 진로와 수준,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맞춤형 직업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교육청은 11월 23일 곤지암 리조트에서 직업교육 역량강화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여기서는 고교 학점제 연구학교로 선정된 인천 도화기계공업고등학교 사례에 대해 강의를 듣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등 직업교육에 대한 불만족, 고교 학점제로 해결되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학부모, 교사 및 시도교육청 담당장학사 중 50% 이상이 현재 중등 직업교육 체제 내에서는 ‘자신들이 희망하는 직업교육을 모두 이수하지 못한다’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느끼는 직업교육훈련 기회 불평등이란 ‘평생직업교육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제도적으로 직업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중학생들이 중등 직업교육을 선택하는데 주저하거나 기피하는 현상,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 중 일부학생은 자신이 희망하지 않은 학과(전공)을 이수하는 현상,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들의 약 80%가 자격(직무) 중심 직업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직업계고의 학사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고교 학점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현재 학과 중심 직업계고 교육 과정은 한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미래 직업교육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재 특성화고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과 중심 학사제도로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쳤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근로자 업무의 급속한 자동화 대체 등이 원인이다. 특히 근로자의 급속한 업무 자동화 대체 현상은 현재 직업계고 학과의 개편 요구로 이어진다. 이에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가 모두 합심해 직업계고의 학과를 ‘미래 지향적 학과’로 개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학과 중심 학사제도로는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직업구조의 속도를 반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 직업계고의 학과를 단기간 내 필요에 따라 빈번하게 변경하기 보다는 좀 더 유연한 학사제도로 개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직업계고 학점제를 통해 중등 직업교육이 당면한 모든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급변하는 미래 직업교육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따라 희망하는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고교 학점제 운영 모형, 학교 기반형·지역사회 기반형·지역사회 연계형으로 구분
고교 학점제 운영 모형은 학교 기반형(단위학교 단독형, 타 학교 연계형), 지역사회 연계형(대학 연계형, 지역 교육시설 연계형), 온라인 기반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운영 모형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위제가 아닌 학점제 도입 법적 요건 개정, 무학년제·교과 재이수·졸업 요건제도 개선, 자격(직무) 중심 교육과정 운영, 성취평가제의 현장 안착, 교원 및 시설설비의 확충, 학생 정보 시스템 간의 연계 등이 병행돼야 한다. 제도 및 인프라의 구축과 함께 교원, 학생, 학부모, 기업 등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평가다.
직업계고 학점제 4대 추진전략 - 교과선택권·교육과정관리·미래지향적학사제도·인프라 구축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별도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직업계고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도입·운영하기 위한 4대 추진 전략과 7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4대 추진 과제는 ▲학생 스스로 학습하기를 희망하는 학과 또는 자격(직무)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학생의 교과(자격) 선택권 강화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을 통해 동일 학교 내 타 학과 전문교과를 이수(단위학교 운영 모형)하거나, 타 특성화고 또는 대학 등에서 자격 과정을 이수하는 경우(학교 간 운영 모형, 지역 연계 운영 모형)에도 반드시 ‘직업교육과정의 질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 ▲현 직업계고 학사제도는 빠른 교육환경 변화와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이기 때문에 급변하는 미래 직업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 진로 변경 및 수준별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직업계고 학생,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유연한 학사제도’로의 개편 ▲지속가능하고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직업계고 학점제 운
영 인프라 구축 등이다.
자기주도적 학업설계 등 7대 추진 과제도 제시
직능원은 4대 추진 전략을 달성성하기 위해 ①자기주도적 학업설계 및 상담체계 구축, ②학생과 노동시장 수요에 기반을 둔 자격(직무)중심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③최소성취기준 달성 지원을 위한 기초학력보장체제 강화 ④ 미래지향적 유연한 학사제도 개편 ⑤ 직업계고 학점제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⑥행정업무 효율화를 위한 정보시스템 간 연계 강화 ⑦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체계적 홍보 전략 수립 등 7대 추진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교육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고교 학점제 정책공감 콘서트
한편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11월 8일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학부모 및 교원 150명을 대상으로 ‘2018년 제1차 고교학점제 정책공감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유은혜 부총리와 조희연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이 행사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고교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했다.
학생들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국어, 영어, 수학 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각자의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함께 도우며 같이 나갈 수 있는 교육,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과 과정에 갇힌 교육보다는 세상에 가까운 교육, 보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을 꿈꿔요.” 등의 희망을 전했다.
“제도보다는 학생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고교 학점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직업계고의 경우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성화고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 중 일부가 학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다. 서울 지역 A학교 B교사는 “요즘은 특성화고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미래 진로를 고민해보고 부모님이 반대할 경우 비전에 대한 설득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진학하지만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어서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도 일부 있다”며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결국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잘 따라주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들이 일선 현장에서 동기부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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