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교육부 탓만은 아닙니다. 기획재정부도 바뀌어야, 교육을 혁신할 수 있어요.”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의 거침없는 한마디에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웃음을 터뜨렸다. 번번이 교육부 예산을 걸고 넘어졌던 기획재정부에 대한 일침이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현실적인 토론이 오고갔다는 이야기다.
△4시간이 넘는 토론 시간에도 열띤 의견을 펼친 각 대학의 총장들.(사진제공=한경DB)
지난 7일 열린 ‘글로벌 인재 포럼 2018’에서는 다섯 대학의 총장들이 참석해 어떻게 대학을 혁신시킬 것인지를 두고 4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끝장토론을 벌였다. 패널은 이영무 한양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 총장, 신성철 KAIST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남궁문 원광디지털대 총장으로 각 대학의 현황과 문제점, 비전 등을 가감 없이 펼쳤다. 좌장을 맡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대학 교육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토론에 앞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과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대학 운영 방식의 혁신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다. 두 발표자가 지적한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다섯 총장들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도 같았다.
교수가 바뀌어야 대학과 교육이 바뀐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의 저자인 이혜정 소장은 여전히 주입식으로 이뤄지는 교수들의 교육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했다. 교수의 말을 그대로 답안지에 쓰는 학생은 A+를 받지만, 자신이 생각한 바를 펼치면 낙제점을 주는 현상이 창의적 사고를 막고, 학생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신성철 KAIST 총장 역시 이에 공감했다. “교수가 바뀌지 않으면 학생도 교육도 절대 혁신할 수 없다”며 “도전적인 질문을 하는 학생을 칭찬하고, 교수가 알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학생에게 도전 정신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이런 문제점을 벗어나기 위한 학교의 노력을 설명했다. “우리는 토론형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교과 과정 역시 교수 혼자가 아니라 각 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300여 명의 위원(IAB)과 함께 짜고 있다. 수업과 교수 평가 역시 이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바로 개진에 들어간다.”
혁신 방법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나왔다. 남궁문 원광디지털대 총장은 “이미 많은 대안과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이 해답이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대학의 현실을 꼬집었다.
△포럼 참여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왼쪽부터), 이영무 한양대 총장, 오덕성 충남대총장, 신성철 KAIST 총장
총장 임기 길어져야 대학 운영 비전 생겨
원활한 대학 운영과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총장의 임기부터 길어져야 한다는 화두에 패널 모두가 동의했다. 4년의 짧은 임기로는 계획만 세울 뿐, 실행까지는 옮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16년간 연임하고 있는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기도 했다. “총장이 되면, 대학 운영과 성과 그리고 외부의 평가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학생은 뒷전이 된다. 나도 9년차에 접어들어서야 학생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에게 죄짓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패널 중 긴 임기를 지낸 사람은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이 유일했다. ‘글로벌 인재 포럼 2018’에 참여한 연사 중 데이비드 로즈 미국 스쿨오브비주얼아트 총장이 40년간 연임한 것에 비하면 이 총장의 경력도 짧다. 대학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운영과 교육 두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려면 총장의 임기 문제도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한국 대학은 글로벌 대학의 혁신 파트너
각 대학의 현 상황을 공유하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훨씬 많이 나왔다. 글로벌 대학에서 한국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성과 등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많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교육 파트너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을 꼽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덕성 충남대 총장은 “총리, 총장 등 해외 연사들을 만나면 독일, 이스라엘, 한국이 삼총사가 되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자는 말을 한다. 그들이 한국을 파트너로 꼽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 총장들 역시 국내 대학의 미래를 마냥 어둡게 볼 것만은 아니라는데 동의했다. 저마다의 해법을 대학들이 내놓으려 노력하고 실제 실천하고 있으며, 그것이 효과적인지 계속해서 추적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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