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특성화고 홍보 현장 “부정적 인식 때문에 아예 홍보조차 못하는 중학교도 있죠”

입력 2018-10-30 09:37
수정 2018-10-30 17:20



[하이틴잡앤조이 1618= 김인희 기자] “중학교에서 특성화고의 홍보방문 자체를 거부한 적이 있어요. ‘왜 아이들에게 바람을 넣냐’며 항의를 들은 적도 있죠”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을 위해 중학교 곳곳을 뛰어다니는 홍보·취업부장 교사들의 고충이다. 이들은 학교 홍보를 위해 방문했다가 이 같은 홀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특성화고 홍보담당 교사는 대부분 학교 주변에 있는 중학교에서 중학생 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신입생 설명회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 설명회도 희망자에 한해 열리다보니 참석자 수는 많아야 30명 정도이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 7월 전체 중학교 360곳을 대상으로 특성화고 홍보 신청을 받았지만 24개 학교는 신청하지 않았다. 특성화고 홍보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시기로 접어든 가운데 중학교 현장에 다녀온 교사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학교에서 만든 홍보책자를 들고 중학교에 찾아가 직접 인사드린다. 일부 중학교는 일정을 잡고 학생 전체 또는 희망학생·학부모를 모집해 입학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중학생들이 특성화고를 직접 찾아와 진로 체험하는 형식을 학교를 소개한다.

우리 학교는 거의 미달된 적이 없다가 지난해 학과 개편과정이 이뤄질 때 1차 모집에서 미달된 적이 있어 충격을 받았지만 다시 정원을 충원했다. 성남 중원구, 수정구는 특성화고 진학률이 20~40%수준이며 분당과 판교권 중학교는 특성화고 진학률이 고작 2%이다. 이 지역의 교육열이 높다보니 특성화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들이 많다. 해당 지역 중학교의 일부 학부모들이 홍보를 항의한 경우도 있어 아예 홍보를 나가지 않는 중학교도 있다.

특성화고 미달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일반고 정원수 유지 ▲특성화고 학급당 학생 수 유지 ▲높은 대학 진학률 ▲선 취업 후 진학 홍보 부족 등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교육이 인기 전문직 위주의 진로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수요와 직무능력에 맞는 현실적인 진로 설계가 필요하다.

성일정보고 이창수 홍보부장

최근 영등포 지역 중학교에 방문해 특성화고 진학설명회를 열었는데 중학생 30명이 모였다. 이처럼 학교 홍보 현장에 나가면 특성화고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학생들만 만난다. 특성화고에 관심 있다고 해서 입학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학생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이 조언하는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부모님이 특성화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중학교 교사가 특성화고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근 몇몇 특성화고에서는 진로체험프로그램을 활용해 특성화고를 알린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학교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올해 드론캠프와 가상현실(VR)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면 특성화고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강서공고 홍기출 진로교육부장

경기도에서는 시·구별로 특성화고 설명회를 진행한다. 설명회는 한 명의 특성화고 홍보 강사가 50분 간 강의를 진행한 뒤 학교별로 취업부장 또는 교무부장님이 나와 10분씩 학교별 강점과 취업성과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최근에 총 3개 특성화고가 함께 설명회에 참여했는데 약 60명의 중학생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질문을 별로 하지 않았다. 보통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의 학부모가 특성화고에 관심을 보였다. 중위권 성적인 학생들의 학부모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선뜻 특성화고를 선택하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현장에서도 문제가 크다. 중학교 교사의 경우 특성화고에 대한 입학전형, 특성화고에 대한 강점을 잘 모르고 있다. 특성화고에서는 기존에 유지했던 학과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교육은 21세기로 바뀌었는데 교사들은 20세기 현장교육을 가르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경기도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의 홍보지원은 학교수가 많은 것에 비하면 부실한 편이다. 서울시는 지역 전체 특성화고를 소개하는 책자를 제작해 학교별 정보를 비교하기 쉽게 정보를 제공하지만 경기지역은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쉽다.

특성화고의 미달현상을 개선하려면 교육부가 학교 현장을 방문해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야 한다. 또한 직업교육을 위해 현장 전문가를 초빙하고 특성화고 학생들을 예비 직장인으로 키워야 한다. 학교에서 기업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인 취업지원관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고졸채용이 다시 줄어들고 있는데 고졸채용분야도 적극 확대돼야 한다.

강동수 백암고 취업지원관

지난 9월 20일 경북 구미코에서 경북진학진로박람회가 열렸다. 중학생들이 학교 부스에 와서 “요리분야에 관심 있는데 어느 학교에 가면 외국에 나갈 수 있나요”, “취업하려면 어느 학교에 가야하나요” 등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학생들이 취업에 관심이 있어도 진로를 어떻게 설정해야할지 고민이 많고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교육청 단위로 학부모 또는 중학교 3학년 대상 설명회가 진행된 적이 없다. 요즘에는 지역별로 팀을 나누어 중학교를 방문해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는 경주팀, 포항팀, 부산팀 등으로 나누어 해당 지역 시내와 외곽지역에 있는 중학교를 방문한다.

경주여자정보고 박경화 취업부장

특성화고 교사가 중학교 진로 시간을 활용해 ‘특성화고 소개’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특성화고에 관심 있는 학생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연다. 우리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홍보관련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들 중 일부는 특성화고가 진로를 찾고 직업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보인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특성화고를 여전히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바라보고 있다.

2017년 기준 특성화고 취업률은 50%를 넘었지만 대기업·공기업의 취업률은 저조하다. 올해부터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면서 특성화고의 취업 방식이 달라져 미달현상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전신일여자고 김홍정 취업부장

중학교를 다녀온 특성화고 재학생들의 ‘말말말’





대전신일여고 김OO 양

“중학생들이 본인의 진로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있고 자신의 진로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요”

대전신일여고 이OO 양

“무조건 일반고를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웠어요. 체계적으로 다양한 진로교육을 실시해야하는데 학생들 시각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요.”

경기지역 특성화고 박OO 군

“학생이 직접 선택하지 않고 대부분 부모님이 학교를 선택해 준다고 했어요. 학생들은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하기 보다는 거리가 가까운 학교를 고르는 경향이 높았어요.”

경기지역 특성화고 서OO 양

“중학생들이 특성화고에서 우수한 학생만 취업시키는데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취업지도가 잘 되고 있는지 질문했어요.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궁금해 했어요. 또한 취업이 안 될 경우 대학진학하면 오히려 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서울지역 특성화고 이OO 군

“중학생들이 정부가 특성화고를 지원하고 관심 갖는 것이 일시적인 것은 아닌지 다시 변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kih0837@hankyung.com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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