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조수빈 대학생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잡지 에디터들은 늘 고가의 화려한 옷들을 다루고, 셀러브리티들과의 인터뷰로 화려한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영화 속 에디터의 삶과 현실은 똑같을까. 잡지 에디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성영주(35)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를 만나봤다.
△성영주 코스모폴리탄 에디터
Q. 피처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보통 패션잡지는 패션, 뷰티, 피처 에디터로 나뉜다. 각각 관련 분야의 제품과 화보 촬영, 인물 인터뷰에 관한 기사를 쓴다. 피처 에디터는 주로 사회적 이슈와 인물 인터뷰, 기획 기사, 칼럼 등을 다룬다. 사실상 패션과 뷰티를 제외한 모든 걸 다룬다고 보면 된다. 잡지 안에서 신문이나 방송기자와 좀 더 가까운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Q. 에디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신문이나 방송기자가 되고 싶었다. 글을 많이 써보면서 내가 쓰는 글이 잡지에 더 적합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 후 방향을 전환해 시사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신문처럼 오늘 하루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심층적인 기사나 자신만의 견해를 넣어 개성 있게 쓸 수 있는 칼럼들에 관심이 많아지기도 했다.
Q. 소속 에디터로서 말하는 코스모폴리탄만의 특색은.
"코스모폴리탄의 모토는 ‘Fun, Fearless, Female’이다. 삶을 즐기는, 당당한 삶을 지향하는 여성에 대한 이슈들을 많이 다루려고 하는 편이다. 인터뷰이를 선정하거나 칼럼을 쓸 때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당당한 여성들을 담기 위해서 염두에 두는 코스모폴리탄만의 방향성이 있다. 코스모폴리탄은 피처 분야가 굉장히 중요한 면을 차지하는 잡지이기도 하다. 러브, 섹스, 커리어 등 20, 30대 여성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피처 에디터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웃음).”
Q. 에디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공채를 통해서 에디터가 되는 방법과 어시스턴트로 경력을 쌓은 후에 정식 에디터가 되는 방법이 있다. 요즘엔 공채로는 거의 뽑지 않고 있고, 어시스턴트는 본인 기사를 쓰지 않고 취재 자료 조사를 하거나 에디터들을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한다. 어시스턴트 경험을 통해 현장 경력을 쌓아 정식 에디터가 되는 루트가 가장 일반적인데 요즘엔 그것 마저도 어려워졌다.”
Q. 잡지 에디터의 일상에 대해 말해 달라.
“야근이 많다. 한 달에 주말이 4번 있다면 그 중에 한 번은 반납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 비해 야근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마감이 속한 주는 어쩔 수 없이 주말 출근을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외의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공무원처럼 정시 출퇴근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잡지사에서 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 그 외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에 강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한 직업이다.(웃음)”
Q. 잡지사를 떠올리면 열정페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문이나 방송기자와 비교했을 때, 요구되는 업무량 대비 연봉 수준은 낮은 편이다. 서글프지만 박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잡지사의 페이는 적으니 감수하고 이 일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현직 에디터들이 열심히 조건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처우를 받아야 할 직업인 것은 맞다.”
Q. 에디터의 수명이 짧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편집장도 점점 어려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 이유가 세대교체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40대가 넘은 현직 에디터들이 많지는 않지만 잡지사에서 일정 연령 이후에 퇴직을 권유하지도 않는다. 직업 특성상 여러 가지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젊을수록 유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새로운 독립잡지를 창간하거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에디터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Q. 에디터의 직업적 매력은 뭔가.
“각 에디터마다 느끼는 매력이 다르겠지만 사람 만나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꼭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어떤 직업도 쉽게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유의미한 글로 풀어내는 것이 피처 에디터로서의 삶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내가 평소에 팬이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회도 부가적인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다면.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을 꼽기가 어렵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고, 국문과 출신이다 보니 작가들과 했던 인터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을 쓰신 정유정 작가부터 ‘안녕 주정뱅이’의 권여선 작가.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님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보다 심층적이고 풍성한 인터뷰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뮤지션 김윤아나 발레리나 강수진, 배우 문소리 등 멋진 여성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방향을 가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 묻고 싶은 것도 많고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지는 것 같다.”
Q. 실제로 기사가 잡지에 실리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잡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매월 6, 7일에서 16, 17일까지를 마감 기간으로 보면 된다. 이 시기의 에디터들이 가장 바쁘다.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야근도 있고 주말도 반납해야 한다. 마감이 끝나면 바로 다음 달 기획을 시작한다. 아이템이 정해지면 마감 전까지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이 시기에는 섭외작업을 하고, 취재 장소를 물색하고, 기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가닥을 잡는 일들을 비교적 여유롭게 진행한다. 마감 기간이 다가오면 본격적으로 촬영을 하거나 원고를 쓴 뒤 아트팀과 함께 디자인을 점검하고 대지작업을 한다. 편집장이 통과시킨 잡지 초안을 컬러프린트로 뽑아 최종 검토 이후 잡지로 발간된다. 잡지 발간 이후 온라인에 기사가 업로드 되는 형식이다.”
Q. 한 달에 몇 개 정도 기사를 쓰나.
“적게는 7개 많게는 10개 정도 쓴다. 화보나 인터뷰, 기획기사, 칼럼 모두를 포함해서 1인 당 주어지는 업무량이 제법 된다. 에디터는 기사만 쓴다고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잡지는 한 기사를 맡으면 에디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개입을 한다. 원고 작성부터, 인물 섭외, 디자인 팀과 회의 등 해야 할 업무가 다방면으로 요구되는 직업이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멀티플레이가 안되면 에디터를 직업으로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피처 에디터는 다루는 분야가 워낙 넓기 때문에 더욱 동시작업과 촘촘한 일정 관리가 필수다.”
Q. 에디터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비율을 정확히 나눌 수 없는 문제이고, 사람마다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겠지만 취재에 좀 더 중점을 둔다.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건 오직 에디터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과정의 해답을 주로 취재에서 찾아내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토플리스 시위(Topless)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면 먼저 그 행동의 원인이 뭔지 그 사람들에게 직접 들어봐야 하고, 행동의 목적이 어떤 사안에 대한 부당함이 원인이라면 또 그 원인을 취재하러 나서야 한다. 그렇게 취재를 이어가다 보면 내가 어떤 식으로 기사를 완성 시켜야 할지 전체적인 줄기를 만들 수 있다. 개인마다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취재가 잘 진행되어야 기사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인터뷰 시 노하우가 있나.
“현장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는 미리 질문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인터뷰에서는 최대한 질문지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인터뷰 동안에는 최대한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진행하는 대화형 인터뷰를 선호하는데,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가져다 줄 때도 많다.”
Q. 경쟁력 있는 에디터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취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쓰는 것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취재를 아무리 잘해도 중요하지 않은 내용만으로 기사를 구성해 놓으면 의미 없는 기사가 되기 마련이다. 내가 취재한 것들을 독자들이 읽을 맛이 나게 만드는 것은 에디터가 쓰는 글의 몫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야 한다. 잡지는 매체마다 요구하는 글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잡지를 읽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매체를 발견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지면을 통해 접하던 잡지가 점점 SNS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에 영상이나 편집, 웹 디자인 등 에디터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Q. 에디터로서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연예인들도 많이 만나고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가지는 환상이 있을 수 있다. 에디터를 시작할 때 어느 정도의 환상도 있었고 주변에서 너는 현실을 모른다는 타박도 받았었다. 하지만 환상과 멋있음도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필요한 기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환상은 가져도 되지만 이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현실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고 업무량이 많은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지만 잡지계의 워라밸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Q. 현직 에디터로서의 다음 목표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들이 재미있고 코스모폴리탄 내부의 콘텐츠들이 여전히 다양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생각이다. 잡지 계에도 디지털이 개입을 하면서 배울 것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와는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궁극적으로는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내가 뭘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보는 과정 중에 있다.”
Q. 에디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의 한마디 해달라.
“피처 에디터를 꿈꾼다면 당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소통하기를 열망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글로 옮기는 것도 좋아할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이 직업이 꽤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직업인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두려움 없이 시도해보는, 특히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자주 들여다보는 20대를 보내길 바란다.”
khm@hankyung.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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