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전 유서 작성은 내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죠"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홍산

입력 2018-05-18 16:58
수정 2018-05-21 15:35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이현정 대학생 기자] 자신의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영정사진. 사진작가 홍산(24)은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다. 그는 ‘죽음’에 대해 열린 태도로 임하며 영정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홍산

-사진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 그러다 사진 찍는 일에 매력을 느꼈고, 더 잘하고 싶은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자연스럽게 사진작가가 된 것 같다.”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목표를 정해 놓고 틀에 맞춰 사는 성격은 아니다.흘러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성격이다.사진작가의 꿈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흐름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왔다.”

-최근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좀 얼떨떨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진짜 잘해야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 걱정되면서도 긴장되는 부분이 많다. 뜨거운 관심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고 싶다. 무엇보다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해주고 싶다.”



-영정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모여서 찍기로 결정했다. 잘 알던 동생이 갑작스런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고, 지인중 몇 명이 다소 심각한 우울증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에 있기도 하다. 현대사회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많지만,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터놓고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기엔 장애물이 너무나 많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예기치 못하게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가면 영정사진은 늘 다른 사람에 의해 선택이 된다. 내가 만약 예기치 못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면, ‘과연 저 사진을 골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는 영정사진 만큼은 내가 고르고 싶다는 생각에 영정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 찍기 전 유서를 적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사진을 찍으면 당황하는 분들이 많다. 영정사진인 만큼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글을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답이 나온다. 그래서 사진 찍기 전에 유서를 쓰도록한다.”

-사진작가 홍산이 생각하는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물리적으로 숨통이 끊어지는 것만죽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도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들은 계속 고민을 한다고 생각한다.”



△영정사진을 찍기 전 작성하는 유서



-영정사진을 찍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에게 표정 디렉팅을 전혀 하지 않는다. ‘표정을 어떻게 지으세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온전한 자기 그대로의 모습을담으려는 편이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는 편인가.

“스브스뉴스 취재 후에 20대와 30대의 젊은 분들을 비롯해 10대 손님도 오는 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뚜렷하게 외모적으로 표현했던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겉으로 표현하면서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출처=서강대학교 동아리 ‘해프닝’

-사진작가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늘 도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성격이 활동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나와 잘 맞는다. 사진은 지금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되돌아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런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딜레마가 존재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해야 할 때가 있으며, 고정수입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앞으로 어떤 사진작가가 되고 싶나.

“나의 모토는 ‘나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함을 주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진은 찍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나의 역할은 사람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도 가치 있고 내 사진을 찍는 분들도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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