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영어교육은 더 이상 국가가 변화시킬 영역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교육 기업들이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분야가 영어 분야입니다. 아이포트폴리오는 학생들이 해외에 나가서 배우는 것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영어교육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도 영어를 말하고 쓰는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 한다. 아이포트폴리오의 김성윤 대표는 “인터넷 보급이 경제를 바꾸고, SNS가 정권을 바꾼 것처럼 우리나라의 큰 변화에는 늘 기술이 함께 했다”면서 “영어 교육의 문제점 역시 ‘기술’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교육 콘텐츠 기술은 교육환경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아이포트폴리오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우리는 영어교육 분야에서 Edu Tech 솔루션인 ‘spindle books’를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이다. 기존의 종이 출판물을 디지털화 시키는 솔루션으로, 디자이너가 포토샵을 써서 디지털 사진을 편집하듯, 우리의 Tool을 사용해 기존의 종이책을 교육적 목적을 위한 디지털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출판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기술이 없는 회사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반대로 우리가 디지털 영어 교육물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출판사 중 하나인 옥스포드대학 출판부와 독점 계약해 매년 다량의 교육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어떻게 옥스포드대학 출판사와 같은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나.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가 교과서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목적이 명확한 디바이스’다. 애플은 디바이스를 통해 전 세계 디지털 교육 출판시장을 주도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많은 교과서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교육 콘텐츠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독자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옥스포드대학 출판부 역시 기술이 필요한 출판사중 하나였고 2011년도 프랑크프루트 도서전에서 우연히 그들과 만나 그들이 제안한 기술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하게 됐다. 총 4개 다른 업체들과 10개의 학교 현장에서 몇 개월간 사용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의 기술과 계약하는 테스트인데, 다행히 9개 학교가 우리의 기술에 최고점을 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교육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출판은 역사가 500년이 넘는 전통적인 유통 시장 중 하나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다양한 출판물을 유통하고 있지만, 아마존에서 조차도 교과서나 교육용 교재는 찾기 힘들다. 아마존은 교육용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용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대형 플랫폼조차도 쉽게 진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반대로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에겐 기회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에 맞춰 아이패드와 같은 디바이스가 보급되고 교육 디지털 콘텐츠를 위한 환경이 갖춰지면서 2011년에 교육용 디지털 콘텐츠 변환 플랫폼 개발을 위한 창업을 결심했다.”
-서비스 중인 ‘Spindle books’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Spindle books’의 강점은 기존 기술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누구나 기존의 종이 교과서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과서를 디지털화 시키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은 크게 3가지인데, 첫 번째는 ‘주어진 시간 내에 빠르게 디지털화가 가능한가’이다. 시간이 곧 비용이기 때문에 주어진 기간 내 빠르게 변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 이 사업에 뛰어드는 많은 기술 업체가 웹기술을 통해 한 페이지씩 코딩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럴 경우 교과서 한 권을 디지털화 시키는데 8~10개월이 걸리고 개발자 인력비만 수천만원에서 몇 억의 비용이 발생된다. 하지만 우리는 솔루션을 통해 한권의 책을 8주 만에 디지털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누구나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과서의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은 학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선생님을 만족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육자는 우리의 솔루션을 통해 손쉽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으며, 마킹 기능, 동영상 삽입, 테스트 기능 등 교육자가 원하는 다양한 옵션을 디지털 교과서에 적용할 수 있다. 더 이상 디지털 변환을 위해 개발자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실제 종이책을 쉽게 넘기는 것처럼 콘텐츠 시스템이 무겁지 않아야 한다.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다보면 솔루션이 무거워 질 수 있다.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면 로딩이 생기거나 오류가 발생하여 먹통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고 용량 또한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PDF파일 형태로 전자교과서가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많은 경쟁 업체 솔루션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교육자와 학생 모두에게 큰 불편함이 됐다. 결론적으로 우리 솔루션을 통해 누구나 쉽게, 가볍게, 빠르게 기존의 교과서를 전자화 할 수 있다는 것이 ‘Spindle books’가 가진 경쟁력이다.”
-아이포트폴리오의 성과는 무엇인가.
“해외 성과로는 옥스포드대학 출판부의 공식 기술 파트너로 계약돼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의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고, 아마존 클라우드를 통해 5개 대륙 60개국에 위탁운영 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중국 시장에서 2조원 규모의 사교육 회사인 ‘신동방’과 함께 유초등용 영어 책을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에선 EBS미디어와 함께 디지털 영어 읽기 서비스인 ‘EBS 리딩클럽’을 제공하고 있다.”
-추후 디지털 교육 기술 시장에 대한 전망은.
“교과서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기술의 기능들은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10가지라면, 100가지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교육자들에겐 불필요한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기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누가 얼마나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가’보다는, ‘교육자들이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노하우와 인사이트가 디지털 교육 기술 회사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별개로 여행 서비스 ‘트래벌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업 업체를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책은 머리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생각해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현재 서비스 중인 여행 플랫폼 ‘트래벌룬’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다. 이 때문에 이를 활성화 시켜줄 업체를 찾고 있다. 트래벌룬은 세계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디지털화 시킨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인데, 기존 여행사나 여행과 관련된 많은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매출을 발생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그 해법을 고민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업체와 협업하기를 희망한다.”
-올 한 해 아이포트폴리오의 목표는.
“현재 아이포트폴리오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4배가 넘는다. 좋은 점으로 보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기술개발 및 지원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영업을 하지 않는 이상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다. 반대로 국내 시장에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 홈쇼핑을 및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의 교육 콘텐츠를 유통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국내 매출을 해외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CKL 기업지원센터에 만족하는 점과 바라는 지원이 있다면.
“주요 기업들과 가깝고 다양한 업체를 만나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지리적인 위치에 매우 만족한다. 좀 더 지원을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첫 번째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해외진출에 방점을 둔 회사들을 위한 지원이 더욱 강화됐으면 한다. 우리처럼 글로벌마켓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나라의 사교육 분야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적인 규모의 산업시장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을 찾기란 힘들다. 이름이 알려진 대다수의 교육계 기업들의 소식은 교육 현장보다 주식 및 재산 증식과 관련된 뉴스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실다. 김성윤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영어교육은 덩치가 커진 것만 빼면 과거에 비해 바뀐 것이 크지 않아 보인다. 교과서의 내용이나 교육 방식, 교육 정책, 과거 교육 기업들의 행태까지도. 그의 말처럼 그동안 정체돼 있던 영어교육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건 어쩌면 기술이 아닐까.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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