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과 달리 신입직원 공채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지 않아 채용 전형에 대한 정보는 물론, 공고도 찾아보기가 힘들다.콘티넨탈 코리아 신입 사원 이수진(27) 씨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2년여의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외국계 기업 취업 카페의채용 공고를 수시로 받아보고, 일일이 정보를 찾으며 지난달 외국계 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콘티넨탈 그룹
1871년 설립된 콘티넨탈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여객 및 상품 수송을 위한 지능형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샤시안전·인테리어·구동(오토모티브 그룹), 타이어·콘티테크(러버 그룹)의 5개 사업 본부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405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세계 5대 자동차부품 공급업체로 꼽히고 있다. 현재 56개국에서 23만 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전국 8개 사업장에서 25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콘티넨탈 코리아는 15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이수진 씨는 입사 4주차를 맞은 풋풋한 신입사원이다. 오토모티브그룹 인테리어 사업본부의 Instrumentation&Driver HMI(ID)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씨는 차량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및 중앙 입력장치 등과 같은 디스플레이 오퍼레이션 시스템을 코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흔히들 자동차 업계는 딱딱하고 보수적이라거나 남성 중심이라 여자는 일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콘티넨탈 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인데다 사고가 젊고 개방적이라 여성이 일하기 매우 좋은 기업이에요.”
“스펙,영어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자신만의 포트폴리오’”
이 씨는 취업을 준비하며 토익 900점, 토익 스피킹 레벨 7의 외국어 점수를 유지했다. 그는 정보처리기사와 무선설비기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 씨는 “외국계 기업은 토익 점수나 자격증 등 ‘스펙’을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이런 조건들이 취업에 크게 작용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명확히 설정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무 능력을 기른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이 씨는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로 취업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파트는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바로 나타난다”며 “대학 시절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코딩을 하면 결과물이 바로 나타나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소프트웨어 분야의 일을 하겠다는 목표만으로 취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중소기업과의 ‘산학연계 프로젝트’다. 실제 중소기업의 업무에 투입돼 학생들이 일을 처리하며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국가에서 취업 준비생을 위해 운영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 과정을 들은 것도 도움이 됐다. 3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통해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공부하며 IT 트렌드를 이해하고 코딩 실력을 길렀고, 직접 웹 개발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외국계 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 공부도 필수다. 그는 교환 학생으로 2014년 1월부터 한 학기 동안 미국의 사우스다코타에서 공부를 했다. 현지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짧은 기간 동안 영어 실력을 최대치로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자막 없이 시청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 공부가 됐고, 주말마다 영어 회화와 토익 스터디를 하며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영어 실력을 꾸준히 길렀다.
“외국계 기업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들 중 하나가 ‘영어를 원어민처럼 해야 한다’는 것인데, 회사 내에서의 역할에 따라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비즈니스 영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업무가 가능해요. 또 입사 후에도 꾸준히 영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도 많고요. 저 같은 엔지니어의 경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단순히 영어 실력 때문에 외국계 기업 취업을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구글링, 잡플래닛을 활용해 취업 정보 직접 찾아
이 씨의 입사 동기는 다섯 명이다. 신입 직원을 공채로 선발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에서 동기가 다섯 명인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콘티넨탈 코리아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외국계 기업임에도, 이 씨가 신입 직원 선발 공고를 확인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외국계 기업은 결원이나 인력 수요가 있을 때 수시로 채용을 진행해요. 또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신입 채용의 기회가 많지 않죠. 그래서 제가 목표로 하는 직무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찾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씨는 외국계 기업의 채용 정보를 확인하는 데 ‘구글링’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원하는 직무와 회사명 등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해 구글에서 검색하며 어느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냈다.
이 씨가 가입한 포털사이트의 외국계 취업 전문 카페는 모두 다섯 곳. 원하는 회사명과 직무 정보를 입력해 둔 후, 채용 정보를 메일로 수시로 받아봤다. 채용 공고가 뜨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기업의 인재풀에 지원 이력을 남겼다. 그는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고 끝이 아니다”며 “이력서를 한 번 넣으면 기업은 지원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인력 수요가 있을 때 다시 연락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용 전형 정보도 직접 찾았다. 국내 기업 채용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자소서 작성법이나 면접 후기 등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외국계 기업의 채용 전형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가 가장 많이 활용한 방법은 기업평판 서비스 ‘잡플래닛’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기업 후기와 면접 후기 등의 채용 정보를 확인하고, 후기를 올린 작성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채용과 관련한 정보를 일일이 알아냈다.
콘티넨탈 코리아의 채용 전형은 서류전형-온라인 인적성 검사-1차 실무진 면접-2차 임원진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이 씨는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에 콘티넨탈 코리아에 지원한 동기와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포부, 대학에서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내용 등을 기술했다. 1차 면접에서는 영어 면접과 코딩 테스트가 진행됐다.
실무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본인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와 PT자료 등을 살펴보며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영어 면접은 답변을 무조건 외우기보다 회사에 대한 정보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했다. 그는 “엔지니어의 경우, 코딩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평소에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난이도였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와 회사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그 두 가지라는 것이 느껴졌어요. ‘숯과 재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준비 되지 않았던 대답을 할 때 제 표정과 태도를 통해 순발력과 재치를 평가한다는 느낌이었죠. 저도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자신감 있게 제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 했더니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직원의자율성을 보장하는 외국계 기업…‘인턴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기업 문화 자체가 수직적이고 남성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회사에서 여직원들을 위한 ‘Korea Women Excellence’라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규모 멘토링이나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네트워킹을 해주고, 여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교육도 진행되고 있어요.”
콘티넨탈 코리아는 지난 2002년부터 15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직원 개개인의 업무 특성 및 일과 삶의 균형을 고려해 원격근무, 재택근무, 단시간 및 선택시간 근무, 자율 출퇴근제, 안식 휴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20%가 유연근무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 씨는 “콘티넨탈 코리아는 직원들에게 자율성(Freedom To Act)을 보장해준다”며 “업무에 있어서도 상하 수직적이지 않고, 과업과 권한을 주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을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과정이 신입 직원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주인의식과 적극성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외국계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턴 등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 직무 경험을 쌓으라”며 “외국계 기업의 인턴은 일반 기업의 인턴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실제 업무와 프로젝트에 투입돼 실무를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회사도 ‘콘티스타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는데, 인턴 기간 동안 체계적인 현장 실습과 글로벌 기업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과 임원진과의 대화 등을 통해 현업에서 근무하는 선배들의 조언을 얻을 수도 있어요. 외국계 기업의 경우 직무 관련 경험을 중시하고 내부 채용도 진행되기 때문에, 인턴십과 같이 실무 경험을 쌓고 인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이점을 살려 전 세계의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이를 한국에 적용하는‘글로벌 인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저는 오랜 시간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취업에 실패한다고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가지면, 화려한 스펙이나 유창한 외국어 실력보다 나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피력할 수 있어요. 꾸준한 자기 계발과 모니터링을 통해 외국계 기업 취업이라는 기회를 잡으세요.”
yena@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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