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맞벌이 부부인 박인혜(36) 씨는 최근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남편이 동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사온 냉동 피자가 박 씨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박 씨는 초등학생 시절이던 1990년대 초반 냉동 피자를 맛본 경험이 있다.
박 씨에게 당시 냉동 피자는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그저 그런 먹을거리였다. 반면 최근의 냉동 피자는 달랐다. 5000원 남짓 하는 냉동 피자는 웬만한 피자 전문점 제품 못지않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 그 자체였다.
◆오뚜기 피자, 오프라인 매장 ‘품절사태’
시장조사 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냉동 피자 시장은 2015년 55억600만원에서 지난해 265억4200만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따른 결과다.
올해에는 관련 시장이 3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8월 누적 기준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568억800만원에 달한다.
국내 냉동 피자 시장에서는 오뚜기의 독주를 CJ제일제당과 ‘닥터오트커’ 등의 제품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8월 한 달 기준 국내 냉동 피자의 시장점유율은 오뚜기(70.2%), CJ제일제당(16.5%), 닥터오트커(5.1%), 사조대림(3.4%) 등의 순이다.
오뚜기에 따르면 ‘오뚜기 피자’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단일 품목 누적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1일 판매량 4000개를 넘어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다.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뚜기 피자 (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 피자는 총 4종(콤비네이션·불고기·고르곤졸라·호두&아몬드)이 출시됐다. 전자레인지나 오븐은 물론 프라이팬에도 조리할 수 있다. 고온으로 달군 돌판 오븐에서 구워낸 피자로, 정통 피자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국내 냉동 피자 시장은 연간 55억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오뚜기 피자 출시 이후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간편식 원조인 오뚜기의 인기가 냉동 피자 시장에서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7월 말 ‘고메 콤비네이션 피자’를 출시하며 오뚜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당 제품은 9월 말 기준 누적 매출 40억원을 돌파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CJ제일제당, 출시 한 달 만에 2위 껑충
CJ제일제당 고메 콤비네이션 피자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고메 콤비네이션 피자는 전문 셰프의 정성과 노하우를 담아 도우와 토핑을 차별화한 제품이다. 이탈리아 정통 피자를 구현하기 위해 세 번의 발효 숙성 공정을 거친 담백하고 쫄깃한 도우와 고소하고 진한 풍미의 모차렐라치즈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전자레인지에 7분만 가열하면 갓 구운 듯한 피자를 즐길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부드럽고 쫄깃한 도우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3단계 숙성 공정을 적용했다. 2단계 치즈 토핑 공정으로 치즈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 색감 등을 극대화했다.
치즈의 구운 향과 노릇한 색상이 일품인 것은 물론 전자레인지 조리 후에도 치즈의 탄력이 살아있도록 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레시피 및 트렌드 연구를 기반으로 외식 수준의 맛과 품질로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1~2종의 냉동 피자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 ‘리스토란테 피자’를 국내에 첫 수입해 판매 중이다. 독일 닥터오트커의 제품으로,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21개국에서 냉동 피자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오븐·프라이팬·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다.
리스토란테는 고급 식당을 일컫는 이탈리아어로,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자의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유럽 치즈의 고소한 풍미와 얇고 바삭한 도우가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피자 애호가 사이에서는 냉동 피자의 선입견을 깰 만하다고 해서 ‘냉동 피자계의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리스토란테 피자 중에서도 인기 상품인 콰트로치즈피자·모짜렐라치즈피자·치즈토마토피자·양송이버섯피자 등 총 4종을 선보이고 있다. 리스토란테 피자는 현재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에서도 판매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리스토란테 피자는 지난해 5월 국내 출시 이후 97만 개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며 “콰트로치즈피자가 최고 인기 제품”이라고 말했다.
사조대림 수제 그릴드 피자(사진=사조대림 제공)
사조대림도 올해 3월 초 ‘수제 그릴드 피자(고르곤졸라·불고기·콤비네이션·페퍼로니)’를 선보이며 토종 냉동 피자 대열에 합류했다.
수제 그릴드 피자는 얇고 촉촉한 ‘수제 도우’가 특징이다. 네 제품 모두 도우를 손으로 직접 만든 뒤 섭씨 영상 300도의 직화 오븐에서 애벌구이해 화덕에서 갓 구워낸 정통 피자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조대림의 설명이다.
사조대림에 따르면 99% 자연산 치즈에 풍부하게 올라간 토핑의 조화도 해당 제품의 차별점이다. 부드러운 모차렐라치즈와 고소한 체더치즈가 어우러져 입 안 가득 치즈의 풍미가 퍼진다. 신선한 채소 등 풍성한 토핑으로 풍부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사조대림 관계자는 “사조대림 수제 그릴드 피자는 소비자 대상 블라인드 시식 테스트에서 타사 제품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며 “출시 3개월 만인 6월까지 약 200만 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이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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