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기술직 블라인드 최종면접에서 지원자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체험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캠퍼스 잡앤조이=공태윤 기자]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시의 두산중공업 본사 12층 마이스터고 기술직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 “가상현실(VR) 기기를 끼고 공장을 한 번 둘러 보세요.”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은 지원한 학생들에게 “방금 본 공장에서 일하게 될 텐데 생산현장에 적용해 보고 싶은 VR 기술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이곳도 디지털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젊은 감각으로 신기술을 생산현장에 적극 접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20분간의 면접에선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 생활신조 등 지원자의 인성과 잠재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 3명은 모두 흰색 남방과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지난해는 각자 학교 교복을 입고 면접에 임하도록 했으나 올해부터는 면접위원들의 ‘예단’을 막기 위해 교복을 금지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부터 마이스터고 출신을 뽑으면서 블라인드 채용을 했다. 지원서에는 사진 학교 가족정보 주소 등의 항목을 삭제하고 이름과 희망직무, 직무 관련 자격증만 쓰도록 했다. 자기소개서는 △규칙준수 사례 △갈등해결 방법 △직무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 등 직무와 관련된 항목만 넣었다. 박칠규 두산중공업 기술인력담당 상무는 “자소서에 학교 가족 출신지역 등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쓰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채용공고를 통해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 각지 마이스터고에서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사람은 250명이었다. 이 중 자소서 평가를 통해 직무에 적합한 인재 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무면접을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해 직무역량 검증 위주로 이뤄졌다. 두산중공업은 블라인드 면접을 위해 사전에 면접위원을 대상으로 교육도 했다.
박 상무는 “지원자의 인성과 성장가능성 검증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고 학교나 가족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실무면접은 지원자의 직무이해도와 태도 기술 지식을 평가하는 직무역량 면접과 두산그룹의 인재상에 기반한 인성 및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파악하는 구조화 면접으로 진행됐다.
각 채용분야의 공장장과 파트장으로 구성된 실무 면접위원들은 직무 관련 질문만 던졌다. 예를 들어 ‘티그(TIG)’ 용접을 할 때 고려할 장단점은 무엇인가’ ‘가공작업 중 스핀들에서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할 때 먼저 점검할 사항은 무엇인가’ 등 구체적인 직무에 대한 질문이었다.
구조화면접에선 ‘전공 실습과정에서 자신이 부족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나 ‘실습 도중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 등에 대해 물었다. 학생 5명을 데리고 온 김용환 경북기계공고 취업담당 교사는 “두산중공업이 마이스터고 학생을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했다”며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직으로 뽑힌 신입사원들은 군 복무를 마친 2020년 8월 입사한다.
창원=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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