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채용규모를 일제히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확대하기로 하고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다. 신세계그룹도 올해 1만5000명 이상을 채용한다는 목표로 10월께 하반기 공채를 실시한다.
CJ그룹도 오는 9~10월 예정된 하반기 공채에서 지난해 1700명 보다 많은 인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하반기 신입사원을 1340명 채용한다. 지난해 1030명에 비교하면 30% 가까이 늘어났다.
곧 서류전형 시즌이다. 유통사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무엇이며 각 사가 특별히 선호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매장경험은 이미‘보편화’… 운영 원리에 집중하라
롯데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인사담당자는 “자소서를 쓸 때 어떤 질문을 받을지 미리 고민하고 면접관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라며 “롯데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본인의 경험과 문제 해결방안을 간결하게 작성하라”고 조언했다.
자소서에서 가장 중요한 문항으로는 ‘지원동기’를 꼽았다. 자소서의 승패는 1번 문항에서 결정나기 때문에 가장 공들여서 작성해야 한다. 특히 지원동기는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충분히 업무를 할 수 있는 인재인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문항이다.
현대백화점 인사담당자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입사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하라”며 “마트나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은 이미 대중화돼 있는데 백화점 운영 원리를 중심으로 적으면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채용담당자는 “홍대 등 번화가의 매장을 직접 돌면서 사진도 찍고 앞으로 우리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먹거리를 연구해 온 지원자가 있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매장 아르바이트 역시 업계를 속속들이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며 “매장의 업계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구직자는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개 기업 모두‘블라인드 채용’유지
이들 기업의 주요 입사전략 중 또 하나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각 사는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기존에 진행하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올해도 유지키로 했다.
롯데는 ‘스펙 태클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입사원서에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만을 적도록 하고 직무 관련 에세이나 동영상을 통해 서류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전형도 업무 특성을 반영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션 수행 등 형태로 이뤄진다.
CJ그룹은 2015년 하반기 공채부터 글로벌 전형을 제외하고는 어학능력 자격을 요구하지 않은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입사지원서 사진 부착도 폐지했다.
신세계는 2014년부터 오디션 방식의 면접인 ‘드림 스테이지’를 2차 면접 단계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또한 블라인드 채용의 면접 방식이다. 서류전형 합격자에게 PT 주제를 주면 여기에 대해 찬반토론하는 식의 면접이다. 회사 사업의 업황에 대해 주로 질문한다.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2015년부터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로 서류전형을 대체하는 ‘스펙 타파 오디션’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캠퍼스 리크루팅을 통해서만 선발했던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신설한 워너비 패셔니스타(Wannabe PASSIONISTA)와 함께 2016년부터 캠퍼스 리퀘스트(Campus Request), 캠퍼스 리크루팅(Campus Recruiting)으로 입사전형을 삼등분했다. 지난해 워너비 패셔니스타 에세이 주제는 ‘당사가 귀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를 기술하시오.(500자 이내)’였다.
롯데 채용, 스펙태클 1기 신입사원 정소희 씨
서류탈락 후 재도전 끝에 합격… ‘맞춤 준비’ 덕
정소희
1990년생
2015년 2월 연세대 경제학 졸업
2016년 2월 롯데백화점 영업지원팀 입사
정소희(26) 씨는 2015년상반기, 간절히 입사를 원했던 롯데백화점 공채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부터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몇 주 뒤, 기적처럼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스펙태클전형 덕이었다. 이 새로운 전형이 서류단계에서 요구한 것은 1분 자기소개 동영상과 A4용지 한 장짜리 회사 신성장동력 전략 기획서 두 가지였다.
1분 자기소개 동영상에서는 롯데백화점 광고를 패러디 해 지덕체를 갖춘 인재임을 강조했다. 이때 동영상을 처음 만들어 봤다는 정 씨는 영상의 질보다는 내용에 주력하자고 결심했다. 백화점에는 활달한 성격이 맞을 것 같았던 그는 최대한 경쾌하고 씩씩한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전략 기획서에는 오래 전부터 유통업에 관심을 갖고 백화점의 변화를 늘 예의주시하고 있던 그는 평소 생각들을 기획서에 거침없이 담아냈다.
“요즘 유통업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서브스크립션’(제품 구독)에 ‘기프트’(선물)를 더해 백화점이 고객 대신 매달 선물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안했어요. 또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추가했죠.”
최종 제출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앞선 패인이 백화점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급히 단기 매장 아르바이트를 찾았다. 롯데백화점의 한 브랜드 매장에서 2주 간 일하며 느낀 것은 “백화점에는 후방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
“백화점이 동선 디자인에 매우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고객이 청소하는 여사님이나 직원 휴게공간과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또 당일의 프로모션이나 홍보 활동이 매출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면접은 앞서 제출한 과제를 PPT로 만들어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서류전형과 마찬가지로 출신학교나 어학성적은 필요 없었다. 면접 평가 도구도 펜 한 자루가 전부였다. 주의 깊게 그의 발표를 듣던 면접관이 ‘외국사례는 찾아봤는지’ 물었는데 마침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찾은 파리에서 세계 최초 백화점을 비롯해 여러 매장을 열심히 돌았던 그는 몸소 느낀 해외 사례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스펙태클전형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한 금융권 최종면접 기회가 주어졌는데 가지 않았어요. 지금 휴대폰 바탕화면과 잠금 화면 모두 동기들 단체사진이에요. 원하던 것을 이뤘기에 더 행복한 게 아닐까요.”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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