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트립 임혜민 대표 “‘홍삼판매’ 알바생, 여행플랫폼 CEO가 되다”

입력 2017-07-06 17:11
수정 2017-07-18 09:50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서울시립대 09학번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

‘홍삼판매’ 알바생, 여행플랫폼 CEO가 되다



















[PROFILE]

임혜민 대표

1990년생

2013년 서울시립대 정치외교학 졸업

2014년 카이스트 사회적기업대학원 입학

2016년 1월 크리에이트립 설립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취업준비생이던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에게 어느날, 중국인 관광객상대여행사 아르바이트 자리가 주어졌다.마침 평소 중국어 공부를 즐겨 해왔던 임 대표는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길에 올랐다. 그러나 웬걸, 그의 업무는 다름아닌 ‘홍삼판매’였다. 중국인 가이드가 열심히 홍삼을 홍보하면 옆에서 질세라 고개를 끄덕이고 ‘쩐더하오(的好·정말로 좋다)’를 외쳐야 했다.

“많이 실망했죠. 저도 처음 보는 브랜드 제품인데 관광객들이 너무나 만족해하며 앞다퉈 구매하더라고요.마음이 아프면서 한편으로 ‘제대로 된 한국여행상품을 개발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어요. 그길로 3일만에 일을 그만두고 지금의 크리에이트립을 시작하게 됐어요.”



‘대만·홍콩’ 관광객에 특화한 여행지로 경쟁력 확보

지난해 2월, 크리에이트립은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2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2015년 12월에는‘SVCA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대상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의 예비 창조관광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때의 인연 덕에 얼마 전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빌딩 내의 관광벤처보육센터 입주기회도 얻었다.

크리에이트립은 외국인에게 한국인 관광지를 소개한다. 웹사이트로 시작해 최근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론칭했다. 이 안에는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발굴해낸 전국의 핫한 여행코스와 맛집이 담겨있다. 모든 외국인이 한국인처럼 한국을 여행하는 것. 바로 크리에이트립의 설립취지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트립의 경쟁력은 ‘차별화’에 있다. ‘불고기’ ‘비빔밥’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관광상품이 아닌 실제 한국 20~30대에게 뜨거운 최신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싣는다. ‘연남동 디저트’, 새로운 야경의 성지‘부산 더베이101’의 식이다. 주 고객층은 중화권 관광객인데특별히 대만과 홍콩인을 집중 타깃으로 잡았다.



“대만·홍콩은 성숙한 여행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매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나가죠. 본토에 비해 지방 여행에도 긍정적이에요. 무엇보다 경쟁자가 적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완벽한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취향도 미묘하게 다르다. 중국인이 크고 인공적인 문화를 좋아하는 데 비해 대만·홍콩인은 자연친화적이고 다소 허름하더라도 소박한 관광지를 선호한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쇼핑 취향 역시 고가를 선호하는 중국인에 비해 중저가 물품도 거리낌없이 구매한다.

현재 크리에이트립은 전국 31개 도시의 관광지와 2000개 맛집을 모두 중문으로 소개하고 있다. 총 회원은 4만, 일 방문자는 2만 명이다. 오프라인 접점을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신촌 부근에 객실 7개짜리 게스트하우스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는 모두 크리에이트립 소속의 현지 직원으로 배치했다.

수익도 쏠쏠히 발생한다. 게스트하우스 운영비와 더불어 앱에 소개한 맛집에 관광객을 연결해주고 예약 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돈 받는 직장인보다 직접 돈을 만드는 CEO될래요”





얼핏 ‘여행의 달인’일 것 같은 임 대표는 의외로 여행 경험이 많지 않다. 자유로운 영혼보다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착실한 청년에 더 가깝다. 외국어고등학교와 서울의 유명 대학을 나와 졸업과 동시에 누구나 잘 아는 큰 외국계 기업 SCM팀에 당당히 입사했다.

“그런데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의 숫자를 들여다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무조건 ‘네네’하는 수직적인 회의체계도 답답했고요. 덕분에 제 적성이 회계보다는 경영쪽에 더 가깝다는 걸 깨달았어요. 대학 때 경영동아리에서 여러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만들 때 가장 즐거웠거든요.”

결국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던 차에 ‘중국인 관광객 상대 여행사 근무’라는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정작 주어진 일은 전혀 예상 밖의 홍삼판매였다. 관광객들이 이름없는 브랜드 제품을 고가로 구매하는 것을 보면서마음이 불편한 한편, ‘맞춤 여행코스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만에 일을 그만두고 직접 한국 여행코스를 짰다. 지역은 외국인에게 생소한 속초로 잡았다. 그의 여행코스를 본 주변 중국인 친구들은 속초의 해수욕장, 설악산, 중앙시장 등 독특한 매력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게 크리에이트립이 본격 탄생했다.



현재 크리에이트립에는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해 총 10명이 근무한다.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직원이다. 번역이나 현지 문화 전달업무를 주로 맡는다. 식사시간에 ‘대만은 매달 한 번씩 꼭 흑설탕 과자를 먹는다’ ‘강아지를 구매하는 것에 반감이 크다’며 소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식이다.

“하지만 엄연히 문화적 차이가 있는데다 고객 수도 수 만명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도 많아요. 게스트하우스 이용 고객이 악의로 회사 SNS의 모든 글에 악플을 남긴 경우도 있고 추천 카페의 음료가 맛이없다는 댓글이 쏟아진 적도 있죠.”

요즘 크리에이트립이 준비중인 테마는 ‘해수욕장’이다. 일반 감상평이 아닌 실제 외국인의 입장에서 대중교통 및 시설 이용의 상세한 팁을 실을 예정이다.

임 대표의 이력은 객관적으로는 취업시장에서 고스펙에 속할 터. 그럼에도 맨땅의 헤딩격으로 창업만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가치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돈을 받는 객체보다는 직접 돈을 순환시키는 주체가 되고 싶어요. 여행문화를 바꾸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이 플랫폼이 스스로 돈을 벌게하는 그런 사업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사진=김기남 기자

글=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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