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정영희 대학생 기자] 신선하지만 과하지 않게, 친숙하지만 낡지 않게 ‘청년이 만드는 문화’를 여러 문장으로 정의 내리려는 이들이 있다. 청년기획자단체 ‘D.ECHO’다. D.ECHO는 울림이란 뜻이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행사를 보러 온 관객들의 마음속에 작지만 강한 파문을 일으키는 기획을 하고 싶어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말하는 이들.
D.ECHO의 NALDDE(김제영, 26), MK(김민수, 26), G.ray(박윤수, 26), A.Sung(성연준, 26), Woooooung(정지웅, 25) 등 다섯 명의 멤버를 만났다.
▲ 왼쪽부터 MK(김민수, 26), Woooooung(정지웅, 25), NALDDE(김제영, 26), A.Sung(성연준, 26), G.ray(박윤수, 26) 씨.
닉네임을 쓰는 것이 특이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MK : D.ECHO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생산해내는, 그래서 자꾸 궁금해지는 단체로서 D.ECHO를 브랜딩하고 싶은 생각에 개개인의 캐릭터를 강조할 방법을 찾다가 닉네임이 떠올랐다. NALDDE 같은 경우, 문화기획자를 아티스트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미 닉네임을 만들어 쓰고 있기도 했다. 아이돌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지 않나(웃음).
지금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NALDDE : 11월경 청년 예술가와 재개발 지역의 만남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우리 동네 장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례식을 모티브로 한 마을 축제형 콘텐츠다. 보통 ‘재개발 지역’은 낡고 낙후된 지역이지만, 달리 보면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 들의 흐름을 머금으며 그들의 삶이 쌓이고 서린 공간이다. 처음 장소를 탐방하러 갔을 때, 이처럼 공간에 퇴적된 흔적들이 계속해서 저희의 눈길을 끌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정이 들어 재개발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질 것들이 너무 아쉽더라. 주민들도 역시나 정든 곳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곳을 제대로 추억하고 또 잘 헤어지기 위해 ‘우리 동네 장례식’을 기획하게 됐다.
전공이 다른 서로가 모여 팀을 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MK : 매년 가을 대학로 일대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축제인 ‘대학로문화축제’가 열린다. 멤버들이 만나게 된 계기는 바로 그 축제다. 영문학, 건축학,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이지만 함께 축제를 만들며 문화기획에 대한 열정을 확인했다. 2015년 축제를 마친 뒤 어떤 이는 창업을, 어떤 이는 인턴을 하며 저마다의 경험을 쌓다 다시 D.ECHO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같이 일하는 데에 팀워크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팀워크는 어떤가?
G.ray : 사실 매번 보면서 신기하다(웃음). 각자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라 어디 가서 조용히 있지 못한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생각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호흡이 잘 맞는다. 서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잘 채워가면서 개인적으로 다른 친구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는 처지다.
M.K : 회의를 진행하면서 느끼는데, D.ECHO는 성격의 유사성에서 생기는 팀워크보다 그 차이에서 생기는 팀워크가 훨씬 강하다. 누군가는 예술가적 마인드로 기획하며, 누군가는 경영자로서 프로젝트의 줄기를 짜고, 그 중간 지점에서 액티브한 것을 꾸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적이고 감성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 매우 곤란한 정반합의 과정을 팀워크라고 부르고 싶다.
D.ECHO에서 일하며 생겨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sung : 기획 회의를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장소를 탐방하러 갔던 날엔 회의 장소를 찾던 중에 '낮술 환영'이라고 적힌 맥줏집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회의를 하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그 술집에서 왁자지껄하게 서로의 의견에 박장대소하거나 또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즐겁게 일했다.
한 번은 MK의 집에서 회의를 진행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집주인인 MK가 맥주 1000cc를 마시고 누워있어서 깨워야 할지 재워야 할지 고민했다(웃음). 이처럼 딱딱하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양질의 아이디어와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닐까.
기획자로서 꿈꾸는 최종적인 비전이 있다면?
Woooooung : 개성이 묻어나는 기획을 하고 싶다. 인생에서 나만의 무엇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기획 일을 시작했다. 주어진 일만 받아 하면서 퇴직을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보니 그렇게 살기보단 나만의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차근차근 나만의 것을 만들다 보면 그 안에 스스로 개성이 묻어나는 것. ‘이런 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이루기 힘들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최종적인 비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팀워크에 관한 질문에 서로 다르고, 그래서 좋다는 답변을 모두 남겨준 그들이다. 다르지만 비슷한 이들이 모여 같은 탑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방식으로 행하는 청년기획자단체 D.ECHO. 인터뷰를 마치며 그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청량했다고, 말 그대로 ‘청년다웠다’고 정리하고 싶다. 11월에 있을 청량한 프로젝트도 기대해본다.
jinho2323@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