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 휴전 선언은 우크라에 '차포 떼라' 압박

입력 2026-10-13 10:30
수정 2026-10-13 10:39
트럼프 에너지 휴전 선언은 우크라에 '차포 떼라' 압박

러 전쟁자금 수혈 경유딜 이어 우크라 손발묶는 조치

"우크라 얻을 것 없어…트럼프, 경제전에서 푸틴 손들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경제전으로 치닫고 있는 러·우크라 전쟁에서 미국이 러시아 측에 손을 들어준 것과 다름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하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인 정유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처럼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면서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경유 30만t을 즉각 공급하고, 이후에도 추가로 대량의 경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경윳값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미국 내 경윳값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 수입 계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안은 수년간 이어져 온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기조를 뒤흔드는 것이라 파문이 일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국 에너지 기반 시설을 향한 공격을 중단하는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휴전 합의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이 실제 휴전을 이행할지는 불확실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합의 글 게시 이후에도 러시아가 가스시설을 공격해왔다며 러시아가 휴전에 먼저 동의하지 않으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미·러의 '경유 딜'을 두고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반발했으며,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유 딜에 대해 "그가 전쟁의 판세를 침략자인 러시아 쪽에 유리하게 기울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측이 전선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경제전에서 크렘린을 돕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경유 딜이 실제로 성사되면 약 40억 달러(5조3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미국에서 러시아 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에너지 휴전' 역시 우크라이나에는 얻는 것이 없는 반면 러시아에는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

NYT는 이 같은 '에너지 휴전'에 대해 "정유시설 공격은 러시아의 전쟁 수입을 차단하는 키이우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평가했다.

상호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만과 제철소, 창고, 데이터센터 등 기반 시설에 대한 타격을 지속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 경제를 계속 잠식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항만 시설은 우크라이나 경제의 생명줄인 곡물 수출의 핵심 통로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타격에 따른 경제 피해가 큰 지점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지난 몇 달간 흑해 연안 오데사 일대 항만을 드나드는 상선을 공격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타격을 가해왔다.

작년 9월 오데사 항만 3곳을 빠져나간 선박이 266척이었던 반면 올해 9월에는 12척만이 빠져나갔다고 NYT는 우크라이나 항만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을 강요받는다면 상호 간 전쟁 돈줄을 말리려는 경쟁에서 러시아의 우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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