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골프장 개조 노린 트럼프 정부 '꼼수 벌목'…美판사 "격분"

입력 2026-10-13 04:21
공공골프장 개조 노린 트럼프 정부 '꼼수 벌목'…美판사 "격분"

고급골프장 건설 추진…법원 사전통지 당부 사실상 어기고 500그루 베어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급 골프장으로의 재개발을 추진해 소송이 벌어진 워싱턴DC의 공공골프장에서 제대로 된 사전통지 없이 나무 수백그루가 잘려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골프장은 워싱턴DC의 이스트포토맥 골프장이다. 100년이 넘은 데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주민들에게 사랑받아온 공공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을 손봐 유명 골프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만한 고급 골프장으로 개조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다. 워싱턴DC의 역사적 건축물과 공공 공간 보존을 추구하는 시민단체가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지난 2월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애나 레예스 판사는 지난 5월 정부 측에 골프장에서 공사를 할 때는 사전통지를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미 내무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9일(현지시간) 벌목 계획을 알리고 토요일인 다음날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벌목이 골프장 개조와는 무관한 골프장 유지 보수 작업이라는 게 내무부 주장이었고 결국 주말새 500그루 정도의 나무가 잘려나갔다.

레예스 판사는 12일 벌목을 중단시키고 긴급 심리를 열어 트럼프 행정부를 질타했다.

레예스 판사는 "분노와 격분을 넘어 정부에 너무나 실망했다"면서 벌목 작업 착수를 하루도 남겨놓지 않고 통보한 것은 신뢰를 잃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 대리인이 "통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하자 레예스 판사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최악의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호통을 쳤다.

제대로 사전 통지를 하라는 법원의 당부를 사실상 무시하고 주말을 기해 사실상 기습적으로 벌목을 해버린 데 대해 판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격한 표현을 마다 않으며 분노를 표한 셈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미국과 전세계 각지에 골프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재집권 후에는 워싱턴DC 곳곳 개조에 나서고 초대형 개선문 건설을 추진하면서 줄지어 소송을 당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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