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외하면 이미 정체"…한국경제 저성장 해법은

입력 2026-10-12 17:00
수정 2026-10-12 17:01
"반도체 제외하면 이미 정체"…한국경제 저성장 해법은

KDI·니어재단·한국경제학회 포럼…"창의력 교육·입시개혁 필요"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한국 산업경쟁력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정체 또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나타나는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국민의 창의력을 키우는 개혁과 산업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니어재단, 한국경제학회와 공동으로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 지금 서 있는 곳, 가야 할 길'을 주제로 경제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KDI는 주관 세션에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의 구조적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특히 인적자본과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생산성 증가세 둔화를 지목하며 기술 진보와 인적자본 축적이 생산성의 장기 증가율을 높이는 성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에 대응하려면 혁신과 인적자본 축적을 촉진하고, 인력과 자본의 활용도를 높이며 노동시장 참여와 근로기간의 확대를 뒷받침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재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평가 제도가 경제성장의 병목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탈락한 제안의 기록과 재평가, 평가자 이력제 등 평가 방식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김세직 KDI 원장은 AI 시대에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아이디어의 재산권과 보상을 보장하고 국민의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과 선발 제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열린 문제 창조형 수업과 같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적용하고, 창의력 중심으로 입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반도체 호황과 착시효과를 지적하며 "반도체 성과가 워낙 탁월하고 그로 인해 총계 지표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정체 또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이에 산업정책 기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 공급망 안정 ▲ 산업별 특성과 상황에 맞는 선별적 대응 ▲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 확장 등 방향을 제안했다.

정부의 역할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은 기조 발제에서 "앞으로 성장전략은 축적된 산업·연구 역량을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국민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은 경쟁을 바탕으로 투자, 기술개발, 사업화를 주도하고 정부는 공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며 기초연구·인적자본·인프라 등 민간투자가 부족한 영역을 지원해야 한다"며 "고위험 기술의 초기 불확실성을 분담하되 지원의 목표와 성과 기준을 명확히 해 특정 기업에 보호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의 국가 거버넌스는 정치-관료-기업의 3각 지배구조로 3자 간의 견제와 균형 속에 고도 성장해 왔으나 최근 들어 3각 지배구조가 붕괴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세계화돼 왔는데 정치는 폐쇄 회로에 갇혀 전근대적 권력 투쟁에 심취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제조업은 중국 제조업의 팽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현실론적 주제를 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반도체 지배적 산업구조에 대안 모색이 필요하지 않은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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