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역사 공세' 맞서…다카이치, 내각에 대외발신 강화 지시
'적국조항 삭제' 요구도 북중러 견제 의도 해석
동맹국 정보 교환 증가에 외무성 등 민감정보 취급 관리 강화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단행한 개각 이후 각료들에게 역사 문제 등에 대한 대외 메시지 발신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 북한 3개국이 연대해 자국을 비판하는 움직임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구(舊) 적국조항'을 조속히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신군국주의'로 비판하는 북중러 3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적국조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적국이었던 일본·독일 등 옛 추축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헌장 규정의 통칭으로, 유엔헌장에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승인이나 선전포고 없이 이들 국가에 대한 군사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이 있다.
다만 유엔총회는 1995년 이들 조항이 사문화됐다는 인식을 확인했으며, 2005년에는 삭제 방침에 합의했다. 그러나 헌장 개정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조항 자체는 남아 있다. 일본은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구 적국조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중러 3국의 최근 일본 비판 움직임과 관련해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견제하고 일본과 주변국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일본 외무성 내부에서는 사문화되다시피 한 적국조항 문제를 다시 꺼내 들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됐으나 다카이치 총리 측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연설 내용에 조항 폐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열린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도 "어떤 나라도 적국조항을 원용할 여지는 더 이상 없다. 조항 삭제를 위해 관계국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설득 작업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 7월 국가 정보 수집의 사령탑으로 출범한 국가정보국 활동을 통해서도 타국 세력이 역사 문제를 이용해 자국 내 여론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공작 정보를 수집하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간첩 활동 및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여론 조작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제가 저지른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 내용을 사실에 기반해 알리는 활동까지 검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일본이 '파이브 아이즈'를 구성하고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안보 협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도 파이브 아이즈 각국의 엄격한 기밀 관리에 준하는 정보 보안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특히 일본 외무성은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는 재외공관발 공전(公電) 등을 취급할 수 있는 직원을 적성 평가를 통과한 이들로 제한하고 전파 차단 등의 조치를 갖춘 전용 공간에서만 정보를 다룰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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