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거물들, 할리우드 영화서 새로운 '악당' 캐릭터로 등장
머스크·저커버그·올트먼 영화 줄개봉…"탐욕스런 사업가·미친 과학자 결합"
일부 작품은 배급·광고 입김 논란도…'소셜 레코닝' 흥행 성적, 전작 못 미쳐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업계의 거물과 인공지능(AI) 억만장자들이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하며 대중문화 표적이 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기술·영화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거나 출격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투자자 사기 등으로 202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창업자를 다룬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일 개봉한 '소셜 레코닝'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0년 작품 '소셜 네트워크'에 이어 16년 만에 제작된 저커버그 CEO를 소재로 한 속편격 영화다.
두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유명 각본가 애런 소킨은 '소셜 레코닝'도 핀처 감독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중간 선거 이전에 개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소셜 레코닝'은 페이스북의 수석 제품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지난 2021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위험성을 폭로한 내부고발 사건을 조명했다.
당시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아동의 정신건강 등에 미치는 해악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윤을 위해 이를 은폐하거나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 CEO는 전작인 '소셜 네트워크'에서보다도 더 악당처럼 그려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같은 날 개봉한 앨릭스 깁니 감독의 베네치아 영화제 초청작 다큐멘터리 '머스크'는 머스크 CEO의 사생활과 엑스(X·옛 트위터) 알고리즘 조작 의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활동, 논란이 된 발언 등을 모두 담았다.
깁니 감독은 머스크 CEO에 대해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자신의 영화를 "매우 어두운 코미디로 시작해 공포 영화로 끝난다"고 소개했다.
최근 뉴욕영화제를 통해 공개되고, 올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북미 시장에서 개봉이 예정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아티피셜'에서는 올트먼 CEO가 악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오픈AI 내부에서 '블립'(The Blip·깜박 신호)이라고 부르는 올트먼 CEO의 2023년 축출 사건을 다뤘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이 영화에서 올트먼 CEO가 "숨 쉬듯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이용하는 교활하고 권력에 굶주린 사이코패스"처럼 묘사된다고 평가했다.
오는 16일에는 손끝에서 채취한 피 몇 방울만으로 250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해 급부상했으나, 결국 사기로 판명된 기업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 창업자에 렌즈를 들이댄 영화 '유 캔 시 에브리싱'(You Can See Everything)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부 영화는 주요 기술 기업이 예고편 광고 게재를 거부하거나 배급을 포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머스크 CEO가 보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는 다큐멘터리 '머스크'의 유료 예고편 광고 게재를 거부했고, 아마존 산하 MGM 스튜디오는 4천만 달러(약 540억원)를 들여 제작한 '아티피셜'의 배급을 포기했다.
아마존이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오픈AI에 500억 달러 규모 투자를 한 데다, 올트먼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사이의 친분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영화계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아티피셜'의 판권은 영화 '기생충'을 북미에 배급한 독립업체 네온이 사들였다.
이처럼 주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거대 기술기업 수장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AI 기술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기술 업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극적으로 바뀐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과거 혁신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의 독창성을 조명한 영화 '잡스'나 다큐멘터리 '섬싱 벤처드' 등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 역사를 연구하는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는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사람들과) 기술의 관계는 열렬한 사랑과 같았지만 그런 사랑은 식는 속도도 빠르다"며 "실리콘밸리와 거기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필름 쿼털리'의 편집장인 J. M. 타이리는 이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 수장들이 영화 '시민 케인'에서 볼 수 있는 탐욕스러운 사업가와 '프랑켄슈타인' 등에서 나오는 미친 과학자라는 전형적인 두 가지 영화 속 악당을 결합한 등장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타이리 편집장은 "인기 있는 영화는 현재의 사회적 불안을 거울처럼 보여준다"며 "사람들은 대다수의 희생을 대가로 소수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 영화 데이터 사이트 더 넘버스는 소셜 레코닝이 개봉 첫 주말인 9∼11일 북미 2천606개 상영관에서 550만 달러(약 74억원) 수입을 올려 5위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전작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 첫 주말 2천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이다.
다큐멘터리 '머스크'는 상영관 4곳에서 6만8천900 달러(약 9천만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롭 새비지 감독의 공포영화 '아더 마미'(2천750만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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