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종속 용납 않을 것"…中 "독립 추구 본색 드러나"
라이칭더, 대만 건국기념일 연설서 국방비 증액 강조…"도발 아닌 전쟁 억제 목적"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0일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선 국방력 강화를 언급하며 종속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대만 중앙통신사·연합보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연설에서 "중국은 군사·회색지대 활동을 통해 대만 해협의 현상 유지를 바꾸려는 시도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의 확장에 직면한 대만의 굳건한 입장은 우리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무력이 규칙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강대국이 국민의 미래 결정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는 믿음과도 관련돼 있다"며 이를 위해 대만이 국방 개혁을 지속하고 첨단 기술 분야를 통해 방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비 투자를 늘리는 목적은 도발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우리가 자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대화를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등하고 존엄한 입장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칭더 행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1조1천225억 대만달러(약 48조7천억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라이 총통은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이 힘을 합쳐 역내 평화와 안정의 현상이 변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경쟁을 관리하고 갈등과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역 안보, 평화, 그리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만은 평화를 소중히 여기지만,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류에는 열려 있지만, 종속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라이 총통이 사실을 왜곡하고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본색을 드러냈다며 반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장한 대변인은 이날 기자 문답을 통해 "라이칭더의 연설은 사실을 무시하고 시비를 전도하며 민중을 오도하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이는 그가 '실무적인 대만 독립 추진자'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연설에서 대만 독립이라는 분열적 사고를 고집하고 '중국 본토의 위협'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허위 서사를 선전하며 무력과 외부 세력에 의존해 독립을 도모하려 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립과 대결을 부추겨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대변인은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것이 진정한 대만해협의 현상"이라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하는 한편 외부 세력의 간섭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 측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의미는 각자 해석하기로 했다는 국민당 측의 설명에 기반한 개념으로, 중국은 이를 양안 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만 집권 민진당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라이 총통의 이번 연설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2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이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식 자료에는 대만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으며, 대만 외교부는 중국 측 발표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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