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삭감, 프랑스는 증액 고수…EU 장기예산 놓고 격돌
獨 등 6개국 "회원국 긴축 속 증액 부적절"…마크롱 "야심 찬 예산 필요"
EU, 연내 합의 목표에도 난항…17개국은 농업·지역개발 지원 확대 요구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유럽연합(EU)의 차기 장기예산안(2028∼2034년)을 놓고 프랑스와 독일이 정면충돌하면서 연내 합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독일을 필두로 한 6개국은 수천억유로 규모의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는 국방력 강화와 경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7년간의 장기 예산안은 약 2조유로(약 3천11조원) 규모다.
이는 2021∼2027년 장기 예산 약 1조2천억유로보다 약 60% 늘어난 규모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과 함께 차기 장기예산안에서 수천억유로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예산에 내는 분담금이 지원받는 금액보다 많은 순기여국인 이들 6개국은 회원국들이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EU 예산만 대폭 늘리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최근 EU에 보낸 서한에서 EU 예산도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며 국방·안보, 경제 경쟁력, 이민 대응 등 핵심 분야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EU 2위 경제국이자 예산 순기여국인 프랑스는 유럽이 직면한 안보·경제적 도전에 대응하려면 과감한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우리는 야심 찬 유럽 예산이 필요하다"며 국방 등 EU의 핵심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유럽 예산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프랑스 역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유력 대선 후보인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국가채무 감축을 위해 프랑스의 EU 예산 분담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남부·중부·동부 유럽 17개국은 '결속 정책 우호국'(Friends of Cohesion)이라는 연합체를 구성해 농업과 지역개발 지원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예산 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EU는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합의를 도출한다는 목표지만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는 이날 이견을 좁히기 위한 수정 예산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다음 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EU가 법정 시한인 2027년 말보다 1년 앞서 합의를 추진하는 것은 내년 프랑스 등에서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페인이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한 것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회원국들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세입원 확보도 쟁점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대기업 과세와 전자폐기물 부담금, 담배 관련 세금 인상 등을 제안했으며 유럽의회는 거대 디지털 기업과 온라인 도박에 대한 과세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이 새로운 세금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재원 마련을 둘러싼 진통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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