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벨평화상 발표 직후 ICC 제재…"美방어 의존 동맹 협조를"

입력 2026-10-10 01:20
美, 노벨평화상 발표 직후 ICC 제재…"美방어 의존 동맹 협조를"

美, ICC 재판관 지낸 필라이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고강도 ICC 제재 발표

특정 동맹국 거론은 안해…NATO 및 일본 겨냥 가능성·한국도 ICC 당사국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발표하면서 동맹의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미군에 방어를 의존하는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 ICC 재판관 활동 이력을 포함해 국제법 수호에 평생을 바친 인사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간 직후 미국이 ICC를 정면으로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영상메시지를 통해 ICC 제재를 발표하면서 "다수가 ICC의 일원이고 미군 병력에 방어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동맹이 이 불량 재판소 제지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그들이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미국인이 더는 위협받지 않을 때까지 ICC를 산산조각 내는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이 협조를 기대하는 동맹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다. ICC 관여도가 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ICC에 재정적 기여를 많이 하는 일본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

ICC는 2002년 '로마규정'에 따라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인사를 단죄할 목적으로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로 한국 역시 로마규정 당사국이다. 미국은 ICC가 미군을 전쟁범죄로 처벌하려 한다며 가입하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은 공화당도 민주당도 ICC에 반대하지만 행동에 나선 건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ICC가 (미국에 대한) 위협을 끝내거나 우리가 ICC를 끝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로 미국 관할 지역에 있는 ICC의 모든 자산이 동결된다.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 내로 ICC와의 거래를 끊어야 한다.



미국의 ICC 제재는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됐다.

필라이는 ICC 재판관을 지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선망을 공공연히 드러내 온 터라 의도적 제재 발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은 이번 제재 조치를 두고 노벨평화상 발표 훨씬 이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발표 시점을 두고서는 필라이의 수상 사실이 고려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CC 재판관 활동을 포함해 국제법 수호에 평생을 헌신한 인물에 노벨평화상이 수여되자마자 ICC 해체를 주장하는 미국이 공격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 아카네 도모코 소장을 비롯해 ICC 최고위 인사 2명을 제재하면서 'ICC의 체계적 해체'를 공언한 바 있다. 아카네 소장은 일본인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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